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난 부모 아닌데... '공부'가 고민이라는 아이

[그 엄마 육아 그 아빠 일기 116] 새해를 맞는 삼 남매의 난제

등록 2019.02.12 14:04수정 2019.02.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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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2019년 새해가 밝았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두 번째로 만나고, 남북관계가 급변할 이 시대. 그만큼 격변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올해 11살이 되는 까꿍이와 9살이 되는 산들이, 그리고 7살 복댕이. 이제 '육아일기'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부끄러운 아이들. 과연 녀석들의 고민은 무엇일까?

[첫째 까꿍이의 고민] 10대의 시작
  

아이가 셋이면 전쟁이다 ⓒ 이희동


첫째 까꿍이는 올해로 4학년, 11살이다. 이제 진정한 10대. 얼핏 보면 완연한 숙녀 티가 나기도 한다. 그런 까꿍이의 고민은 무엇일까?

"까꿍아. 이제 4학년, 진정한 10대가 됐는데 요즘 뭐가 제일 고민이야?"
"글쎄. 잘 모르겠는데."
"잘 생각해봐.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수학?"
"왜? 수학이 어려워? 아빠랑 공부하잖아. 영어는 안 어려워?"
"아. 영어도 있지. 그럼 영어, 수학."


생각 외였다. 예전보다 잠도 더 많이 자고, 이젠 제법 머리가 굵어졌다며 엄마, 아빠 말도 가끔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마치 사춘기가 온 것 같이 행동하는 녀석인데, 정작 고민을 물어보니 영어와 수학이라니. 물론 공부는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의 고민이겠지만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까꿍이를 유별나게 공부시키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공부가 고민의 1순위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그렇게 공부가 스트레스였던가?

그럴 리가 없다. 이것은 묻는 이가 아빠라서 건성건성 대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 다시 질문.

"잘 생각해봐. 영어, 수학 말고 없어? 예를 들어 왜 사는지 모르겠다느니,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느니 그런 거."
"없어."


대답은 했지만 얼굴을 보아하니 벌써 아빠의 질문이 귀찮다는 표정이다. 더 이상 물어보아도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리 만무한 듯 보였다. 그냥 알겠다고 하는 수밖에.

어쩌면 첫째 까꿍이의 고민은 녀석이 아니라 정작 내게 주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아빠의 뽀뽀와 포옹은 완곡하게 거절하는 녀석.

오래 전 아버지가 4학년이 된 여동생에게서 느꼈던 섭섭함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까꿍이에 대한 스킨십을 줄여가고는 있지만 그 상황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엊그제만 해도 아빠가 제일 좋다며 품안에 포옥 안기던 녀석이었는데, 벌써 녀석에게 말도 안 통하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됐다니. 이제 10대 딸을 키우는 아비로서 내가 새로운 고민을 하는 수밖에.

[둘째 산들이의 고민] 구구단을 어떻게 외우지?
 

삼남매와 베트남 학교 ⓒ 정가람


이야기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는 누나와 달리, 주관이 뚜렷한 9살 산들이는 자신의 고민을 아주 명확하게 밝혔다. 바로 구구단 외우기다. 대한민국의 초등학생 2학년이면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마의 코스. 둘째는 2년 전 누나가 구구단 외우는 걸 본 이후로 항상 구구단에 대한 두려움을 피력하곤 했다.

"산들이, 넌 올해 뭐가 가장 큰 고민이야?"
"나? 나야 구구단 외우기지."
"구구단이 왜? 너, 외우는 거 잘 하잖아."
"아니야. 잘 못해."


아이의 표정은 어두웠다. 누나가 구구단을 외우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가다가도 시시때때로 구구단을 묻는 엄마, 아빠와 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스스로 주눅이 들고 마는 누나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둘째는 뭐든지 자신이 완벽하게 소화하지 않으면 섣불리 도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어렸을 때도 넘어지면서 걷기 시작했던 첫째와 달리, 둘째는 넘어지지 않을 때가 돼서야 스스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그만큼 실패를 두려워했으며, 자신이 잘 하는 것만 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구구단은 어쨌든 꼭 넘어야 되는 산 아닌가. 그러니 두려울 수밖에.

"산들아, 너무 걱정하지 마. 구구단 그렇게 어렵지 않아. 열심히만 하면 다 잘 할 수 있어. 너 역사 잘 알잖아. 아빠와 선생님이 이야기했던 거 잊지 않고 잘 기억하더만. 넌 기억력이 좋으니까 구구단도 잘 할 거야."
"역사는 내가 좋아하니까. 그런데 수학은 아니잖아."


아빠의 어설픈 설득에도 아이는 쉬이 밝아지지 않았다. 아무리 아빠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초등학교 2학년이 구구단을 외워야 한다는 사실은 불변이었고, 산들이는 정확하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씁쓸했다. 초등학생 2학년도 4학년과 마찬가지로 공부가 가장 큰 고민이라니. 물론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하지만, 올해의 고민으로 공부를 운운하는 것이 맞는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것은 대한민국만의 특성일까? 9살 아이가 이것 말고 다른 것을 고민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걸까?

[셋째 복댕이의 고민] 세영이랑 결혼해야 하는데...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 ⓒ 이희동


조금은 심각한 첫째와 둘째의 고민 이야기. 그걸 옆에서 듣고 있던 막내 7살 복댕이가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아빠, 나한테도 뭐가 제일 고민거리냐고 물어봐봐."
"그래. 우리 복댕이는 올해 뭐가 제일 고민이야?"
"나는 우리 반 세영(가명)이와 결혼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야."


그동안 세상의 여자 중에서는 엄마가 제일 좋다며, 죽을 때까지 엄마와 같이 살고 싶다고 했던 막내는 지난해 어린이집 같은 반이었던 세영이와 결혼하고 싶다고 고백했었다. 엄마, 아빠만 알고 있으라며.

세영이 이야기만 나오면 빙긋이 웃으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 녀석은 인심 쓰듯 세영이와 결혼해도 엄마, 아빠와 같이 살고 싶다고도 했다. 물론, 아내는 싫다며 농반진반으로 펄쩍 뛰었지만.

"결혼하는 게 뭐가 문제야? 하면 되잖아."
"그런데 내년에 학교 들어가면, 같은 학교 가나?"
"학교가 달라도 서로 연락하면 되지."
"그래? 그럼 됐고."
"그나저나 세영이는 너 좋아한대?"
"몰라. 좋아할 걸? 아님 말고."
"세영이가 왜 좋아?"
"응. 나하고 다르게 얌전하거든."


가장 속편한 7살 막내였다. 그래, 벌써부터 공부를 고민하는 11살, 9살과 달리 넌 연애가 가장 큰 고민이구나. 어쩌면 그게 가장 중요한 고민일 지도. 다만 세월이 하 수상해서 우리가 잠시 잊고 있는 것일 뿐.
 

삼남매의 설빔 ⓒ 정가람


2019년. 다시 시작하는 한 해. 아이들의 고민은 곧 아내와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과연 어떻게 그 고민들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끝은 할 수 없지만 다짐 하나만 분명히 해둔다. 엄마와 아빠는 너희들을 항상 응원하며 어떤 고민도 함께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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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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