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끝장토론' 바른미래당, "통합해야"vs."통합 안돼" 이견만

경기 양평서 1박2일 연찬회... 잠행 끝낸 유승민 "이학재 이후 추가 탈당은 없을 것"

등록 2019.02.08 19:48수정 2019.02.0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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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쉐르빌호텔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 의원연찬회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는 가운데 유승민 의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이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평화당과의 합당으로 세력을 키우자, 김동철 의원께서 그런 주장을 하신 걸로 저는 이해했다." (김관영 원내대표)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내지 합당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승민 전 대표)


두 시간 동안 소위 '끝장토론'을 하고 나온 이들의 상반된 얘기다. 바른미래당은 8일 경기 양평군 한 호텔에서 소속 국회의원·최고위원 등 20여 명이 모여 연찬회를 열고 향후 당의 진로와 관련한 비공개 토론을 진행했지만, 이견이 노출됐을 뿐 뚜렷한 결론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3시께부터 진행된 비공개 토론은 오후 5시에야 끝났다. 이어 기자실에서 앞선 토론 관련한 김관영 원내대표의 중간 브리핑,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껏) 약 7명 의원이 발언했다. 대단히 생산적인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당 정체성과 관련해 "작년 지방선거 뒤 모였을 때, 당시 유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때 당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정당'으로 하기로 했고 그와 관련한 상당한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후 이어진 유승민 전 대표의 말은 달랐다. 그는 "민주평화당과의 통합·합당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날 유 전 대표는 과거 대표를 지냈고, 안철수 전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창당한 사람으로서 첫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는 토론회 뒤 가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제 주장의 핵심은, 지금이라도 바른미래당이 선명한 개혁 보수 정당임을 확실히 하고, 제대로 된 보수 재건의 주역이 되자는 것이었다"며 "그간 (바른미래당은) 보수도 진보도 다 좋다, 동시에 보수도 진보도 아닌 애매한 입장(이었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바른미래당이 진보 정당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정체성'은 바른미래당의 오랜 고민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던 작년 초기, 치열하게 진행됐던 '정체성 논쟁'이 이날 또다시 재현된 셈이다. 그러나 이날도 결론은 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대표는 "제 얘기에 이어 6명 의원이 더 토론했는데, 예상대로 제가 주장한 당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직후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광명시을)도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통합 당시 우리는 분명히 '중도보수정당'을 지향했다. 자유한국당의 대안이 되자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며 "지금 와서 다른 얘기를 하시면 안 된다"라고 말해, 당의 '보수' 정체성을 확고히 하자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앞서 비공개 자유토론이 시작된 지 50분이 지난 3시 40분께 도착했다. 그는 최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지목을 받아, 자유한국당이 주최한 릴레이 'KBS 수신료 거부' 운동에 참여하는 등 소속 의원들과는 다른 독자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통합론' 왜 흘러나오나... 6%대 머무르는 당 지지율 때문

정치권 일각에서도 계속해 통합 시나리오가 흘러나온다. 내년 4월 중순 진행되는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민주평화당과 다시금 합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실제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말,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를 비롯해 권노갑, 정대철 등 상임고문과 바른미래당 박주선(광주 동구남구을), 김동철(광주 광산구갑) 의원 등이 만나 당 통합을 논의한 바 있다.

이는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바른미래당의 지지율 탓이다. 창당 직후 작년 2월, 리얼미터 주간집계 결과 10.5%까지 치솟았던 바른미래당 정당 지지도는 최근 계속해 5~6%대를 맴돌고 있다.

8일 오전 발표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6.8%로, 전주보다 0.5%포인트 오른 결과였으나 비교섭단체인 정의당(6.5%)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일 전국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통합 논의'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인 지난 1일 오전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분명히 말씀드린다. 지금은 당대당 통합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며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 세력으로의 중심을 확실히 하면서, 독자적으로 준비해 다음 총선에서 한국 정치 새 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과의 통합 논의는 우선순위에 없다는 게 손 대표 발언의 요지였다.

손 대표는 이날 비공개 토론에 앞선 인사말을 통해서도 '독자생존' 노선을 확실히 했다. 그는 여기서 "바른미래당이 '제대로 번창하고 발전할 것인가 아니면 소멸할 것인가', 그런 걱정도 나온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바른미래당은 정치 지형을 바꾸는 데 앞장서고 새로운 정치를 열어가는 주역이 될 것이라 본다"라고 강조했다.

총 29명 의원 중 8명이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 "추가 탈당 움직임? 전혀 없다"

8일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의원은 총 29명이다(지역구16명, 비례대표13명). 이 중 국민의당 출신을 제외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8명으로, 오신환(서울 관악구을), 유승민(대구 동구을), 유의동(경기 평택을), 이혜훈(서울 서초구갑), 정병국(경기 여주시양평군), 정운천(전북 전주시을), 지상욱(서울 중구성동구), 하태경(부산해운대구갑) 의원이 있다.

당 공보실에 따르면 이날 연찬회에는 민주평화당 쪽에서 활동하는 비례대표 의원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을 비롯해 박선숙 의원(비례대표), 해외출장 중인 이혜훈·신용현·이동섭 의원 등이 불참했다.

앞서 이학재 의원이 작년 12월 말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다른 이들이 탈당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으나, 추가 탈당은 없었다. 관련해 유 전 대표는 이날 "이 의원을 제가 10번도 넘게 말렸지만, 본인이 너무 확고해서 탈당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해 남아 있는 8명 의원 중에서는, 제가 보기엔 추가 탈당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선택을 하든 같이 움직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저녁 식사 뒤 또 한 번 비공개로 자유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바른미래당 #끝장토론 #자유한국당 #통합설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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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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