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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 이런 영화 기다렸다

[리뷰] 기독교, 불교 세계관 접목한 영화 <사바하>(2019)

19.02.22 16:52최종업데이트19.03.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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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바하>(2019) 포스터 ⓒ (주)외유내강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을 통해 한국 오컬트 영화의 신기원을 일으킨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2019)는 2014년 강원도 영월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을 주축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모두가 괴물로 부르는 쌍둥이 언니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던 금화(이재인 분),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장 박목사(이정재),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 사체를 발견한 후 수사에 돌입한 형사(정진영 분), 누군가에게 순교를 강요하는 정나한(박정민 분). 도무지 상관 관계가 없어 보이던 이들의 각개분투는 마침내 보고도 믿기지 않을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된다. 

영화의 제목인 '사바하'는 불교의 핵심 경전 천수경에 담겨있는 핵심 진언(주문)인 신묘장구대다라니에 자주 나오는 단어로 '모든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이다, 원만성취, 원만하게 성취되어지이다'라는 뜻이다. 개신교 목사가 신흥 종교 단체의 비리를 적발하는 영화에서 사바하라는 불교 용어가 비중있게 등장 하는 것은 극중 박목사가 추적하는 종교단체 '사슴동산'이 불교와 관련된 단체이기 때문이다. 
 

영화 <사바하>(2019) 한 장면 ⓒ (주)외유내강

 
사이비 종교 단체를 구별하는 데 탁월한 직감을 가진 박목사는 단번에 사슴동산의 이상한 점을 캐치 하지만,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다. 그래서 그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뛰어난 법력을 가진 해안스님(진선규 분)의 도움으로 사슴동산의 수상한 점을 하나하나씩 파헤치기 시작한다. 

"선배, 불교에는 절대 악이 존재하지 않아요."(극중 해안스님 대사)

<범죄도시>, <극한직업>의 연이은 대성공으로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 진선규가 맡은 해안스님은 사슴동산의 비리를 추적하는 데 전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대신, 박목사와 그의 밑에서 일하는 고요셉(이다윗 분) 전도사가 사슴동산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에 충실 한다. 사슴동산의 교리의 핵심인 사천왕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기독교 성직자인 박목사가 불교적 세계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불교에는 악이 없다.",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 또한 없다.", "고통도 결국 변한다." 불교를 제대로 접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다소 난해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극중 대사들은 영화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중요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영화 <사바하>(2019) 한 장면 ⓒ (주)외유내강

 
사슴동산의 원형인 동방교 김제석을 오랫동안 연구하던 총무스님(차순배 분)은 이렇게 말한다. 동방교 김제석은 깨달음을 얻어 성불의 경지에 오른 자라고. 과거 김제석에게 미래에 다가올 일을 예언했던 티벳 불교 고승 네충텐파(타나카 민 분) 역시 김제석을 두고 미래의 구세주(마지막 예언자)라고 칭하였다. 불교에 정통한 이들이 하나같이 김제석의 법력을 높게 평가하는 걸 봐서, 김제석은 분명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경지를 얻어 도통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엔 반전이 숨겨져 있다.

불교의 또 다른 핵심 경전의 하나인 '금강경' 에서 석가모니 부처는 "물질이나 음성으로 나를 찾고 구한다면, 삿된 도를 행함이라, 여래 볼 수 없으리라(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라고 제자들과 신도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 부처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수행하고 노력하되, 설령 성불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자신이 부처라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극중 캐릭터는 물론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영화 <사바하>(2019) 한 장면 ⓒ (주)외유내강

 
박목사에게 건낸 해안스님의 조언처럼 불교에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으며,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행위가 바로 '나'다. 여기서 '나'는 고정된 실체로서 나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나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에는 실체가 없으며, 고통 또한 사라지거나 변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에 지은 악행이나 잘못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불교는 철저히 인과설 법칙에 의해 움직이기에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원인이 있기 때문에 결과가 있다고 말한다.

영화에 등장한 몇몇 스님들의 대사처럼 불교는 한때 부처를 해치려고 했던 악귀들도 신(사천왕)으로 모실 정도로 상생을 강조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종교였다. 이를 잊어버리고 사리사욕에 집착한다면 파멸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 기독교와 불교적 세계관을 잘 접목시켜, 신을 향한 인간의 믿음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던 <사바하>. 한국에도 이렇게 종교를 기반으로 한, 진정성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사바하 종교 이정재 진선규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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