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당겨진 고무줄이 도로 되돌아 가버릴까 두렵다"

3대 권력기관장 중 국정원장만 참석한 이유는?

등록 2019.02.15 17:32수정 2019.02.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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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권력기관 개혁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혁,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 연합뉴스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는 원래 '3대 권력기관장'인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권력기관의 개혁성과를 점검하고 남은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여서 이들의 참석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문무일 검찰총장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전략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3대 권력기관장 가운데 유일한 참석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서훈 원장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전략회의가 끝난 이후 브리핑에서 "작년 6월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두 분이 빠지고 상급기관인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수사권 조정에 합의한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라고 해명했다.

조국 수석은 "그 두 조직은 개혁의 주체임과 동시에 개혁의 대상이기도 하다"라며 검·경의 수장이 전략회의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두 분이 자체적으로 아주 훌륭한 개혁을 해왔고, 각 조직의 개혁위원회을 적극 성원해왔고, 개혁위원회의 권고를 거의 충실히 받아들여왔다. 그런데 그런 것을 넘어서 수사권 조정의 문제는 두 분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과 경찰을 관할하는 상위 부서의 분들(장관)이,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오는 게 맞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개혁의 주체이자 개혁의 대상"인 국정원의 수장은 이날 전략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명은 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문 대통령이 이날 유독 국정원의 개혁성과를 치켜세운 대목과 겹쳐진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정원과 검찰, 경찰의 개혁성과를 차례대로 짚었다. 국정원의 경우에는 "정치개입을 완전히 차단했고, 인권보호 수준을 크게 높였다"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특별한 국정원 치하'가 이어졌다.

"나아가서 국정원의 경우 정치관여를 근절하고 해외 대북정보에 전념하자 국제사회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게 되었고, 평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가장 앞장서서 뒷받침하게 되었다."

이는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등을 염두에 둔 치하로 풀이된다. 실제 서훈 원장은 판문점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이 검경수사권 조정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의 '국정원 치하'는 마무리발언에서도 나왔다. 일단 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등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발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을 하게 되면 경찰이 지금보다 비대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 균형을 위해서라도 자치경찰제가 도입돼 비대해지는 경찰이 분산돼 경찰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00% 완전한 수사권 조정, 100% 완전한 자치경찰을 곧바로 도모하기 어렵다"라며 "자치경찰이 생기더라도 중앙경찰과 자치경찰을 합친 경찰 총량은 동일성이 유지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야당에서 더 걱정하게 될텐데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광역단위 자치경찰이 될 경우에 정치적 중립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것이다"라며 "그런 우려들을 확실하게 보장하는 장치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도 일거에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라며 "그럴 만큼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영장의 검찰 청구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는 한 영장 청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라며 "그렇게 생각하면 검찰은 지금 논의되는 수사권 조정에 그렇게 거부감을 가질 이유는 별로 없다"라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왜냐하면 일반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영장을 매개로 하는 지휘를 할 수 있고 게다가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오히려 중요사건에 더 집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검찰에 이렇게 설명해서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검찰이 대통령·대통령 아들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공수처 필요 없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신설에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며 "자꾸 공수처를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이야하니까 검찰이 특히 과민한 방응을 보이는데 원래 공수처는 그것이 아니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최고 고위층 권력자들에 대한 특별사정기관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나 경찰 등 원래 사정기관이 있었지만 이러한 제도적인 사정기관들이 대통령 친인척이나 주변의 비리 등에서 제 기능을 못했기 때문에 YS와 DJ 정부 시절 아들 사건 등을 거치면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특별사정기구로서 공수처의 설치를 공약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제일 첫 번째 대상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의 친인척 등 특수 관계자, 그 다음에 청와대 권력자들이 논의되고, 국회의원과 판사, 검사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라며 "그러다 보니 (그 대상 중 하나로 포함된) 검사의 잘못을 수사하고 문책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공수처가 부각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나중에 검찰, 경찰이 정말 대통령도, 대통령의 아들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는 사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한다면 그때는 공수처라는 특별한 사정기관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스스로 검사의 비리를 직접 수사하거나 또는 경찰이 검찰의 잘못을 수사할 수 있다고 한다면 공수처라는 기관이 왜 필요하겠는가?"라며 "그런 측면으로 접근해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검찰의 첫 과거사 진상조사, 굉장한 의미가 있어"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어쨌든 지금까지 너무 잘해줬다, 다 감사드리고 싶다"라며 가장 먼저 국정원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정원이 정치정보(수집)를 내려놓고 정치에 관여 안 한다는 게 정말 혁명적인 일이다"라고 평가하면서 "그것을 아주 잘 해냈다"라고 추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또 그 과정에서 과거의 권력 유착 적폐까지 다 씻어내고 40명 정도가 구속되고 실형까지 선고받는 조직 내부의 아픔까지 다 겪으면서 잘 해내서 서훈 원장이나 정해구 위원장에게 다 감사드린다"라고 서훈 원장과 정해구 국정원개혁발전위원장을 치하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검찰과 법무부의 개혁도 놀라울 정도다"라며 "지금 검찰이 정권에 줄서 있다거나 정치관여 행위를 하거나 정치중립을 지키고 있지 않거나, 무슨 조작을 하거나 인권을 침해하거나 하는 이미지가 완전히 없어졌다"라고 검찰 개혁성과도 높이 평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검찰의 과거사 진상조사 활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검찰이 과거사를 스스로 진상조사해서 바로잡는 일을 한 것은 처음이다"라며 "국정원이나 경찰은 과거에 한 적이 있는데 검찰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한 것도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 진상조사는 거의 마무리단계인데 그것을 통해 진실이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확실하게 제도적인 장치를 강구해 두는 것에까지 가야 될 것 같다"라고 주문했다.

"경찰도 마찬가지다"라고 한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 때 집회를 관리할 때부터 지금까지 집회·시위에서 확실하게 권리를 보장하면서 아주 질서 있는 집회·시위가 되도록 잘 관리해주고, 과거사도 제대로 정리해서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당겨진 고무줄이 도로 되돌아 가버릴까 두렵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두려운 것은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이게 법.제도적인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다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라며 "분명히 물을 가르고 나갔는데 법·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로 물이 합쳐져 버리는, 당겨진 고무줄이 도로 되돌아갈지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두렵다"라고 우려했다.

이는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를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모두발언에서도 문 대통령은 "입법을 통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항구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이 발언을 두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 문장 속에 대통령의 마음과 오늘 전략회의를 한 이유가 잘 드러나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 입법 전략회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개혁과 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도입 등과 관련한 입법을 위한 전략회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논의도 다 끝나고 법안까지도 마련되고 사법개혁특위에서 구체적으로 조문까지 다듬고 있으니까 이 법안들이 꼭 통과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 달라"라며 "이제는 입법을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 하는 점에서 입법전략회의가 필요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 #국정원 #문재인 #서훈 #입법전략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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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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