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서양미술에 혁명을 일으킨 '입체파'

[리뷰] '피카소와 큐비즘'전

등록 2019.02.14 09:46수정 2019.02.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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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입구에 붙은 이번 전시 포스터.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 '무용(La Danse)' 296×206cm 태피스트리 1975년 작 ⓒ 김형순

'피카소와 큐비즘(입체파)'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3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파리시립근대미술관(MAMVP)'이 소장해온 20세기 현대회화 작품이다. 마침 이 미술관이 지금 내부 수리 중이라 5미터가 넘는 대형장식화 '리듬' 시리즈 등 90여 점이 8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전시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파리시립근대미술관(MAMVP) 관장과 프랑스 미대 동기생인 한 서순주 박사가 기획했다. 그는 '샤갈, 피카소, 모네, 고흐, 르누아르, 고갱, 모딜리아니' 등등 서양 근현대미술의 거장전을 15번이나 기획해온 프랑스 근현대미술 전문가이자 또한 전시 베테랑이다.


20세기 초 1907년부터 일어난 입체파 회화는 전통회화의 형식과 색채를 파괴한 프랑스에서 일어난 획기적인 미술운동이다. 그래서 현대미술의 지평을 여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피카소와 브라크' 지금 파리 퐁피두센터에서도 '입체파(Le cubisme)' 전이 2월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서울과 파리의 퐁피두 입체파 전시에서 뭔가 다르지 궁금해진다. 
 

폴 세잔 I '햇살을 마주 본 레스타그의 아침(L'Estaque le matin vu a contre jour)' 1883. 풍경화 속 집들이 '통'으로 그려져 있다. ⓒ 김형순


'큐비즘(입체파)'의 원류는 서양 근대회화의 아버지하고 불리는 '세잔'에서 나왔다. 피카소는 그래서 세잔을 '나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세잔은 500년 묵은 과거의 관습에서 그림을 해방시켰다. "사물을 원형, 원통, 원추로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그의 그림을 보면 작품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다 땅바닥에 쏟아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큐브(cube)'라는 말에서 큐비즘이 나왔는데 큐브는 '정육면체'를 말한다. 요즘의 3D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을 '통째로' 보는 걸 말한다. 입체파는 전통기법을 벗어나 사물이나 풍경의 본질만을 그리려 했다. 과장과 꾸밈이 없는 순수한 회화세계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래서 색채나 형태나 원근법이 중요하지 않다. 풍경화를 봐도 무슨 계절인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입체파는 사실적 모사를 과감히 파괴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면서 공간분할과 색채구성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이를 계기로 다양한 20세기 미술사조를 낳는 촉진제가 되었다. 
 

작가 미상 I '코트디부아르 가면'(아프리카 단족) 등등 ⓒ 김형순


피카소는 더 넓고 새로운 미술의 지평을 여는 데 세잔만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아프리카 '원시미술'을 도입했다. 아프리카 원시미술을 열심히 탐구했다. 피카소는 이런 번민과 실험 끝에 마침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아비뇽 처녀들'을 발표했다. 이 작품이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그의 친구로부터도 조롱을 받았을까. 입체파 회화의 상징물이 되었다. 
 

피카소의 작품 '아비뇽 처녀들'을 그린 곳이 여기 '바토-라부아르'다. 1907 ⓒ 김형순

 
20세기 대표하는 이 기념비적인 작품이 잉태한 곳이 바로 몽마르트르 '세탁부'다. 이 이름은 빨래하는 강변의 배 모양 같다고 해서 나왔다. 이 이름은 피카소 친구 '막스 자코브(시인)'가 지어준 것이다. 이곳은 원래 160년간 피아노를 만들어온 공장구역이었다. 당시 이곳은 생활비가 적게 들고 집세가 워낙 싸서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곳이다.

당시 파리에는 문학과 미술 잡지가 200개가 넘을 정도로 활발한 문화 운동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피카소와 브라크는 세잔 풍 그림과 아프리카 미술의 영감을 받아 입방체로 변형시키는 화풍을 발명한 것이다. 이 미술운동이 아프리카 미술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지금까지 감정의 결과물로 여겨졌던 미술을 지적이고 분석적인 이성주의로 바꿨다.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 I '여인의 두상(Tete de femme)' 캔버스에 유화 41×33cm, 1909 ⓒ 김형순

 
이렇게 이들은 대상을 입체화하는 과정에서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인 실험을 시도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보다는 사물을 꿰뚫어 보는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인지력을 중시했다. 그래서 피카소는 "내가 본 걸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걸 그릴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입체파는 왜 등장했는가? 그 시대에 맞는 새 미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세기도 21세기처럼 못지않게 격변의 시대였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등과 같이 전에 없는 과학과 철학과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더 깊이 파헤친 정신분석 등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게 총감독의 설명이다.


입체파에 속하는 화가들은 누구인가? 물론 세잔이 선구자고 피카소과 브라크는 물론 들어간다. 그들을 이어 '후안 그리스, 페르낭 레제, 뒤피, 드랭, 페라, 비용, 에르뱅, 곤차로바, 마르쿠시' 등 나오고 이번에 그런 작가들 20여 명 작품이 소개된다. 피카소의 입체화는 화면의 재구성에 관심을 둔 분석적 입체화와 콜라주 등을 사용하는 종합적 입체화로 나눈다. 
 

라울 뒤피 I '프로방스 풍경' 60×73cm 1905년. 시인 아폴리네르는 그를 피카소나 드랭과 버금가는 화가'로 여겼다 ⓒ 김형순

 
'라울 뒤피'는 마티스가 주도하는 '야수파'의 일원이었지만, 입체파에도 가담해 그만의 독특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수채화풍으로 그린 명랑한 색채화는 추상회화처럼 음악이 듣는 듯, 리듬감 있는 선묘로 화면을 구성했다. 항구, 요트 등 남불에 빛나는 햇살이 넘치는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그밖에도 그는 무대미술, 섬유, 태피스트리, 도자기. 잡지표지도 했다. 
 

페르낭 레제(Fernand Leger) I '파이프를 든 남자(L'homme a la pipe)' 캔버스에 유화 91×65cm, 1920년 근접 촬영 ⓒ 김형순

 
20세기의 공학적 미학을 개척한 '페르낭 레제'는 큐비즘을 '튜비즘(tubism)'으로 변형시켰다. 특히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들로네부부'는 입체파에 '황금분할(1912년 시작)'을 적응해 '오르피즘(orphism)'으로 발전시켰다. 튜비즘이란 대상을 원형튜브처럼 그린 것이고, 오르피즘은 '음악신'에서 온 어휘처럼 회화에 음악성을 높이는 걸 말한다. 
 

소니아 들로네 I '색채 리듬(Rythme couleur) 1번' 97×195cm 1964. 리듬감 넘치는 시간의 흐름이 보인다 ⓒ 김형순

 
입체파가 없었다면 20세기 미술유파도 이렇게 다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야수파'와 '표현주의'의 구별이 힘들 듯, '입체파'와 '추상주의'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칸딘스키에서 보듯 추상주의는 소리와 리듬을 중시해 오르피즘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로베르 들로네와 소니아 들로네 I '리듬 1번부터 4번까지' 1938. 이 대형작품 앞에서 전시에 대해 설명하는 이번 전시의 기획자 서순주 총감독 ⓒ 김형순

 
하여간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들로네 부부의 대형작품 '리듬' 연작이다. 이들은 입체파와 비정형적 색채와 기하학적 공식을 접목한 '황금분할(Section d'or)'을 활용했다. 이런 화풍은 기하학적 리듬감으로 움직임의 환영도 일으킨다. 이것은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미술)'와도 관련된다. 이런 최초 작품은 '뒤샹'의 '자전거 바퀴(1913년)'다. 그도 입체파와 관련 있다.

'황금분할'은 주어진 길이를 가장 이상적으로 나누는 비율로, 그 근사값이 약 1.618 무리수다. 시각적으로 좋은 느낌을 주는 비례를 말한다. 이 분할은 고대 그리스에서 발견되었고 르네상스 시기에도 적용됐다. 입체파나 추상파에서 이런 기하학적 원리가 존중된 셈이다. 균형감과 안정감을 주는 게 큰 미덕이다. 이 법칙은 오늘날 명함 작성 등에도 활용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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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순
덧붙이는 글 [정규 도슨트 작품 해설] 매일 오후 2시 4시 6시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휴관] 2019년 2월 25일과 3월 25일
[전시정보] https://picassocubism.modoo.at/
[동영상] https://www.youtube.com/embed/ge4qghAS1qs
[퐁피두 입체파전과 비교] 퐁피두센터의 홈페이지이다. https://www.centrepompidou.fr/ 
#피카소 #브라크 #입체파 #세잔 #들로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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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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