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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박명수 '호통' 웃기긴 한데... '6자회담' 이건 아쉽네

[리뷰] KBS 2TV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 6자회담 > 정규 편성 기회 얻을까

19.02.13 12:30최종업데이트19.02.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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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파일럿 예능 < 6자회담 >에 출연한 이경규, 김용만, 박명수 ⓒ KBS

  
KBS 2TV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 6자회담 >은 설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5일, 그리고 12일 총 이틀에 걸쳐 4부작으로 방송됐다. 오랜 만에 지상파의 문을 두드린 이경규를 중심으로 여섯 명의 대표 예능인이 모여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펼치는 포맷이다.

호통과 버럭으로 상징되는 이경규, 박명수, 장동민 조합에 관록의 김용만과 김희철, 장도연이 가세한 조합은 기대감과 우려감을 동시에 안겼다. 실제로 첫 방송이 나간 5일 방송분은 2.5%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면서 정규 편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2회분의 방송에서는 '한국식 만 나이'를 비롯해 건강 및 수명 등 여러 주제를 다뤘다. 그러나 딱히 연관성 없는 소재들이 나열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출연진들의 멘트가 뒤섞이면서 "산만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정신없이 웃었다"고 호평하는 반응도 있었다. 과연 < 6자회담 >은 고정 예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첫 주의 산만함... 다소 정돈된 2주 차 방송  
 

지난 5일 방영된 KBS 2TV < 6자회담 >의 한 장면 ⓒ KBS

 
첫 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은 점은 중구난방식 '토크'와 진행이었다. 3~4개의 각기 다른 토론 주제가 부여되었지만, 연결고리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흘러갔고 출연진들은 너도나도 자신이 할 말만 내뱉는 식이었다. 이렇다 보니, < 6자회담 >이 던지려는 화두가 시청자들에게 깊이 있게 다가오지 못했다.

이러한 반응을 의식해서였을까. 12일 방영분에선 전주 대비 정돈된 분위기로 진행됐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경규, 박명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는 진행이 가능한 김용만이 상황을 수습했고 첫 회의 어수선함을 다소 떨쳐냈다.

토론의 주제도 나름 일관성 있게 정리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을 발 빠르게 개선하려는 노력이 엿보인 대목이었다. 미리 제작된 KBS 개그맨들의 상황극을 통해 기성 세대와 요즘 세대의 갈등 요소로 부각되는 '꼰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 역시 비슷한 의도로 비춰졌다.

예능인 스스로 실감하는 위기의 시대
 

지난 12일 방영된 KBS 2TV < 6자회담 >에선 백종원으로 대표되는 비예능인들의 급부상을 주요 토론 소재로 삼았다. ⓒ KBS

 
12일 방송에서 눈길을 모은 부분은 대형 MC 시대의 종말, 비예능인들의 습격, 1인 크리에이터 시대 등을 다룬 중후반부 내용들이다. 이들은 방송 도중 우스갯소리로 "비예능인들의 TV 출연을 막아야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백종원 및 인터넷 1인 크리에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비예능인'들의 급부상은 달라진 방송 환경을 대변한다. 이러한 흐름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제작진이 실시한 초등학생 현장 선호도 투표에서도 '도티'(크리에이터)에게 압도적으로 표가 쏠렸다. 이경규, 박명수 등이 고작 1표만 얻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보였다.

각종 버라이어티 예능과 공개 코미디가 퇴조한 것에 반해 관찰 예능은 수년째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유튜브 콘텐츠 역시 영향력을 더욱 넓히고 있다. < 6자회담 >의 출연진 뿐만 아니라 기존 TV 프로그램에만 의존하던 예능인들에겐 확실히 위기감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관찰 예능은 다큐멘터리의 연장선"(이경규), "유행만 쫒기 보단 자기만의 색이 필요하다"(장동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 보단 송은이 선배처럼 스스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모습이 멋지다"(장도연) 같은 의견들은 기존 예능인들이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을 전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선사했다.

출연진들의 확실한 역할 분담 필요
 

지난 12일 방영된 KBS 2TV < 6자회담 >의 한 장면. ⓒ KBS

 
아직까지 < 6자회담 >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의적인 견해를 피력한 시청자들은 공통적으로 이경규와 박명수 두 사람 특유의 '무근본 말장난'(?)을 가장 큰 재미요소로 꼽았다.

과거 MBC <무한도전> '예능 총회' 특집이 연상되는 구성이긴 했지만, 옥신각신 다툼을 보이는 이경규 박명수의 모습은 분명한 웃음을 보장해주는 출연진들이다. 다만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마냥 속도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자주 엿보였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호흡을 중간에서 적절히 조절해줄 사람들도 필요해 보인다.

그런 점에선 김용만과 장도연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로 진행자가 없는 토론 형식이기에 자칫 중구난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 두 사람에게 능력치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운용의 묘'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토론 주제 선정에도 심도 있는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전주 대비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다음 주제로 이어지는 부분은 매끄럽지 못해, 시청자들의 의야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다루려고 하기 보단 12일 방송 후반부처럼 비예능인, 인터넷 컨텐츠 등 비교적 연관성 있는 소재들을 하루 방영분에 녹여내는 식의 접근법도 생각해봄직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6자회담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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