오늘도 집 천장이 울렸습니다

[내가 겪은 층간소음 피해] 더 이상 개인과 개인이 풀 문제 아니다

등록 2019.02.09 15:37수정 2019.02.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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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전이었습니다. 이전부터 위층은 층간소음이 심했습니다.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 아이를 혼내는 소리, 아침부터 망치를 치는 소리 등등 온갖 층간소음을 일으켰습니다. 그럼에도 층간소음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기사를 종종 접했기 때문에 4년 정도를 참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층간소음이 유독 심해졌습니다. 아이들이 뛰는 소리는 물론 가구 끄는 소리와 가구를 내리찍는 소리가 하루를 거르지 않고 울렸습니다. 더 이상 참기 힘들다 여기던 어느 날 리코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 40분.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했고 위층에서는 소리가 그쳤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뛰는 소리와 가구 끄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새벽 2~3시까지 이어지는 층간소음은 점점 더 귀를 거슬리게 만들었습니다. 밤 12시, 천장을 쿵쿵 내리치는 소리에 화가 나 다시 한 번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했습니다.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저희 집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오더니 "소리가 들리네요"하고는 무전을 쳤습니다.

무전에서 나온 목소리는 말했습니다.

"그러면 아랫집이랑 윗집이랑 대화해서 해결하라고 하세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아랫집 입장에선 윗집과 싸움이 나거나 불쾌한 대화를 이어가기 싫은 마음에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합니다. 그런데 관리사무소에서 해줄 건 없으니 알아서 대화를 하라니요.

관리사무소도 중재 피하는 '쿵쿵쿵'

경비원 나름의 고충도 있었습니다. 어젯밤 리코더 소리로 전화한 경비원에게 위층 아저씨가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리코더가 아닌 우쿨렐레를 불었으며 도레미 한 번 분 거 가지고 왜 뭐라고 그러느냐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하니 경비원 입장에서는 다시 층간소음 문제로 말하기 싫었던 겁니다.

그래도 너무 무책임하지 않느냐는 항의에 층간소음은 아파트의 울림통이 커서 범인을 명확히 가려내기 힘들고 설령 찾아냈다 하더라도 상대가 아니라고 부인하면 그만이랍니다. 집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으니 '우리 집 아닌데요?'라고 반론하면 경비원은 할 말이 없다는 거죠.

윗집과의 만남은 그로부터 3일 뒤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전 천장이 울릴 만큼 뛰어다니는 윗집에 올라가 초인종을 누르고 항의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대답 후 내려와 보니 소음은 같았습니다. 여전히 뛰어다니고 천장은 울렸죠.

동시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비원에게 그렇게 격렬하게 항의하던 윗집 주인이 왜 초인종을 누르니 바로 사과하는 것일까.

궁금증은 윗집 남자가 절 자기 집으로 부른 날 풀렸습니다. 언제나처럼 역시나 소음이 있었고 관리사무소에 윗집에 인터폰 연결을 요청하였습니다. 윗집 남자는 자기들이 아니라며 화부터 냈죠. 저도 쌓였던 울분을 참지 못하고 같이 화를 냈습니다. 기어코 윗집 남자는 저를 자기들 집으로 불렀습니다.

목소리 때문에 젊은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50이 훨씬 넘어 보이는 아저씨였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생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나이가 많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흥분한 아저씨는 부인이 말리기 전까지 내내 저에게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왜 자기들이 범인이 아닌데 의심하느냐는 것이었죠. 제가 아니라고 한 말을 안 믿은 게 화가 난 겁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제가 초인종을 누르고 항의한 날 집에는 아이들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층간소음으로 항의하러 온 저 때문에 겁을 먹어서 화가 잔뜩 난 상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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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에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지만... 문제는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 unsplash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게 진행되었습니다. 아저씨는 '우리는 절대 아니다. 우리는 밤 12시 이후로 무조건 다 잔다. 가족이 다 같이 안방에서 자는데 떠들 수가 없다.'고 말하셨습니다. 아저씨는 제가 몇 번의 의심을 반복하자 답답하다는 듯 연신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그 이유도 있었습니다. 저희 집이 이사 오기 전 살았던 남자가 층간소음에 대한 편지를 보냈는데 그 내용이 많이 무례했던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집 입장에서는 무조건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힘듭니다.

특히 이 집 부부는 아침 8~10시 사이에 출근을 하고 아이들만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합니다. 부모의 통제 밖에 아이들이 있기에 완벽한 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아랫집이 층간소음으로 항의를 하고 아이들만 있는 집에 찾아오니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었던 겁니다.

문제는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아저씨는 밤 12시 이후에는 조용히 하겠다는 말만 했습니다. 제가 오늘 오후 1시 경에 아이들이 위에서 시끄럽게 뛰어다녀서 올라왔고 아이들이 뛰어다니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다시 멈췄던 화를 뿜어냈습니다.

"아, 이 사람아! 애들이 좀 뛸 수도 있는 거지! 항상 조용히 시켜야 돼?"

여전히 저희 집 천장은 울립니다. 그 범인은 윗집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또 범인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죠.

자꾸 살벌해지는데... 이렇게 참아야만 하나

인터넷에 층간소음 사례를 찾다 보면 오히려 전 비교적 조용히 넘어갔다 할 수 있습니다. 윗집에 항의전화를 했다 보복소음을 당하고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더니 접근금지를 신청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고무망치로 천장 부분을 때리면 윗집에 소음이 간다는 말에 천장을 내리치다 자기 집만 망가지는 경우도 볼 수 있었습니다. 환경부 산하 소음 민원 콜센터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있지만 인력이 부족한 건 물론 신고를 했다 하더라도 큰 도움을 받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법적으로 강제성이 있지 않고 오히려 신고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주택법 44조에 의하면 공동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주거생활의 질서 유지를 위해 공동주택관리규약을 만들고, 층간소음 분쟁을 방지하는 자치 조직을 구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주거문화개선 시민운동본부에 따르면 이러한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자체 구성율은 전체 20%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키지 않아도 제제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저처럼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경비원 역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소음을 냈다 하더라도 집주인이 아니라고 잡아떼면 어찌할 방법이 없죠.

전문가들은 제3자를 통해 해결할 것을 조언하지만 제3자에게 주어진 권한이 없기에 해결하기 힘든 게 층간소음입니다.

일본과 중국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2000년대 초에 방영한 '살의를 낳는 소음'이란 12분짜리 공익 애니메이션이 등장할 만큼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이 발생하기도 하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층에 층간소음을 항의하는 진동기계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심각한 사회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의 층간소음 문제는 주거환경이 아파트로 변화를 겪는데서 생긴 문제라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층간소음 문제를 이웃의 잘못이 아닌 아파트의 방음 문제로 생각하자는 움직임이 불고 있습니다. 윗집 아저씨는 이 아파트가 처음 생길 때부터 살았다며 처음에는 층간소음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몇몇 집들이 확장공사를 진행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최근 저희 아파트는 한 주에 2번 정도 층간소음 문제로 안내방송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신고를 하고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리겠죠.

독일의 경우 '연방질서 위반법'에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치는 소음의 배출은 위법이라고 명시하고, 이를 위반하면 최대 63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합니다. 영국은 1996년에 제정된 '소음법(Noise Act)'에 의거, 특히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야간 소음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며 각 지방 자치단체는 소음관련 전담부서를 두고 소음 신고에 따라 경고 및 누진 벌금을 부과한다고 합니다.

층간소음 문제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문제로 치부하고 해결을 바라서는 안 될 문제입니다. 개인에게 맡겼기에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문제가 발생하고 친척들이 다 같이 모이는 즐거운 명절날 윗집과 아랫집이 싸우는 풍경이 연출됩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가 주 거주풍경인 대한민국에서 꼭 해결해야 될 문제이며 어쩔 수 없다 또는 이웃 간의 따뜻한 마음으로 해결하라는 관망자의 자세로는 피해의 규모와 문제만 더 키울 뿐입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관심이 필요한 문제가 층간소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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