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은 과연 풍요로움을 가져다줄 것인가?

논란의 제2공항, 무엇이 문제인가?

등록 2019.02.25 07:45수정 2019.02.25 09:35
1
원고료로 응원

2월 21일. 제주도의회 안에서 피켓팅하는 모습. 제주도민 한 분이 다가와 제2공항 왜 반대하느냐고 물어왔다. ⓒ 황용운

 
필자는 21일 오전 제주도의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 내용은 제주도의회가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라는 것이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던 제주도민이 다가와서 필자에게 질문을 했다.

"제2공항 왜 반대하는 거에요?"

그분은 나중에 질문을 한 의도를 말씀해주셨다. 제2공항이 문제인 건 같은데 내용이 뭔지는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분처럼 제2공항이 문제인 것은 알겠지만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분들이 전국에 많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기사를 쓰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제2공항이 논란이 되고 있는가? 핵심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1월 3일 국토부는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1월 22일에는 세종시에서 비공개로 착수보고회가 진행되었다.

반면, 2월 6일 kbs제주 여론조사 결과에서 32.9%가 늦출 수 없어 그대로 진행, 32.5%가 입지선정 타당성 검토 다시 해야, 30.3%가 문제 있어 원점 재검토로 나왔다. 긍정 32.9%, 부정 62.8%가 나온 것이다. 60%가 넘는 제주도민이 제2공항 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토부에서 일방적으로 강행 추진하려 하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2월 6일. kbs 제주 여론조사 결과. 긍정 32.9% , 부정 62.8%. 제주도민의 여론은 제2공항 반대 여론이 더 높게 나왔다. ⓒ kbs 제주

   
사업의 추진 경과는 이렇다. 2015년 11월 국토부에서 갑작스럽게 성산 제2공항 건설 방안을 발표한다. 2016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BC(비용 대비 편익)가 1.23으로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가 났다. 사업비는 총 4조 8700억원이다.

2018년 7월 포스코건설 컨소시움이 용역업체로 선정되었고, 9월에는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가 구성되었다. 3개월 뒤, 12월에 검토위원회는 강제로 종료되었고 국토부는 기본계획 용역 수립을 착수하기에 이른다.

찬성 측 주장의 핵심은 제주 지역의 경제가 발전한다는 이야기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제주에 오면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반대 측 주장의 핵심은 국토부와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 추진한다는 것이다. 제주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결정과정에서 제주도민이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 집에서 어떤 중요한 일을 결정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그 집에 있는 가족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다른 집의 사람이 결정을 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결정으로 인한 이익을 가족 구성원이 보지 못한다면 어떨까?

필자는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제주 제2공항은 과연 제주도에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것인가? 풍요로움이라는 가치는 반드시 돈으로만 환산되지는 않는다.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랑이며, 그것은 관계이며, 그것은 공동체이다. 자본의 투입으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은 풍요로움이라는 가치를 자본의 논리로만 바라본 것은 아닐까?
 

제주도청 계단에 있는 도청앞 천막촌 사람들 모습. 야마가타 공연 마친 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관계이며, 공동체이다. ⓒ 이기철

 
과연 제2공항으로 인해 제주도민이 더 풍요로워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아니다. 돈은 절대적 가치가 아닌 상대적 가치다. 외부 충격으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면 또 다른 공항을 짓자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서 끝없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말 것이다.

제주에 풍요로움을 더해주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자연환경이다. 육지에 있는 사람들이 제주를 많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삭막한 도시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쉼을 누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가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면 과연 관광객들이 제주도를 찾을까?

많은 언론과 방송에서 제주의 모습을 다룰 때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주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제주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까닭은 제주도를 자본의 논리로만 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015년 11월 성산지역 제2공항 건설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기에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원희룡 지사는 2045년 제주기점 항공기 이용객 수가 4500만 명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누군가는 관광객이 많이 오면 더 좋은 것 아니야? 라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이전에 꼭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관광객이 급증한 제주도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2016년에 무려 땅값이 27.77%나 올랐다. 덩달아 물가와 집값도 과도하게 올랐다. 얼마 전에는 제주도 내 숙박업 객실수가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휴·폐업하는 숙박업소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2월 가계대출 잔액이 15조를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제주에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왔지만(2017, 2018년 제외) 다수의 제주도민의 경제 사정은 더 어려워진 것이다. 이것은 소수의 자본가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고 있고, 가난한 제주도민은 치러야 할 비용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만 힘들어졌을까? 환경은 어떨까? 얼마 전 JIBS보도에서 서부 지역 지하수의 68% 가량의 오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제주도 해안가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그 중 59%가 플라스틱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과 도내 읍·면 하수처리장 가동률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쓰레기 소각이나 매립 문제 역시 심각한 상태다. 필자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비용이라 부르고 싶다.

제주 제2공항은 과연 제주도에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아니다. 자본이 더 많아진다 하여 삶은 더 풍요로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궁핍해진다. 이제는 우리가 개발로 인해 얻은 것이 아니라, 개발로 인해 잃어버린 것을 성찰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관계, 공동체, 자연환경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 가치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제2공항 #자본 #자연환경 #제주도 #공동체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