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은 다시 '기억하고', 강릉은 다시 '뜨겁게'

[현장] 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식과 대축제 열린 평창과 강릉

등록 2019.02.10 12:18수정 2019.02.1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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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1주년 기념식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9일 열렸다. ⓒ 박장식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의 1주년의 기념식과 대축제가 지난 9일 오후와 저녁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렸다. 평창에서 열린 기념식이 올림픽 1주년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지역주민들에 중심을 맞췄다면, 강릉에서 열린 대축제에서는 모든 이들이 함께 열광하는 축제에 포커스를 맞췄다.

두 행사 모두 이낙연 국무총리와 세르미앙 응 IOC 위원이 찾아 축사를 했고, 수호랑과 반다비, 그리고 행사 말미의 불꽃놀이가 행사장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이었다. 그러나 야외에서 진행된 평창과 실내에서 열린 강릉의 두 행사 분위기는 달랐다.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식과 대축제 현장을 찾았다.

지역민의 축제가 된 평창
 

평창군기, 아지토스기, 태극기, 오륜기, 강원도기가 도열해 있다. 좌측으로는 올림픽 참가국 국기가 도열한 것이 보인다. ⓒ 박장식

 
당초 강릉시에서 단독 개최로 계획되었던 기념식은 평창군의 강력한 반발 끝에 평창군에서 기념식을, 강릉시에서 대축제를 열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군민들의 강력한 요구 덕분에 이룬 기념식인 탓에 평창군은 과거 올림픽 스타디움의 영광을 최대한 회상해낼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

올림픽 스타디움의 형태에 따라 오각형 단상에서 열린 기념식은 오후 4시 국악인 송소희씨의 축하공연으로 처음 막이 올랐다. 송씨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가 엊그제같다"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어 강원도 각지에서 모인 360명 규모의 연합 풍물놀이패가 신명나는 길놀이공연과 터다짐을 이어갔다.

이어 성인과 어린이로 구성된 연합합창단이 러브홀릭스의 'Butterfly'를 부르는 동안, 군인으로 이루어진 기수단이 평창군기와 강원도기, 태극기, 아지토스기, 오륜기를 들고 도열했다. 뒤이은 기수단은 한반도기를 포함한 올림픽 참가국기를 들어올리고 올림픽 개회식 때를 떠오르게끔 무대로 입장했다.

한왕기 평창군수의 감사 인사에 이어, 세르미앙 응 IOC 위원은 "평창의 평화와 열정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는 취지의 축사를 이어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평창 올림픽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역사였다. 외국언론은 '흠이 없는 게 흠'이라고 칭찬했을 정도"라며 성공 개최를 이뤄낸 평창 군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평창 선언에 쏟아진 박수... 평창의 자부심 확인한 기념식
 

이낙연 총리와 '셀카' 찍는 시민들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식장에서 시민들이 이낙연 총리에게 셀카 촬영을 요청하고 있다. ⓒ 박장식

 
축사 이후 강원도립무용단의 평화를 주제로 한 공연에 이어 평창 평화선언이 발표되었다. 평창올림픽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것을 주제로 하는 평창 평화선언에는 평창군 주민과 초등학생들을 비롯해 이채원 전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등이 참여했다. 선언 이후에는 평창의 평화를 상징하는 700개 비둘기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성화봉송 주제가를 불렀던 가수 인순이씨의 축하무대와 함께 터진 불꽃놀이를 끝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념식이 마무리되었다. 평창 군민들이 주축이 된 이번 기념식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군민들의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참석자들 가운데 일부는 평창 선언이 발표되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진부면에서 왔다는 권상만(69) 씨는 "평창 군민들이 성공적으로 동계 올림픽을 잘 끝냈고, 오늘 1주년 행사도 이렇게 잘 끝내 아주 기분이 좋다"면서 "앞으로 동계올림픽의 유산을, 평창을 찾을 관광객들을 위해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고 소회를 드러냈다. 

대축제 열린 강릉... '모두의 축제로'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 대축제가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개최되었다. ⓒ 박장식

 
평창에서의 기념식이 끝난 뒤 40분 후인 오후 6시 30분에는 1만 2천 석 규모의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평창 올림픽 1주년 기념 대축제가 열렸다. 대축제가 열리기 직전에는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이상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싸인회가 열려 참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은 가장 먼저 무대를 꾸민 콜롬비아와 강원예고의 합동공연인 '몸의 학교' 퍼포먼스에 감탄했다.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반다비와 수호랑이 무대 위에 다시 오르고, 백호와 여섯 아이들의 재등장까지, 평창 올림픽 개회식을 다시 보는듯한 무대가 이어졌다.

 K-POP 가수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슈퍼주니어 D&E가 출연해 <떴다 오빠> 등을 불렀으며, NCT127과 모모랜드도 멋진 무대를 이어갔다. 발라드 가수인 백지영씨도 <총 맞은것처럼> 등을 부르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고, 아이콘과 위너도 <사랑을 했다>, Millions 등 대표곡을 불렀다.

'피겨 여왕'의 소회, 아리랑의 큰 감동
 

세르미앙 응 IOC 재정분과위원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 대축제에서 축사하고 있다. 뒤로 김연아 씨(하얀 옷)와 이낙연 총리(검은 옷)이 보인다. ⓒ 박장식

 
2부의 시작과 함께 '피겨 여왕' 김연아가 무대로 올라서자 관중석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김연아는 "강원도를 올림픽 이후 오래간만에 찾는다"며 운을 뗐다. 이어 "2003년 첫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우리나라도 평창의 유치를 선언했다. 그래서 평창은 내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김연아씨는 앤드류 파슨스 IPC 위원장의 축하 영상편지를 소개하고, 마이크를 이낙연 총리와 세르미앙 응 IOC 위원에게 넘겼다. 응 위원은 "강릉에는 아직 올림픽 정신이 살아있음을 목격했다"고 말했고, 이 총리는 축사를 통해 당시의 기억을 꺼내며 "강원도는 더이상 변방이 아니다. 역사는 강원도를 한반도 평화의 전진기지로 기억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강원도를 그렇게 만들자"고 발언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 대축제에서 합창단이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 박장식

 
이어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음악감독이었던 양방언씨가 강릉시립교향악단과 공연했다. 대표곡 Frontier에 이어, 가수 하현우씨가 노래한 정선 아리랑을 연주했다. 이후 아리랑의 연주가 흐르더니, 무대 가운데로 나타난 기차에 국립합창단이 타고 나와 아리랑을 불렀다. 역동적인 아리랑 공연에 관객들은 환호했고, 양방언 감독도 환호에 화답하듯 Dream railroad를 빠르고 강한 템포로 신나게 연주했다.

행사가 끝난 직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기념하는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커다란 불꽃놀이에 외국인 관람객들은 물론, 한국인 관람객들도 귀가하는 걸음을 멈추고 기념 사진을 찍는 등, 불꽃놀이가 평창과 강릉의 밤을 환하게 밝혀냈다.

기억의 평창, 환희의 강릉
 

아이스 아레나 밝히는 불꽃 평창 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 대축제가 끝난 후 불꽃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평창 동게올림픽은 2주년, 3주년을 넘으면 이 불꽃처럼 더욱 찬란하게 기억될까. ⓒ 박장식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기념식과 대축제는 서로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이어졌다. 평창 올림픽의 개폐회식을 되돌아보고, 여러 가수들이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던 대축제와는 달리 기념식에서는 올림픽이 평창 일대에 남긴 유산에 집중하고, 올림픽 이후 활동들에 대해 더 의미를 부여했던 점이 눈에 띄었다.

축제가 남긴 과제도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축사에서 "올림픽을 둘러싼 숙제"를 여럿 언급했을만큼, 올림픽 이후 후유증과 여러 사건을 통해 나타난 사회적, 국제적, 그리고 자원적인 숙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함을 1주년 기념식과 대축제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기념식과 대축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2월 17일까지 여러 포럼이 개최되고, 개최지 및 비개최지 지자체를 대상으로 여러 문화행사가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1주년 기념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념식 #대축제 #평창 레거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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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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