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합참의장의 격려 방문까지 문제 삼았을까

대부분 건설 현장에 군병력 투입하는 북한, 군사적 긴장 완화에 사활 걸어

등록 2019.02.14 11:15수정 2019.02.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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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기 합참의장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일 공군1전비를 방문,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한 뒤 장병을 격려하고 있다. 2019.2.2 [합참 제공] ⓒ 연합뉴스


북한 매체가 지난 1월 우리 군의 대테러 훈련과 혹한기 전술 훈련을 비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박한기 합참의장의 설 연휴 군부대 방문을 문제 삼고 나섰다. 북측이 우리 합참의장을 직접 겨냥해 공격한 적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군 수뇌부의 예하 부대 격려 방문까지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과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3일 '겨레의 지향에 배치되는 군사적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정세해설 기사에서 "얼마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비롯한 남조선 군부 인물들은 공군 1전투비행단과 해군 3함대사령부 등을 돌아다니며 대비태세 점검 놀음을 벌려놓고 평화를 강력한 힘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느니, 전방위군사대비태세를 확립해야 한다느니 하고 떠들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온 겨레는 조선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면서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위협하고 동족 사이에 불신과 대결을 야기시킬 수 있는 군사 행동들을 그만두고 정세 완화에 유리한 환경과 조건을 적극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군부의 호전적인 행동들은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북남군사분야합의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국방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9∼2023 국방중기계획'과 미국에서 도입한 F-35 스텔스 전투기 배치 등을 언급하면서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로동신문>은 우리 군의 사단급 훈련도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호전광들은 남조선 강원도 화천 일대에서 사단급의 혹한기 훈련이라는 것을 벌려놓았다"면서 "이것은 대화와 평화의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남조선군부의 이번 대비태세 점검 놀음과 사단급 혹한기훈련은 최근 계속 이어지고 있는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훈련이나 대규모 한국군 단독의 합동 훈련 등을 거론해 비난해왔지만, 설 연휴 군 수뇌부의 일선부대 방문이나 통상적인 사단급 훈련까지 문제 삼은 것은 드문 일이다.

때문에 군 안팎에선 "오죽 트집 잡을 게 없었으면 합참의장의 현장점검까지 문제 삼겠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그런데 북한 매체의 언급을 상투적인 비난으로만 볼 수 있을까.


일선부대 방문까지 비판하는 건 드문 일... 그 속내는?

먼저 북한이 이달 말 예정되어 있는 북미정상회담 협상 국면에서 우회적으로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동신문>은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18년 5월 29일에도 '대화 분위기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미국이 회담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상대를 힘으로 위협 공갈하는 놀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경제건설 현장에 군대를 투입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정세평가와 2019년 전망'에 따르면 북한은 경제난과 대북제재로 내부자원이 고갈된 상황에서 부대의 임무조정과 편제 개편을 통해 군 병력과 장비를 경제 건설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민군 창건일을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 7일에도 <로동신문>은 군대가 경제건설총력 노선에 앞장설 것을 독려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우리 혁명무력은 당의 사상관철전, 당정책옹위전의 기수가 되고 부강조국건설의 돌격대가 되어 조국과 인민 앞에 지닌 자기의 혁명적 본분을 다해나갈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지난해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은 대규모 경제건설에 특수부대를 비롯한 군부대를 대거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중앙일보>는 대북소식통을 인용,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비무장지대 11개 GP를 시범 철수한 후 북측 GP 소속 군 병력은 모두 양강도 삼지연 문화도시, 원산 갈마 해양관광지구 경제건설 현장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 경제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기계 장비가 부족한 북한에서 건설현장에는 대량의 노동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군대의 도움 없이 북한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대규모 건설사업의 진행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 입장에선 군사적 역량을 경제 부분에 전용하기 위해 긴장완화가 시급할 수밖에 없고, 이런 절박감 때문에 대규모 한미연합훈련뿐 아니라 사단급 훈련과 군 수뇌부의 통상적 대비태세 점검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로동신문 #9.19군사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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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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