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개혁 투쟁하다 해직 16년... 이젠 해결해야"

[인터뷰] 이병하 전국공무원노조 정치위원장

등록 2019.02.18 21:13수정 2019.02.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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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개혁'을 내걸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활동하다가 해직된 뒤 복직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로 벌써 16년째. 공직에 있었으면 정년퇴직에 해당됐을 해직자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노조 결성과 활동으로 인한 해직자는 경남 5명을 포함해 전국에 136명이다. 이들 가운데 30여 명은 이미 정년이 지난 셈이다.

공무원노조는 해직자 복직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면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주업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과 김은환 해고자복직투쟁위원장이 지난해말 한 달가량 단식했고, 지금은 해직자 14명이 2월 11일부터 1주일째 집단단식하고 있다.

해직공무원들은 서울 거리에서 오체투지(삼보일배)를 하고,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1인시위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공무원노조와 정부는 오는 21일 다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해직공무원들의 복직을 위해서는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경남도청 공무원으로 있다가 해직된 이병하 전국공무원노조 정치위원장은 "공무원노조 결성과 활동은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추방 등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변화와 헌법정신 그리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민주적인 노동기본권을 찾기 위한 운동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직자들은 온전한 복직을 원하고, 당시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징계를 받았던 조합원이 전국에 2986명인데, 이들에 대한 징계기록 말소를 통한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병하 위원장과 지난 17일 나눈 대화 내용이다.

해직자 14명의 집단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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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활동하다 해직된 이병하(경남도청), 강동진(사천시청), 강수동(진주시청) 조합원이 2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함께 했다. ⓒ 윤성효

  
- 공무원노동조합이 해직자 복직을 위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공무원노조 설립 등과 관련해서 징계를 받은 공무원들의 명예회복과 원직복직 문제가 시급하다. 이 문제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순조롭게 처리 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시 '100대 국정개혁과제'에도 들어갔고,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약속도 했으며, 여야 국회의원 180여 명이 동의까지 했던 사안이다. 그래서 최소한 2018년 안에는 순조롭게 해결이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아직도 구체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극한투쟁에 들어가게 돼 매우 유감이고 안타깝다.

지난 연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주업 위원장과 김은환 해고자복직투쟁위원장이 한 달가량 단식했고, 지금은 해직자 14명이 무기한 집단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 앞 1인 시위에다 청와대 앞 천막농성장도 계속되고 있다."

-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인한 해직 공무원이 경남에만 5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국 현황은 어떤가. 해직자 근황도 궁금하다.
"경남의 5명은 2004년 공무원노조 초기 단계에 노조법 관련으로 구속돼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게 됐다. 함양군청 김일수 조합원과 경남도청 김영길 전 위원장은 이미 정년을 맞았다. 나와 진주시청 강수동 조합원, 사천시청 강동진 조합원이 남아 있다.

전국에 해직 공무원은 총 136명이다. 해직자들은 온전한 복직을 원한다. 그리고 당시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징계를 받았던 조합원이 전국에 2986명이다. 이들에 대한 징계기록 말소를 통한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

공무원 해고자 문제, 왜 안 풀릴까

- 해고자 문제 해결에 있어 현재 쟁점은?
"최대 쟁점은 '해직기간(최장 16년 정도)의 경력을 노동조합 근무경력으로 100% 인정하는가'다. 그런데 정부는 합법화 기간 3년 1개월 정도밖에 인정 못한다고 한다.

공무원노조는 해결의 물꼬를 트기 위해 '해직기간 임금' 등 많은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하고 몇 번의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정부는 야당 문제, 3권 분립정신 등 이유를 들면서 원론적인 입장에 머물고 있다."

- 정부가 해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이유는?
"우선, 민주당 정권의 전체 정치일정과 연계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이유도 있겠다 싶지만, 행정조직의 공무원들이 과거 자신들이 한 행위에 대한 정당성만을 주장하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본다. 국제 기준과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국가권력자들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이행한 과도한 법집행 행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이나 정부 지침에 의한 처리가 아닌, 특별법에 의한 처리를 해야 하기에 여당이 국회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정부의 의지력이 부족한 것도 시간을 끌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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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는 해직공무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지난 2월 13일 서울 거리에서 오체투지를 했다. ⓒ 공무원노조

 
- 해직자임과 동시에 전국공무원노조 정치위원장으로 각 정당 대표들을 만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년을 1년 남짓 남겨놓고 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해결이 돼 제가 공직에서 명예롭게 퇴임을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조급함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시대에 일어난 일이기에 우리 노동역사에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은 욕망도 있다.

우리 내적인 갈등이 발생하는 부분도 있지만, 지난 시절 정치적 경험 등을 살려 각 정당의 대표들을 만나고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등을 만나 정치적인 도움을 요청하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방법으로 해결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 노무현 정부 때 해직자가 많이 생겼는데.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공무원노조의 역사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노조 결성과 활동은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추방 등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변화와 헌법정신 그리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민주적인 노동기본권을 찾기 위한 운동이었다. 그런데도 작은 이익을 위한 일탈의 행위로 처리하려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것을 노무현 정권에서 다시 찾아오려고 했는데 더 탄압을 받았다. 아이러니한 역사다.

물론, 대부분 해직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 발생한 일이기에, 민주당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과거를 완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차이를 놓고 충분한 논의로 해결을 하자는 것이 노동조합의 입장이다."

- 국제노동기구(ILO)는 공무원노조를 인정하라는 입장 아니냐.
"개인적으로는, 2019년 ILO 총회를 앞두고 국제노동기구와 단체에서 국제법을 반영해 즉시 해결하라는 압박도 있고 ILO총회 기조연설자로 문재인 대통령이 거론되는 대목에서 정부의 고민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 발상의 전환 하면 문제해결 가능하다"

- 이번 국회에서 해직자 문제가 처리될 수 있을까.
"해직자 문제 처리를 현재 국회 내에서 해야 한다는 시기적인 문제를 감안할 때, 정부나 민주당의 입장만으로 처리가 불투명한 점이 있다. 민주당에서 우리의 뜻이 대폭 담긴 법안을 상정하고 다른 야당의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자세로 해보자는 발상의 전환만 있으면, 이번 국회에서 충분히 처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 공무원노조 조합원과 지도부의 입장이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향후 투쟁 계획은?
"긴 투쟁에 따른 피로감이 크다. 그런 가운데 많은 조합원들은 '공무원노조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락을 짓고 향후 계속해서 부족한 것은 찾아오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공무원노조 지도부와 해직자들은 원칙을 내세워 100% 쟁취를 주장하지만, 조합원들의 생각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래서 2월 18일 전 간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총력투쟁을 통해 정부의 성의 있는 교섭을 이끌어내고, 그 결과를 두고 임시국회가 개회되기 전 조합 차원의 최종 결정을 내보자는 계획이다."

- 해직자와 현직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원직 복직문제에 대한 해직자와 일반 조합원의 해법을 두고 이견이 있지만, 여러 가지 복합성을 이해하면서 조직의 미래를 위한 현실적 고민을 직시해 해법을 찾으면 좋겠다. 지난 시기 어렵고 힘들었지만 민주노조의 원칙을 지키며 공무원노조의 정통성을 지켜온 저력도 있기에 가능할 것이라 본다.

합법화라는 틀은 갖췄지만 한계점은 있는 것이기에 끊임없는 노력으로 조직을 튼튼하게 키워나가면 원직 복직문제는 물론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당장 눈 앞의 작은 이익에 얽매이지 말고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공직사회개혁을 통한 '정권의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 조직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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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는 2월 18일 청와대 주변에서 집회를 열었다. ⓒ 공무원노조

#공무원노조 #청와대 #노무현정부 #해직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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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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