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심사, 핵심은 '빨리빨리'가 아니야!

[난민법 개악반대 ②] 국회 난민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일까

등록 2019.02.26 14:11수정 2019.02.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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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후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회의원들도 너나 할 것 없는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난민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정안은 한국 사회 난민의 현실뿐 아니라 국제사회 속 한국의 위치를 외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의도와 난민 보호의 원칙은 보이지 않습니다. 개정(改正)안이 아니라 개악(改惡)안이라 불리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난민신청은 모두의 권리입니다. 난민에게는 사람의 권리가 있고, 한국은 난민 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보장이 원칙이고 제한과 처벌은 예외가 되어야 하지만, 이 법안들은 난민을 '예외의 상태'에 놓인 '예외적 존재'로 내몰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한국에 왔음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국경에 갇힌 난민들은 언제쯤 한국 사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국회 난민법 개정안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네 편에 나누어 살펴보는 두 번째 글입니다. - 기자말

 

난민심사, 핵심은 빨리빨리가 아니다!

·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 - 1차 심사 3개월 안, 이의심사도 3개월 안
·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 - 1차 심사 3개월 안, 이의심사도 3개월 안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 1차 심사 2개월 안, 이의심사도 2개월 안
·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 - 행정소송 제기기간을 90일에서 60일로, 이의신청 했던 사람은 30일 내에.

현행 난민법은 1차 신청 심사를 6개월 안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은 6개월에 한해서 연장될 수 있습니다. 2017년 말 기준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신청자들은 평균 7개월을 기다려 1차 심사 결과를 받습니다. 난민신청자들은 난민신청 후 생계와 의료, 자녀의 교육 등 삶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1차 신청 후 이의신청심사, 법원 절차를 포함하여 3~4년이나 되는 심사 기간은 고통과 불안의 시간입니다. 길어지는 심사 기간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최근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심사 기간이 줄어들어 막막한 기다림의 시간도 줄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습니다.
 

2017년도 사무소별 신청자 및 심사공무원 현황- ⓒ 난민인권센터


그러나 숫자 하나 바뀐다고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난민신청 현황은 총 3만2626건입니다. 2016년 7541건에서 2017년 9942건, 2018년 11월 1만5143건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직제상 난민심사관 등 난민전담공무원은 39명에 불과합니다. 1차 난민심사에 평균 10.4개월, 이의신청 심사에 9.9개월이나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사관 한 사람이 200~300건의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난민심사는 굉장히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심사 담당자는 난민신청자의 표면적인 난민신청 사유 외에도 신청자에게 박해에 대한 공포가 있게 한 사회적, 환경적 상황을 검토하고 미래의 박해위험을 판단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삶을 심도 있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심사관이 한 해 수백 건의 면접을 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면접은 예·아니오 식으로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실한 면접 이후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는 불인정통지를 받고 탄식해야만 했습니다.

난민 심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지만, 대한민국의 난민 심사 공무원은 잦은 순환 보직으로 인해 직원들이 전문성을 갖추기 쉽지 않습니다.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경험 있는 전문가가 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전문성을 키워줄 교육 또한 미비합니다. 2017년에는 20시간의 교육 및 간담회, 이틀간 진행된 역량 강화 워크숍, 매년 1회 진행되는 난민심사관 양성과정이 집합 교육방식이 전부였습니다.
 

한 난민신청자의 호소 "우리의 삶을 낭비하지 말라" ⓒ 난민인권센터


일찍이 난민제도를 운영해온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요? 유럽연합은 유럽연합회원국, 노르웨이 및 스위스 전역의 난민전담 공무원과 이외의 비호관련 업무당당자를 위해 2012년부터 유럽국제보호지원사무소(European Asylum Support Office_EASO)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난민 심사와 보호관련 전문내용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이고 공통된 내용을 이수한 뒤에는 업무영역에 맞춰 더 높은 수준의 내용을 제공합니다.

또한, 난민 보호와 관련돼 새롭게 떠오르는 이슈를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7년에는 인신매매를 다루는 모듈을 신설했습니다. 세분된 내용을 이수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한국 전담 공무원들이 받는 교육 시간보다 깁니다. 면접 기술 모듈과 판단 및 결정 모듈을 예로 들면, 각각 5일간의 e-러닝 세션, 2일간의 면대면 세션을 마치도록 했습니다. 

어쩌면 '39명의 심사관만으로 심도 있는 심사가 가능하겠냐'는 시민사회의 우려는 당연할지 모릅니다. 2018년에는 면접 심사과정에서 아랍 출신 난민신청자들이 허위통역으로 억울하게 탈락했습니다. 당시 난민인권센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허위로 작성된 난민면접 조서로 불인정 결정을 받았던 피해자들의 손해를 보상하고 구제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난민심사에 대한 불신이 근거 없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난민 심사를 빠르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빠른 심사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심사 절차의 제대로 된 이행,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정직하고 꼼꼼한 심사입니다. 인력 부족은 양질의 심사도, 빠른 심사도 불가능하게 합니다. 인력과 자원이 없어 난민 불인정통지사유서도 한글로만 제공되는 게 현실입니다. 인력충원이 먼저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강석호 "난민심사를 위한 사전 난민심사 도입"

"진짜 난민은 보호하고 가짜 난민과 브로커는 엄벌하기 위해서는 난민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심사기준은 강화해야 한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7월 난민 브로커 및 가짜 난민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강 의원의 발의한 난민법 개정안은 난민심사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가짜 난민에 대한 처벌과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난민으로 심사할지를 사전 심사해서 '진짜 난민'만 난민 신청을 하게 만들겠다는 안입니다. 

그런데 공항과 항구에서는 이런 절차가 오래전부터 운영됐습니다. 2013년 난민법이 시행되면서 한국에 체류하고 있지 않더라도, 공항이나 항구 등 출입국항으로 들어오면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이때는 난민 심사를 받을지부터 심사받습니다. 일종의 사전 심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절차들이 난민 신청자를 강제 송환할 수 있는 제도로 오용되면서, 이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가 시리아를 주목하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던 2015년, 한국에서는 '시리아 난민' 28명이 인천공항에 갇혀 7개월을 보냈습니다. 난민법에 따라 공항에서 '난민신청 의사'를 밝혔지만, '명백한 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경의 틈에 꼼짝없이 갇혔던 것입니다. 난민들은 숙식이 제공되지 않는 송환대기실에 '수용'돼 송환의 두려움과 구금 사이에서 고통받았습니다. 

최근 앙골라 국적자에 대한 인종차별과 협박, 성폭행 등 위협을 벗어나기 위해 전 재산을 걸고 난민이 되기로 한 '인천공항 46번 게이트의 가족' 사례는 난민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공항 속 난민의 상황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년 출입국항 사전심사를 통과해 난민심사에 부쳐진 신청자 비율은 10.7%(2013년 59.3%, 2016년 32.6%)였습니다. 열 명 중 한 명만이 회부 결정을 받아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불회부 결정을 받은 90%의 난민은 이의 신청도 불가능해 본국 강제 송환과 소송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대부분 소송을 택하는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서적·신체적 건강의 위협을 받으며 출국대기실에서 장기 체류해야 합니다. 

현재 법무부는 불회부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당사자에게도 '관리하고 있지 않다'라는 이유로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난민법이 만들어진 이래 꾸준히 제기되었던 법의 공백입니다. 

사전심사 자체가 신청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과 난민 심사를 할 공무원이 부족해 본 심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강석호 의원의 '난민 심사 전 심사 제도' 개정안은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제14조 ⓒ 난민인권센터


현재 국회에는 난민법 폐지안을 비롯한 총 6건의 난민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난민 보호의 기본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난민 보호의 원칙은 온데간데없이 배제·삭제·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되어버린 개정안들. 난민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안을 통해 난민 인정 절차를 남용하는 이른바 '가짜 난민'을 단속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난민도 우리와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존중받아야 하며, 한국은 이들의 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모든 난민신청자가 공정한 심사기회를 받는 것이 먼저입니다. 성급한 개정을 막아주세요.

[관련기사]
① 김진태 의원님, 어쨌든 난민은 안된다고요?

난민법 개악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 bit.ly/난민법개악반대
덧붙이는 글 해당 기사는 <난민인권센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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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센터는 한국사회 내에서 배제되고 있는 난민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로, 2009년도부터 난민권리상담, 사례대응, 사회적 인식과 제도개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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