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국인의 사회문화적 갈등, 여기서 해결합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다양성 소통 조정위원회 위촉식’ 열어

등록 2019.02.16 11:37수정 2019.02.1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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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상락 경기도 가족다문화과장, 이정호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신부, 오경석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 ⓒ 송하성

파키스탄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A씨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회식을 하러 갔다. 내국인 동료들은 "삼겹살에 소주를 먹을 수 있겠다"며 기뻐했지만 A씨와 다른 파키스탄 동료들은 난색을 표했다. A씨는 "이슬람권 국가 사람들은 무슬림이라서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고 소고기나 양고기, 닭고기만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국인 회사 동료 B씨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놈들이 비싼 것만 먹으려고 한다"며 화를 냈다. B씨는 또 "한국에서는 돼지고기를 많이 먹으니까 너희도 똑같이 먹어야 한다"고 강요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라마단 기간에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금식을 하는데, 회사에서 제공되는 점심을 먹지 않는다고 핀잔을 들어야 했다.(사례1)

내국인 K씨는 최근 이웃집에 외국인근로자 Y씨가 이사해 오면서 고통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Y씨가 쓰레기를 쓰레기봉투에 담지 않고 버리는 것은 물론 분리수거도 제대로 하지 않아 집 앞이 지저분해 졌기 때문이다. K씨는 "쓰레기를 봉투에 담고 분리수거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Y씨는 이를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다. 특히 여름에는 Y씨가 옷을 벗고 상체를 드러낸 채 생활해 민망함이 크다고 하소연했다.(사례2)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230만 명을 넘어서면서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거주하면서 많은 사건과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도지사 이재명)가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소장 오경석)는 지난 14일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 2층에서 '다양성 소통 조정위원회 위촉식'을 가졌다.

'다양성 소통 조정위원회'는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갈등을 조정함으로써 지역주민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 다양성을 누리는 생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경기도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60만 명의 외국인 주민이 거주하고 있어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에 갈등이 증가할 경우 외국인과 주민과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중재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것이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소장 오경석) 지난 14일 개최한 ‘다양성 소통 조정위원회 위촉식’ ⓒ 송하성

조정위원회는 내외국인 사이의 갈등이 있을 때 외국인만 피해자일 것이라고 예단하지 않는다. 때로는 외국인이 유발자가 되어서 문화적인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 소통 조정위원회'는 앞으로 ▲출신 국가, 체류자격, 피부색, 인종, 외모 등과 관련된 갈등 ▲쓰레기, 주차, 소음 등 생활환경과 관련된 갈등 ▲공공시설, 체육시설 이용 및 시민단체 가입 및 조직과 관련된 갈등 ▲의상, 종교, 음식, 언어 등 고유한 문화적 권리의 행사와 관련된 갈등 ▲기타 내외국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갈등 등에 대해 중재와 조정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공공 5명, 민간 5명, 학계 3명, 당연직 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했다.

갈등 사례가 접수되면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의 사실조사를 거쳐 위원회가 개최되며 당사자의 참여 등을 통해 조정안을 마련하게 된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가 지난 14일 개최한 ‘다양성 소통 조정위원회 위촉식’ ⓒ 송하성

이날 '다양성 소통 조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정호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신부는 "이제는 과거와 같이 외국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사회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소한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은 더 커졌다"며 "조정위원회가 귀를 기울여 내외국인 누구도 어떠한 차별이나 고통을 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최근 들어 증가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며 "이주민들이 살아 숨 쉬는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고 회의 역시 이런 지역에서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락 경기도 가족다문화과장은 "조정위원회는 지역사회의 일원이 된 이주민과 내국인 혹은 이주민 사이에서 발생되는 실질적인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조정위원회가 외국인주민 230만명 시대를 맞아 소통과 사회통합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하성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다양성 소통 조정위원회 #내외국인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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