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방학이 주는 로터리 분수대

교사가 쓰는 한 주간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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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철(akshdtoa)등록 2019.02.18 21:31
 지금까지 일반계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보충이 없었던 때가 없었다. 학교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도 보충은 강행되었다. 그런데 교육감이 바뀌면서 방학의 절반 기간은 반드시 자가연수를 취하도록 한 결과 남아 있는 시간은 불과 10여일 정도에 지나지 않아 이 기간으로 교과서 한 단원도 채 마무리를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방과후학교 신청 학생 수가 많으면 시수를 늘려서 할 수 있으려만 그나마도 소수의 학생이 신청을 한 결과 1,2학년은 유야무야한 방과후학교가 되고 말았다. 이상한 것은 학생이 학교 방과후학교를 신청하지 않는데 학원 수강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를 자아내게 한다.
혹자는 말한다. 이제는 학교 공부는 끝났다고. 지식의 전달에 그친 학교 방과후학교나 교과 수업이 학생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단순히 정규 과정을 밟고 졸업장을 받아가는 통과의례적인 과정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학생들이 방과후학교를 신청하지 않으니 교사들은 방학에 휴식을 취하니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난 매일같이 도서관에 나와 책을 읽으니 그 동안 몰랐던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정책과 방향을 알 수 있게 되어 방학을 마치면 더 새로운 방향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 우선 혜택이라면 혜택이었다. 두 번째는 정년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준비하는 시간이 있어 연수를 들으면서 차근차근 준비하는 시간을 주어 큰 고마움이었다. 세 번째는 도서관이 휴관일 때 친구를 만나 겨울여행을 하루 다녀오면서 온 천지에 널려 있는 글감을 한 눈에 모아오는 기회를 주어 황홀한 기쁨에 빠지곤 했다. 이뿐만 아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글을 쓸 시간이 있고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책을 찾아 나서는 시간이 나를 분주하게 해서 좋았다.
그리고 방학이라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가질 수 있어 이 학원 저 학원을 두루 다니면서 자녀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학원 교사들은 어떤 과목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 보았다. 학원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자신의 학원이 제일 잘 가르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이 과부화가 걸릴 정도로 과제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 학원에 오면 학생을 우수한 등급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주중에 배운 내용을 주말이면 평가를 하여 학부모 핸드폰으로 전송해 주고, 학생의 입퇴원도 통보해 준다는 등으로 그럴 듯하게 사설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막상 한 달이 채 못 되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체크해 보면 말 바꾸기를 하면서 변명을 늘어놓는다. 또 어떤 과외 교사는 학생의 등급이 어떻게 되며, 성적이 어떻게 되느냐 등등을 물어 본다. 그러면서 시작하고 나면 시간을 바꾸어야 한다. 차가 늦게 와서 좀 늦었다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는 교사도 있었다. 많고 많은 과외교사 학원 교사. 과연 이들이 무엇을 위해, 어떤 교육적 이념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학원을 방문하고 나올 때마다 과외 교사를 만나고 나올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학생들은 학원에 대한 신뢰는 얼마나 높은가? 이곳 저것을 수소문 하여 좋은 학원이라고 찾아가면 하나같이 이번 기말에 중간고사에 몇 점을 올린 학생, 어떤 문제가 비슷하게 나와서 맞힌 교사, 이 교사에게 배우면 성적이 쑥쑥 올라간다는 소문 등등이 학원가에 학생을 집합시키는 주 요인이다. 그런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시험에 모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전혀 출제되지 않았어라고 소문이 돌면 그렇게 많이 몰렸던 학원생이 마치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눈앞에 보이는 이득을 찾아 살아가는 하루살이 인생과 같은 삶의 모습을 학원가에서 학생들은 배운다. 인성도 뒷전이다. 배려도 뒷전이다. 오로지 나에게 성적만 향상시켜 주면 그것만이 최고의 교사요, 고마운 교사일 뿐이라고. 그러면 이런 상황을 배제하고 오로지 지·정·의를 추구하는 그런 학원 교사를 찾아가는 학생들이 줄을 서고 있는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질문해 본다. 왜 학원에 다니지 않느냐고 하면 그냥 이번 달에 끊었어요, 마음에 들지 않아요, 성적이 안 올라요 등등이 보편적인 답이다. 제도권을 벗어난 교사와 학원 언제까지 방치해 두고 볼 것인가? 청년들이 직업을 구하기 어려우니 학원가로 몰려드는 것을 두둔하고 있는 것인가? 젊은이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아파트 게시판을 둘러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파트 정보보다는 국영수 과외 교사의 게시물이 더 눈에 띈다. 이들이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아서 운영하는지 아니면 교육당국이 방치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언제 밥을 굶을 지도 모를 넘쳐나는 과외 교사에 대한 지도 방안은 없는가? 이들이 길게 내다보고 이 영역에서 일을 하면 모르겠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 수와 내신 중심 대입제도가 더 이들에게 삶의 어려움을 고역스럽게 만들 것인데도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과외교사에 대한 시급한 대책은 요원하기만 하다. 교사 자격증도 없는 대졸 출신을 학원에서 데려다 저렴하게 고용하는 현실을 누가 책임져줄 것인가? 이들은 철새와 같이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떠돌아다니기를 반복하고, 개인교사의 경우는 퇴직금은 물론 그 어떤 보험도 보장받는 것이 없지 않는가? 우리 사회의 젊은이의 슬픔은 어느 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닌 것 같다. 아이를 더 도전적으로 길러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안목을 길러 주는 제도권 교육에 대한 깊은 회한이 이번 방학에 더욱 찾아오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결국은 제도권 학교인 공교육이 무너짐으로써 나타나는 기현상이 문제다. 학생들은 점수만 올리면 된다는 학원몽유병이 학생들의 인성 형성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사교육 없는 학교 시범학교까지 운영했지만 그 결과는 실효성 없는 학교로 만들고 말았다. 학교는 복잡한 거리에 차량의 길을 걸러주는 로터리에 세워진 분수대 역할 외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도권으로 학교를 부활시키는 것은 학교내 교직원의 새로운 의식의 르네상스가 찾아와야 가능한 일이다. 학교 관리자의 선발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 장학직과 현장 관리자의 길을 달리하여 학교 전문직으로서 허울 좋은 전문가가 아닌 현장을 지도할 수 있는 전천후 장학사가 되어 현장 학교를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장학사는 교육청에서 평생 근무하는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현장에서 관리자가 학교 장학을 학원보다 우수한 장학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교감에 대한 평가를 더욱 엄격하게 하여 자질이 부족한 교감은 다시 평교사로 전환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교원들에 대한 사회인식과 학부모의 인식의 전환모드를 위해서도 사범대만은 대학원에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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