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도 '타이밍'이다

[주장] 사법개혁, 이제 시간이 없다

등록 2019.02.19 13:38수정 2019.02.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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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사전적으로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침'을 의미한다. 정부 정책이나 정치권에서 개혁과 유사한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용어가 혁신이다. 본래 개혁은 계획과 실행 단계에서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지닌 혁신보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규칙에 방점이 찍힌다. 이 때문에 개혁의 대상이 되는 과거의 낡은 것들과 연결된 인물과 집단의 반발과 저항, 이로 인한 갈등을 수반한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문을 여는 혁신보다 과거의 오류를 해결해야 하는 개혁이 어려운 이유다.

이런 개혁의 특성에, 그것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너무나 잘 부합하는 개혁 과제가 있다. 바로 권력기관을 포함한 사법개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부진했던 사법개혁의 고삐를 죄기 위해 지난 15일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은 문 대통령 후보 시절 10대 공약이자,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세우는 시대적 과제'로 표현될 만큼 중요한 개혁 과제이지만, 18대, 19대, 현 20대 국회에서 구성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개혁으로 정치적 피해를 두려워하는 집단의 저항과 반발 때문이다. 시대적 과제가 그들에겐 정쟁의 도구일 뿐이다.

권력기관 개혁, 이제 입법이다

지금까지 논의되고 있는 권력기관 개혁을 구체적 성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이 절실하다. 국정원 개혁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안, 수사권 조정 법안, 자치경찰 법안이 국회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국회가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국정원법, 형사소송법, 경찰법 등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국회가 할 일이다. 촛불집회 때 계엄령 검토를 한 기무사 개혁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기무사를 없애고, 안보지원사령부를 창설한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이와 같은 권력기관 개혁과 함께 사법부 개혁 또한 어려움이 많다. 지난 정부에서 자행된 사법농단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사법부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사법부가 개혁의 대상이 되는 슬픈 현실을 만들었다. KTX 해고 승무원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강제징용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 한국 사회를 들썩인 주요 재판을 거래 도구로 삼은 의혹에 국민은 분노했다.

사법부 최고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자신과 조직의 욕망을 위해 재판을 무기로 거래했다는 의혹은 그동안 우리가 믿고 있었던 법과 제도가 언제든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법·제도의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재판 거래 의혹과 더불어, 정치인·언론사 재판 별도 관리, 비판적 판사 감시, 판사 비리 축소 은폐 시도 등 대법원의 일탈로 사법부 개혁에 국민은 관심을 두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국회 사개특위 활동은 6월에 종료된다.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어 하반기 국회는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권력기관 개혁 입법과 사법부 개혁을 논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개혁은 타이밍이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이번 정권에서 사법개혁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이런 기회를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시대적 열망이 담긴 개혁 과제를 국회가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개혁의 완성은 법을 통한 제도화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법개혁 #권력기관 #사법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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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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