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포기하고 자유여행, 이게 온천의 참맛이구나

여자들만의 겨울 일본여행, 유후인과 벳푸를 추천하는 이유

등록 2019.02.24 15:30수정 2019.02.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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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천국 일본 온천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일본일 정도로 전역에 4000개에 가까운 온천이 있다 ⓒ 최정선

      
온당한 나를 찾는 자발적 여행을 하고자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자유여행으로 규슈(九州) 온천여행을 계획했다. 우리나라와 가까워 부담 없는데다 여자들만의 여행이라 치안문제도 고려한 여행지다.

겨울여행으로 온천을 최고로 꼽는다. 짧은 여행이지만 일상 속 기분 전환과 휴식을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었다. 외국여행은 언어에 대한 울렁증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 걱정은 넣어둬도 된다. 바로 옛 정취 짙은 산간 온천마을 유후인(湯布院)과 세계인의 온천관광지 벳푸(別府)다. 
  
리틀 교토


아기자기한 상점과 옛정취의 여관들이 줄지어 선 온천마을 오이타(大分) 현의 유후인을 표기하는 한자는 '湯布院'과 '由布院'으로 두 개다. 일본 여행에서 지명 한자는 꼭 확인해야 된다. 검색하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처음에 오타인 줄 알았다. 같은 뜻, 다른 표기법 정도로 알면 될 것 같다.

이곳을 팔 벌려 안고 있는 유후다케(由布岳, 1584m)가 인상 깊다. 이 활화산은 분지형으로,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아소쿠주국립공원(阿蘇くじゅう国立公園)에 속해 있다. 정상에서 일본의 명산인 쿠주산(苦竹山)과 아소산(阿蘇山) 등을 조망할 수 있다. 매년 5월 1일 개산제를 열어 등산로가 개방되며 1월부터 폐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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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다케(由布岳, 1584m) 유후인을 감사고 있는 이 산은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아소쿠주국립공원(阿蘇くじゅう?立公園)에 속해 있다. 정상에서 일본의 명산인 쿠주산(苦竹山)과 아소산(阿蘇山) 등을 조망할 수 있다. ⓒ 최정선

 
유후인이 휴양과 온천의 도시로 이름을 떨치다가, 어느 날부터 같은 현의 온천관광지가 된 뱃부(別府)에 손님을 다 빼앗기고 만다. 마케팅에서 진 것이다. 그러나 유후인은 역발상으로 기사회생한다. 유후인 마을사람들은 고급스런 전원도시로 만들고자 힘을 모아 다시 옛 명성을 되찾았다.

유후인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예쁜 잡화점, 작은 미술관이 아기자기 어우러져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둥그란 찹쌀떡을 꼬치에 끼운 미타라시 당고를 쪽쪽 빨며, 유후인의 예쁜 잡화점을 활보하는 건 달콤함 그 자체였다. 오후 6시면 상점들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

해거름 쯤 헤매는 일 없도록 꼼꼼한 계획 잊지 마시길. 그리고 작지만 예술의 향기가 그윽한 유후인의 골목에서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과 만날 수 있다. 불꽃을 사랑한 방랑의 천재 화가 야마시타 기요시(やましたきよし, 1922~1971),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마르크 샤갈 미술관에서 러시아의 유태인 화가가 빚은 색채도 만날 수 있다.

유후인의 상징은 '용의 호수'라 불리는 영롱하고 영험한 호수 긴린코(金鱗湖)다. 호수에 석양이 내려앉을 쯤, 물 위를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용을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뜨거운 온천수와 차가운 지하수가 만나 자욱한 물안개를 빚어낸다.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쯤이었음에도 살짝 낀 물안개에 놀랐다. 물 위에 아련히 서 있는 도리이(鳥居)도 포인트. 도리이는 텐소신사(天祖神社)의 입구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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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호수, 긴린코 유후인의 상징인 ‘용의 호수’라 불리는 영롱하고 영험한 호수다. 물 위를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용을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 최정선

 
유후인의 온천료칸은 비싼 편이지만 일본 옛 민가 체험과 여관주인 오카미상(女将さん)의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일본 료칸의 기원은 혼진(本陣)으로,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7)까지 거슬러간다. 지방 영주가 에도로 쇼군을 알현하러 갈 때 호위무사와 함께 묵던 숙소다. 잘 차린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와 극진한 서비스의 근원지다. 이 요리는 작은 그릇에 조금씩 담겨 나오는 일본 연회용 코스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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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가쿠칸(彩岳館)의 가이세키 요리(席料理) 이곳에 직접 만든 두부요리와 오이타산 소고기 야키니쿠(?肉 やきにく, 고기구이)를 맛볼 수 있다 ⓒ 최정선

  
기차로 간다면 유후인역까지 픽업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빠짐없는 확인 필수. 우리는 사이가쿠칸(彩岳館)에서 온천욕을 했다. 피부를 미끄럽게 하는 탄산수소 염천수질로 여성들이 좋아한다. 입욕에 앞서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를 먹었다. 이곳에 직접 만든 두부요리와 오이타산 소고기 야키니쿠(焼肉 やきにく, 고기구이)를 맛볼 수 있다.


차려진 가이세키 요리는 맛은 물론, 눈을 자극하는 시각적 효과가 극적이다. 음식의 모양과 색, 그릇까지 전체적으로 조화가 느껴졌다. 남녀 별로 목욕탕과 로텐부로(露天風呂, 노천온천탕)가 있다. 눈앞에 펼쳐진 눈 덮인 유후다케가 멋스럽다. 꼭 노년신사의 멋스러운 중절모 쓴 모습 같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근 채 설경을 감상하노라니 이런 호사가 있는가 싶다. 자잘한 일상에서 벗어나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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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의 로텐부로(露天風呂, 노천온천탕) 눈앞에 펼쳐진 눈 덮인 유후다케가 멋스럽다. 꼭 노년신사의 멋스러운 중절모 쓴 모습 같다. ⓒ 최정선


목욕이 끝난 후, 다과실에서 따끈한 차와 마주한 작은 정원은 평화로운 안식처였다. 찻실 중앙을 장식한 일본식 화로인 이로리(囲炉裏)가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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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화로인 이로리가 있는 찻실 다과실에서 따끈한 차와 마주한 작은 정원은 평화로운 안식처였다. ⓒ 최정선

  
일본 온천의 꽃, 벳푸

유후인에서 벳푸 가는 길, 묘반 온천(明礬溫泉)의 명물인 유노하나 매장에 들렀다. 유노하나는 묘반 온천에서 추출한 가스와 점토를 활용해 만든 순도 100% 미네랄 결정체다. 이 모양이 마치 꽃처럼 생겨 '온천 꽃'이라는 뜻의 일본어로 불린다. 여럿 초가집들이 보인다. 에도 시대부터 전수된 유노하나를 제조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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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반온천의 유노하나 재배지 묘반 온천에서 추출한 가스와 점토를 활용해 만든 순도 100% 미네랄 결정체인 유노하나를 재배한다. ⓒ 최정선


일본은 국토 여기저기서 온천을 발견할 수 있는 온천 천국이다. 온천 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일본일 정도로 전역에 4000개에 가까운 온천이 있다. '온천 천국' 일본서도 자타공인의 온천관광지가 벳푸다. 푸른 바다와 뜨끈한 온천은 이율배반적 조합이지만 찰떡궁합 같다. 온천 천국답게 꼭 료칸에 숙박하지 않아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온천으로 1879년 문을 연 다케가와라 온천(竹瓦温泉)과 미쉐린 가이즈가 인정한 효탄 온천(瓢箪溫泉)이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유케무리 전망대(湯けむり展望台)에서 온천 증기가 뒤덮인 칸나와(鉄輪) 지역과 츠루미다케 화산(鶴見岳, 1375m) 등 벳푸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 일행은 아쉽게도 시간에 쫓겨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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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천국 벳푸 ‘온천 천국’ 일본서도 자타공인의 온천관광지가 벳푸다. ⓒ 최정선


오늘날 벳푸를 탄생시킨 사람은 가메노이(龜の井) 버스 창업자인 아부라야 구마하치(1863∼1935)다. '산은 후지, 바다는 세토내해, 온천은 벳푸'라는 카피를 내세운 1920년대 일본 후지산 광고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후, '최초·최대'라는 수식어 붙은 마케팅은 계속됐다. 양변기 온천료칸 개장(1924년), 관광버스에 가이드 동승(1925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벳푸온천 홍보 퍼레이드(1928년), 할리우드 스타와 벳푸로 범선 기항 등. 열거하기도 벅차다. 특히 온천 홍보의 백미는 벳푸 지옥순례(Hells' Tour)였다.

뜨거운 증기와 물이 수시로 분출해 마치 지옥(地獄) 같은 칸나와 지역의 온천들이 있다. 바로 벳푸 여행의 하이라이트, 8개의 테마로 구성된 지옥온천 순례다.

우미지옥(海地獄·바다 지옥), 오니이시 보즈 지옥(鬼石坊主地獄·스님 지옥), 야마 지옥(山地獄·산 지옥), 가마도 지옥(かまど地獄·가마솥 지옥), 오니야마 지옥(鬼山地獄·도깨비산 지옥), 시라이케 지옥(白池地獄·흰 연못 지옥), 타츠마키 지옥(龍卷地獄·소용돌이 지옥), 치노이케 지옥(血の池地獄·피의 연못 지옥) 순으로 둘러보면 된다. 이중에서 우미 지옥, 시라이케 지옥, 타츠마키 지옥, 치노이케 지옥은 국가지정명승으로 등록돼 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가마도 지옥이다. 커다란 솥으로 밥을 지어 신사에 바쳐 '가마솥'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의 삶은 달걀과 라무네(ラムネ·천연사이다)는 가마도 지옥 온천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따끈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까먹는 달걀과 구슬이 들어간 신기한 사이다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 황후의 밥상이 부럽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수증기와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가 뒤엉켜 지옥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점이 낭만적이다. 다양한 물질이 함유된 온천이 바다처럼 보이기도 하고 붉은 땅처럼 보여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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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푸 지옥순례(Hells‘ Tour) 벳푸여행의 하이라이트는 8개의 테마로 구성된 지옥 온천 순례다. ⓒ 최정선


[여행 귀띔]

ⓛ 교통편

- 철도: 유후인을 갈 땐 후쿠오카에서 JR열차인 유후인노모리(湯布院の森)와 유후(ゆふ) 특급 직행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벳푸까지는 유후인에서 하루 3대 운영하는 직통 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

- 버스: 산큐패스(SunQ Pass)를 이용하면 좋다. 이 통행권은 규슈 7개 현의 버스회사(49개·노선 2500개)가 규슈 최대 기업 니시테쓰(西鉄·서일본철도)를 중심으로 개발한 날수(3·4일)와 지역(남·북·전규슈) 한정 버스이용권이다. 개인적으로 버스 이용을 권하고 싶다. 최근의 규슈만큼은 버스가 철도보다 훨씬 편리하고 저렴하다. 더구나 버스의 특성상 연착할 것이란 걱정은 그만. 버스도 출발과 도착이 정확하다.

② 숙박

- 유후인: 유후인에 왔다면 료칸에서 잠을 자는 것도 좋다. 사이가쿠칸(彩岳館)은 30만원 대의 중상급 료칸이다. 이곳은 유후다케 화산을 병풍삼아 온천욕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료칸 이용이 부담된다면 온천욕만 즐겨도 된다.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탄산수소 염천수질로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그리고 샴푸부터 폼클렌징까지 갖춰져 빈손으로 가도 된다.

목욕탕과 노천탕, 시간당 대여가 가능한 가족탕이 있다. 특히 12~14가지 종류의 가이세키 요리도 즐길 수 있으며 유후인 역에서 픽업서비스를 해준다.

- 벳푸: 스기노이호텔은 벳푸를 대표하는 전망 좋은 대형 호텔이다. 워터파크부터 노텐부로(風呂·노천탕)까지 다양한 온천탕이 있다. 객실에서는 벳푸만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해돋이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③ 먹거리

- 가이세키 요리(会席料理): 작은 그릇에 조금씩 담겨 나오는 일본의 연회용 코스 요리다.

- 소바: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방식으로 메밀면을 직접 뽑는 곳을 추천한다.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소바 전문점들은 탱탱하고 쫄깃한 소바면이 담백하다. 한국의 상차림과 다르기에 그 이상 기대하면 안 된다.

- 온천 푸딩: 온천 증기로 찐 푸딩이 압권이다. 입에 넣자마자 사르륵 녹는 부드러운 푸딩과 캐러멜 향이 입안 가득 풍미를 느끼게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생각없이 경주>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블로그 '3초일상의 나찾기'( https://blog.naver.com/bangel94)에도 실립니다.
#온천여행 #온천 #유후인 #벳푸 #규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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