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따스한 사랑을 나누다

[포토]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연탄나눔행사

등록 2019.02.16 12:18수정 2019.02.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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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이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연탄나눔 행사를 하기 전에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민수

 
2월 13일(수) 오후 2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중계동 104번지)에는 윤동주 시인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인 이들 60여 명이 연탄나눔 행사를 했다.


김응교 시인과 연결된 이들이 3년째 이어가는 행사다. 올해는 경희대 평화포럼, 공릉동꿈마을공동체, 다드림교회(김병년 목사), 숙명여대학생들, 한남교회(김민수 목사)와 개인이 참여했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인하대학교 명예교수인 김영 박사는 프랑스 파리에서 일정을 맞춰 귀국하기도 했다.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1500장의 연탄을 나누기 전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 김민수

 
김응교 시인은 '윤동주'와 관련한 연구와 강좌로 유명한, 마음 따스한 시인이다. 그는 책상에 앉아 시를 쓰는 시인을 넘어서 살아가는 역사 속에서 행동하는 시인이 되길 원했다. 그의 따스한 마음을 함께 공유한 이들이 모여 2017년부터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연탄나눔 행사를 진행하였고, 올해 3년째를 맞이했다.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연탄을 나누기 전에 윤동주의 시를 낭독하는 참가자들 ⓒ 김민수

 
겨울이 시작될 무렵, 월동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사회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쇄도한다. 그러나 입춘이 지날 즈음이면 연탄창고도 비어간다. 봄이 오는 길목이라서 자칫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도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4월 말까지는 여전히 추위가 남아있고, 난방을 하지 않으면 추위를 이겨내기 쉽지 않다.

과거의 보릿고개가 가장 배고픈 시절이었다면, 도시 빈민들에게 이 시기가 가장 추운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응교 시인은 연탄이 떨어져가는 이맘때 연탄나눔 행사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시인의 감수성은 이렇게 서민들의 깊은 마음을 읽었다.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연탄나눔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 ⓒ 김민수

 
김응교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 모여 연탄을 나누기 전에 윤동주의 시도 낭송하고, 기꺼이 윤동주가 만나고 싶어하는 '어진 사람'이 되어, 연탄을 나눈다. 연탄은 참여자들이 십시일반 마련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봉사자들에게 나눠질 음료와 간식도 저마다 자원하여 준비한다.

회를 거듭할 수록 참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도 올해부터 참여하게 되었고, 매년 이 모임이 있을 때마다 힘닿는 대로 도울 것이다.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연탄나눔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 고사리 손에 3.65kg의 연탄을 나누고 있다. ⓒ 김민수

   
참여한 이들은 어린 꼬마부터 은퇴한 노교수, 지역의 목사님들과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까지 다양했다. 봉사자로 참여한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는 본인의 <난 당신이 좋아>라는 자전적 에세이집을 참여자 모두에게 선물로 나누기도 했다.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참가자들이 연탄을 나누고 있다. 골목길은 웃음꽃이 따스하게 피어난다. ⓒ 김민수

 
어린 꼬마는 연탄 한 장, 지게질이 서툰 이들은 석장에서 네 장, 조금 능숙한 이들은 6장, 가까운 집은 릴레이로 연탄을 나눈다. 좁은 골목길은 따스한 온정의 손길을 내민 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차고, 언덕길을 오르는 숨소리에 추위는 녹아내린다.

따스한 손길들의 온기가 모여 연탄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확인하며, 여전히 이 세상은 살만한 세상임을 확인한다. 연탄 한 장을 들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송글송글 얼굴에 땀을 흘리는 꼬마를 보면서 참으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 한 편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한 장 한 장 정성껏 연탄을 나르고 있다. ⓒ 김민수

 
참여한 이들이 얼굴에는 웃음 꽃이 피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도 따스했다. 이런 눈빛들을 얼마만에 보는 것인가?

늘 경쟁하며, 타인의 시선을 불편해 하고, 심지어는 쳐다보는 눈빛이 기분이 나빴다며 위해를 가하는 삭막한 세상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필자도 연탄지게를 처음 져봤지만, 열심히 언덕길과 골목길을 오르내릴 수 있었다. 도시에서 살면서 생전 처음 만난 타인들과 허물없이 환한 웃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큰 활력이 되어 힘든 줄도 몰랐다.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힘을 합치니 1500장의 연탄을 2시간 만에 거반 나누었다. ⓒ 김민수

 
많게만 느껴지던 연탄이 점점 바닥을 드러낸다. 많이 쌓여있을 때에는 그래도 십시일반 이만큼을 모았구나 대견스럽고, 쌓인 것이 비워지니 또 이만큼 사랑을 나누었구나 대견스럽다. 나눔의 기쁨이라는 것은 채움과 비움의 구분이 없는 것임을 새삼 느낀다.
 

김응교 시인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의 주축인 김응교 시인의 맑은 얼굴 ⓒ 김민수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 따스한 마음을 나누는 꼬마는 참여자들에게 큰 활력과 기쁨을 주었다. 추억 속에 별처럼 남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길 바란다, ⓒ 김민수

 
2월 13일(수), 내가 꼽은 '제3회 윤동주가 만난 어진 사람들'의 주인공은 김응교 시인과 봉사자로 참여한 꼬마봉사자다. 이름이라도 물어볼 것을...


들려오는 세상 소식에 마음이 많이 무거웠는데, 그 세상 한 켠에서 일어나는 따스한 손길들의 소식으로 마음이 정화된다. 아마도 이래서 선한 일을 하는 이들이 있고, 이래서 여전히 이 세상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희망의 별이 된 이들을 만난 기쁜 날이었다.
#김응교 #윤동주 #백사마을 #연탄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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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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