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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골 도운 베르통언, 철벽수비·공격력 갖춘 '만능 수비수'

[2018-2019 챔피언스 리그] 도르트문트전 측면 수비수로 출전, 1골1도움 대활약

19.02.15 10:47최종업데이트19.02.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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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핫스퍼 FC는 맨체스터 시티나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처럼 선수층이 매우 두꺼운 팀은 아니다. 특히 핵심 공격수가 2명(해리 케인, 델리 알리)이나 부상으로 이탈한 최근에는 리그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로테이션 활용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아시안컵에서 돌아온 손흥민이 4경기 연속 풀타임에 가까운 활약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처럼 공격진은 상대적으로 빈약하지만 토트넘의 수비진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매우 강력하고 풍부하다. 중앙에는 벨기에 국가대표 센터백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있고 콜롬비아 출신의 다빈손 산체스, 잉글랜드 국가대표 에릭 다이어도 건재하다. 측면에도 대니 로즈와 키어런 트리피어, 벤 데이비스, 세르주 오리에 같은 좋은 재능들이 즐비하다. 2017년에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1998년생 센터백 유망주 후안 포이스까지 영입했다.

토트넘은 14일 BV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전에서 쓰리백을 들고 나왔다. 분데스리가 1위 팀을 상대로 수비를 탄탄히 하며 홈에서 실점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리고 토트넘은 1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8강 진출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지만 1골1도움을 폭발하며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된 선수는 왼쪽 풀백으로 깜짝 출전한 토트넘의 대표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었다.
 

토트넘 선수 얀 베르통언이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리그와 프리미어 리그에서 인정 받은 월드클래스 센터백

1997년 벨기에의 VK 티엘로데의 유소년 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베르통언은 베이르스훗 AC를 거쳐 2003년 네덜란드의 명문구단 AFC 아약스 유소년 팀과 계약했다. 유소년 시절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베르통언은 성장하면서 중앙수비수로 자리 잡았고 2006년 8월 FC코펜하임과의 챔피언스 리그 3차 예선전을 통해 1군팀에 데뷔했다. 2007년 1월에는 RKC발베이크로 임대돼 경험을 쌓기도 했다.

아약스 복귀 후 마틴 욜 감독이 부임한 2009-2010 시즌부터 주전 센터백으로 도약한 베르통언은 2010-2011 시즌과 2011-2012 시즌 아약스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2011-2012 시즌에는 42경기에서 10골3도움을 기록하며 네덜란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공격수들에 비해 그라운드에서 돋보일 기회가 많지 않은 수비수인 점을 고려하면 베르통언의 수상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프랑스의 리그 앙과 함께 유럽의 5번째 리그를 다투는 네덜란드 리그에서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 받은 베르통언은 빅리그 구단들의 많은 러브콜을 받았고 2012년7월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베르통언은 이적 첫 시즌부터 센터백과 왼쪽 풀백을 오가는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치며 2012-2013 시즌 프리미어리그 BEST 11에 선정됐다. 네덜란드 리그 최고의 수비수가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베르통언은 토트넘 이적 두 번째 시즌에 복사뼈와 발목 염좌 부상으로 27경기에 결장했다. 설상가상으로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 대신 감독 대행으로 부임한 팀 셔우드 감독과 불화까지 있었다. 하지만 2014년 토트넘에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부임하면서 베르통언의 컨디션도 다시 전성기 수준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베르통언은 2014-2015 시즌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위고 요리스 골키퍼를 제외하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 EPA/연합뉴스

 
토트넘의 수비는 베르통언의 국가대표 동료 알데르베이럴트가 합류하면서 더욱 날개를 달았다. 이미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베르통언과 알데르베이럴트는 토트넘의 수비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2014-2015 시즌 38경기에서 53점을 허용했던 토트넘은 '벨기에 센터백 콤비'가 결성된 2015-2016 시즌 35점으로 실점이 뚝 떨어졌다. 레스터시티 FC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2015-2016 시즌 골득실 1위 팀은 +32의 토트넘이었다.

브라질 월드컵 상대였던 손흥민과 함께 도르트문트 격파 선봉

베르통언은 손흥민이 시즌 21호골을 기록하며 차범근의 한국인 유럽무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 치웠던 2016-2017 시즌에도 한결 같은 활약으로 토트넘의 수비라인을 지켰다. 실점이 35점에서 28점으로 더욱 떨어지며 공수를 겸비한 프리미어 리그의 진정한 강자로 거듭한 토트넘은 우승팀 첼시 FC에 단 7점이 뒤진 2위를 차지했다(2016-2017 시즌에도 토트넘의 골득실은 +60으로 두 시즌 연속 1위였다).

토트넘은 맨시티가 역대 최초로 승점 100점을 돌파하며 독주한 2017-2018 시즌 3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하지만 베르통언은 모든 대회를 합쳐 47경기에 출전하며 맨시티의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함께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팀 센터백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베르통언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하며 벨기에의 3위 등극에 큰 역할을 했다.

토트넘 이적 후 수비에 전념했지만 베르통언은 아약스 시절 한 시즌에 두 자리 수 골을 기록한 적이 있을 정도로 '골 넣는 수비수'로 유명하다. A매치 110경기에서 기록한 9골도 베르통언의 포지션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지난해 8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1961일 만에 리그 골 맛을 본 베르통언은 14일에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에서 오랜 만에 공격 본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자신의 자리인 중앙수비를 알데르베이럴트와 산체스, 그리고 유망주 포이스에게 맡긴 베르통언은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베르통언은 후반 2분 왼쪽 측면에서 루카스 모라의 패스를 받아 전방을 향해 크로스를 날렸다. 베르통언의 발 끝을 떠난 공은 196cm 장신 센터백 단악셀 자가두의 키를 넘겨 손흥민에게 정확히 배달됐다.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베르통언은 후반37분 오리에의 패스를 받아 직접 골을 성공시켰다. 
 

▲ 결승 골 넣고 오리에와 함께 환호하는 손흥민 손흥민(토트넘, 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팀의 첫 골을 넣은 후 동료 세르지 오리에(왼쪽)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토트넘은 이날 손흥민의 결승 골에 이어 얀 페르통언의 추가 골과 페르난도 요렌테의 쐐기 골에 힘입어 도르트문트에 3-0 대승을 거뒀다. ⓒ AP/연합뉴스

 
베르통언은 벨기에 대표팀에서 최초로 센츄리 클럽에 가입했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 2018년 러시아 월드컵 3위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브라질 월드컵 한국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선수도 다름 아닌 베르통언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아쉬움에 눈물을 쏟아내던 당시 손흥민을 위로하던 벨기에의 수비수 베르통언. 그는 4년 8개월 만에 손흥민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든든한 팀 동료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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