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박싸움' 치르는 한국당, 친박이냐 비박이냐 배박이냐

2.27 한국당 전당대회,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까

등록 2019.02.13 10:18수정 2019.02.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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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자 등록 신청 결과 ⓒ 임병도

 
자유한국당의 당 대표 최종 후보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으로 결정됐습니다. 

12일 한국당은 당 대표 후보자 등록 신청 결과를 공고했습니다. 원래 출마하기로 했던 홍준표 전 대표, 심재철, 정우택, 주호영, 안상수 의원 등이 전당대회 보이콧을 선언했고, 불출마했습니다.

결국, 2.27 전당대회는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의원의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습니다. 이 세 명 중 누가 한국당 대표가 될지, 변수는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친박 김진태] 징계받으면 전당대회 출마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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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원들 보호 속 광주 간담회장 떠나는 김진태 의원 극우논객 지만원씨를 국회에 초청해 ‘5.18 북한군 개입설’ 등 5.18민주화운동을 왜곡, 폄훼, 모욕하는 강연을 하게 한 김진태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12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자유한국당 전남도당, 광주시당을 방문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장 밖에서 5.18 관련단체 회원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발언을 마친 김진태 의원이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 권우성

김진태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후보입니다. 당내 친박 세력의 지지를 받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김 의원이 가진 극우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입니다.

김 의원은 한 마디로 '싸움닭' 같은 존재입니다. 정부와의 싸움이나 대여 투쟁에서는 효과적인 카드일지 모르지만, 당내 권력을 주기에는 불안한 면이 있다는 평입니다.

당대표로 내년 총선을 치르려면 효과적인 선거 승리 전략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진태 의원은 오로지 '강력한 문재인 퇴진 투쟁'만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카드가 먹히면 다행이겠지만, 되레 역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5.18 북한군 개입 폭동 망언 3인방'(김진태·김순례·이종명)으로 13일 한국당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제소될 예정이라, 징계 여부에 따라 전당대회 출마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당 윤리위원회 제소 소식이 알려지자 5.18 공청회에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렸습니다. 그는 "한국당 빨갱이 수뇌들이 김진태를 출마 못하게 하기 위해 쿠데타를 한다"라며 "(13일) 오전 10시까지 모두 모두 한국당 당사 앞에 집합해서 세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잘 보여주듯 언론과 당내 여론은 3파전이라고 말하면서도, 김진태 의원을 당선권에 두진 않는 듯합니다.

[비박 오세훈] 친박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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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출마선언한 오세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연기를 요구하며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막판에 입장을 철회하고 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오 전 시장의 참여로 전당대회는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게 됐습니다.

오 전 시장은 대표적인 비박 후보입니다. "우리 당은 보수우파를 위한 당이지 두 전직 대통령을 위한 당이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있는 인물입니다.

중도 보수를 중심으로 당을 개편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받지만, 그가 친박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지가 관건입니다.

일부에서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던 다른 후보들이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면 해볼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 후보의 뜻대로 그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지는 의문입니다.

이번에 선출된 한국당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됩니다. 총선 출마를 계획하는 인물이라면 당의 미래보다는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잴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새가 '잘 되는 집에 줄 서기'인데, 오세훈 후보의 세가 조금만 약해보여도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들은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세훈 후보가 친박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당 대표가 된다면, 총선을 치르고 대선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정치 경력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배박 황교안] 박근혜의 말에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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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추모관에서 향을 피우고 있다. ⓒ 조정훈

 
오래전부터 황교안 전 총리는 대표적인 친박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배박(배신한 친박)'이라 불립니다. 황교안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모른다"는 말을 하고난 뒤부터입니다.
 
"자신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임명한 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그 수인번호가 인터넷에 뜨고 있는데 그걸 몰랐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거기에 모든 게 함축돼있다고 본다.

수 차례에 걸쳐 교도소 측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허리가 안 좋으니 책상과 의자를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를 해달라고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 유영하 변호사, TV조선 시샤쇼 '이것이 정치다' 인터뷰 중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황교안 후보를 두고 박 전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았다면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황교안 후보가 '특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했지만, 내가 불허했다'고 밝혔지만, 박근혜 홀대론은 계속 퍼져가고 있습니다.

특히 황교안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려고 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당내 핵심세력인 대구경북(TK) 지역 지지층이 떠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진태 후보가 황교안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박 표를 일부 가져올 경우, 되레 어부지리로 오세훈 후보가 득을 볼 수 있는 형국입니다.

결국, 황교안 후보는 어떻게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음을 얻어야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쉽게 허락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27 전당대회는 한국당이 비대위 체계를 마무리하고 정상궤도에 올라서는 중요한 기준점이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보면 '도로 친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겹쳐 흥행 실패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의 2.27 전당대회는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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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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