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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맴매'에 손대는 어른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서평] 김희경 '이상한 정상 가족'... 사랑의 매는 없다

등록 2019.02.12 16:16수정 2019.02.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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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내 아이들과 이 땅의 모든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아이들을 존중하며 열심히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가끔이지만 참다 못해 드는 회초리를 '사랑의 매' 혹은 훈육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합리화했던 나의 위선적이고 비겁하며 치졸하기까지 했던 모습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숱한 육아 관련 서적들은 다 소용없었다. 역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아이를 대하는 관점은 곧 인간을 대하는 관점이다. 세 아이의 엄마인 내가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을 만난 건 행운이고 다행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의 무지함을 깨달았고 좀 더 나은 부모, 좀 더 괜찮은 인간이 왜야 겠다고 결심했다.

체벌과 학대, 본질은 똑같다
 

<이상한 정상가족> 표지. ⓒ 동아시아


  
저자는 "부모라고 해서 아이에게 폭력을 가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정당한가?"라고 묻는다. 그는 "자녀를 소유물처럼 바라보기 때문에 부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폭력을 행사해도 되는 대상으로 간주한다"며 "체벌은 엄연히 별개인 인격체에 대한 구타이고 폭행인데도 아이의 관점이 아닌 부모의 관점에서 지속된다"고(28쪽) 지적한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 '엉덩이 맴매'를 했던 순간들을 가만히 더듬어봤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의 표정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겁주고 위협해서라도 굴복시키고자 했던 강자의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다.
 
"나는 언제든 너의 몸에 손댈 수 있다는 가르침, 과거 여성에 대한 폭력도 같은 메시지를 깔고 있었다. 체벌을 비롯하여 친밀한 관계에 있는 타인에 대한 반복적인 폭력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언제든 당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권위주의적 메시지, 당신이 존재할 권리를 결정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인 나라는 주장, 그렇게 힘으로 상대를 침묵시키고 상대의 목소리를 부정하고 때리는 사람의 목소리를 상대 안에 심으려 하는 시도다." (30쪽)

책에서 설명하는 체벌의 본질이다. 많은 이들이 체벌을 '잠재적 학대'로 간주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에게는 학대와 동일한 수준으로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아이를 훈육하고자 하는 부모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체벌은 아이의 행동과 발달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사랑의 매'라는 것은 전적으로 때리는 사람의 논리이지, 맞는 사람의 논리는 아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그 무엇으로도 상처주고 때릴 자격은 없다. 이는 '나이가 어린' 인간이어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폭력을 연관짓고 훈육적 체벌을 정당화하는 태도는 더 큰 사회적 폭력을 키운다. 체벌은 엄연히 불평등한 관계에서 발생하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힘에 의한 불평등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체벌 근절이 '사회에서 모든 행태의 폭력을 줄이고 방지하기 위한 핵심 전략'(40쪽)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체벌을 쉽게 생각하고 용인하는 태도, 폭력에 관대한 정서, 공적 개입의 부재 등으로 인해 자잘한 구멍이 사방에서 생겨나고 결국 어디에선가는 아이가 맞아서 목숨을 잃는다"며 "그런 면에서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쯤으로 여기고 부모의 체벌에 관대한 한국 사회는 마을 전체로 아이를 학대하는데 가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41쪽)라고 개탄한다.

뒤틀린 가족주의의 비극적 결말에 관해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일가족 동반자살 뉴스는 혈연을 중심으로 똘똘뭉친 강력한 가족주의의 비극적 결말이다. 실상 따지고 보면 동반자살이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살해하고 자신의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이는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살해 당한 것이다.

저자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부모라고 해서 아이의 생명권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 이러한 사건들이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동반자살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할 수 없는 사건인데도 그렇게 정의함으로써 이 비극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양육과 돌봄의 상당 부분을 가족이 책임지고 있는 한국사회 현실에서 빈곤의 확산과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는 더 많은 비극을 양산해낸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가족들끼리 똘똘 뭉치는 것 밖에는 없다. 그렇게 발버둥치다가 그마저도 어렵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 가족 전체를 몰살하고 자살한다. 결핍과 가난의 최대 피해자는 가족 안에서도 약자인 아이들이다. 심지어 아이들은 생사를 결정할 권리마저도 박탈당한 채 죽음의 순간을 맞는다.
 
"모두가 가족 밖의 어떤 목표를 향해 죽자고 달려가며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율성 존중이 가능하겠는가. 가족의 짐을 사회로 옮겨오고, 어떤 가족에 속하든 다양한 개인들의 공동체인 가족이 형태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가족에서 극단적으로 적은 '공'의 비율을 늘리라고 요구해야 할 때다. 가족에서 '공'의 비율을 늘리는 공공성의 강화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 즉 가족의 짐을 덜고,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238쪽)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민주주의

저자는 이 책에서 '정상가족'이라는 폐쇄적 틀 때문에 상처받고 억압받고 학대당하고 때로는 죽기까지 하는 가장 약자가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자료와 근거로 꼼꼼하게 입증하고 있다. 넬슨 만델라는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더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5쪽) 말했다. 한국사회의 현실은 참담하고 부끄럽다.

촛불혁명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주주의 발전이 더딘 것은 민주주의자를 길러내지 못하는 가정환경, 교육환경과 강한 연관성을 갖는다. 가정에서, 동네에서, 학교에서 일상의 민주화가 실현돼야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다. 아이들을 민주적 시민으로 길러낼 일차적인 소임은 가정에 있다.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나는 아이들과 '가족회의'를 했다. 몇 개월전부터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아이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고 묵살해왔는데 이번에 가족회의에서 함께 의논해 결정하기로 했다. 10살, 8살, 6살 아이와 함께 하는 토론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가족회의'라고 이름붙인 덕분인지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좀 더 정리해서 책임있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반려동물을 키울 것인가 말 것인가, 키운다면 어떤 동물을 키울 것인가,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애완동물을 돌보기 위한 가족 내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해야 할까 등 이야기를 할수록 의제는 더 풍성해졌다. 아이들은 각자의 주장으로 충돌하기도 하고 화합하기도 하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결국 3월부터 거북이를 키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거북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10살 큰 아이가 조사하고 공부해서 알려주기로 했다.

회의 끝에 아이들에게 엄마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물으니 이구동성으로 "엄마가 화를 안 냈으면 좋겠다"고 한다. 다시 한번 미안했다. 앞으로는 종종 가족회의를 열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논의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다음 회의는 언제 할거냐고 묻는다. 나는 이것이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가족 구성원 안에서 아이들보다는 강자인 내가 나도 모르게 힘의 논리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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