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웃고 져도 웃고 "이거 안했음 어쩔 뻔"

충남 예산군 포켓볼 동아리

등록 2019.02.16 14:14수정 2019.02.1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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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보> ⓒ 김두레

 
백세시대다. 인생 황혼기를 활기차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 무엇으로 활력소를 얻으면 좋을까? 포켓볼을 통해 건강하게, 맑게, 자신 있게 즐거움을 찾는다는 어르신 모임을 찾았다.


지난 1일, 충남 예산군 예산군노인종합복지회관(충남 예산군 소재) 지하에서 당구공 부딪치는 소리에 맞춰 웃음소리도 크게 퍼진다.

"이렇게 쳐야 하는 거 아녀?"
"얼씨구!"
"아차차~ 아이구야"


포켓볼 동아리 회원들이 당구대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추임새를 넣으며 응원에 한창이다. 당구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큐를 들고 있는 모습에 사뭇 진지함이 묻어난다.

19명으로 구성된 이 동아리는 11년 전 노인종합복지회관에 놓인 당구대에서부터 시작됐다. 포켓볼을 취미 삼던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평균 80세 이상 어르신들이라는데, 분위기는 여느 젊은이들 모임과 다를 바 없이 활기차다. 모두 포켓볼 하나에 "항상 웃으며 생기를 얻는다"고 입을 모은다.


"친구들이랑 이렇게 포켓볼 치면서 죙일 웃어유. 이기고, 지고, 웃고. 운동도 많이 돼유. 신체운동은 물론이구 집중하며 치니까 정신운동도 되니 참 좋쥬. 올해 내가 여든여섯인디, 다들 나이보단 젊게 봐유"

박영화 회원이 인자한 웃음을 보인다.
 

<무한정보> ⓒ 김두레

 
10년 전부터 포켓볼을 쳐왔다는 정귀점 회원은 "취미로 치기 시작했는데, 참 재밌어요. 한 번에 여러 개 들어가면 어찌나 짜릿한지···. 가끔은 이것 안했음 어쩔 뻔 했나 싶다니까요"하고 맑은 눈빛을 보낸다.

회원들이 모두 즐겁게 경기를 즐기는데는 경기방식도 한몫했다. 회원이 적지 않아 한 게임에 모두 참여하지 못하다 보니, 치던 사람만 계속 치거나 못 쳐서 서운한 회원이 없도록 돌아가며 참여하는 게임 방법을 정했다.

1번부터 10번까지 각자 번호표를 붙여 5명씩 홀·짝수 팀으로 나눠 경기한다. 승부에 진 팀은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회원들에게 번호표를 준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은 구경하면서, 참여하는 회원은 응원하면서 같은 시간을 즐긴다. 현명한 방법이다.

순서를 기다리던 송복순 회원이 "남의 편에서 흰 공 넣을 때가 제일 재밌어유. 파울 된 건 아무데나 놔도 되잖여~"하고 소녀처럼 맑은 웃음을 띠고는, "재밌어서 웃으니 좋고, 움직이면서 운동하니 건강에도 좋아유. 3시에 집 가면 배가 고프다니께? 그러니 저녁 맛도 좋다니까유. 내 나이가 팔십둘인디, 이렇게 즐거우니 참 좋아유"라고 자랑한다.

한창 진행되던 경기에서 한 회원 얼굴이 영 어려운 모양새다.

"앞팀서 요렇게 붙여 놓으면 뒷사람은 워떻게 친댜?"
"요놈을 저짝에 후려 쌔려봐"


정겹게 오가는 사투리 속에 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모두들 사소한 움직임에도, 말 하나에도 웃음이 '빵' 터진다.

"좋은 것을 말로 다 할 수 없지요. 모일 때마다 이렇게 즐겁게 웃고, 응원하면서 소리도 지르고, 에너지가 넘쳐요. 저는 한때 집에만 있을 땐 우울증도 왔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 사람들 만나며 같이 놀고 즐기고 웃으니 싹 사라졌어요."

슬며시 이야기를 꺼내는 황규영 회장의 눈에 생기가 돋는다.

서로를 응원하는 활기 속에, 웃으며 즐기는 순간 속에 나이를 불문케 하는 젊음이 있는 듯하다. 당구대 하나에서 울려 퍼져 차고 넘치는 에너지가 이들의 공간을 꽉 채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포켓볼 #어르신 동아리 #어르신 취미 #백세시대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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