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 삭제까지... 이언주 의원 심하다

[난민법 개악반대 ③] 국회 난민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일까

등록 2019.02.27 16:13수정 2019.02.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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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후 제주 예멘 난민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회의원들도 너나 할 것 없는 관심을 보였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난민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정안은 한국 사회 난민의 현실뿐 아니라 국제사회 속 한국의 위치를 외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있습니다. 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의 의도와 난민 보호의 원칙은 보이지 않습니다. 개정(改正)안이 아니라 개악(改惡)안이라 불리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난민신청은 모두의 권리입니다. 난민에게는 사람의 권리가 있고, 한국은 난민 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보장이 원칙이고 제한과 처벌은 예외가 되어야 하지만, 이 법안들은 난민을 '예외의 상태'에 놓인 '예외적 존재'로 내몰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한국에 왔음에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국경에 갇힌 난민들은 언제쯤 한국 사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요?

국회 난민법 개정안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네 편에 나누어 살펴보는 세 번째 글입니다. - 기자말

 
 
"한국에서 난민인정자의 삶은 돼지만도 못하다."

한 난민 인정자의 뼈아픈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난민 인정을 받았음에도 한국 사회 시민으로 사는 삶은커녕 하루하루 생존하기조차 어렵습니다. 

한국에는 2018년 말 기준으로 총 936명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난민 인정자의 정착을 위한 정책 운용은 요원합니다.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도 마련되어있지 않습니다. 난민 인정자는 딱 두 장 분량의 '안내문'을 받는 것을 제외하곤 정착을 위한 그 어떤 정보도 제공받지 못합니다. 이 두 장의 안내문은 그마저도 난민법의 처우 관련 조항을 풀어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법무부가 아닌 다른 정부 부처에서 난민 인정자에게 제공 가능한 서비스 목록도 빠져 있습니다.
 

난민인정자에게 발급되는 두 장의 안내문 ⓒ 난민인권센터

 
주무 부처인 법무부에는 난민 처우를 전담하는 사무관이 있습니다. 그러나 재정착 난민 업무를 겸하고 있어 난민 인정자의 처우는 뒷전이 되곤 합니다. 재정착난민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실무협의회가 진행됐지만, 난민 인정자의 정착을 논의하기 위한 난민 처우 협의회는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한 해 동안 30명 가량의 재정착 난민을 위해 3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책정했으나, 난민 인정자 정착 예산은 전혀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언어도, 문화도 다른 대한민국에서 난민인정자는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난민 인정자의 처우 축소 / 신청자의 생계비 삭제 / 교육보장 삭제" - 이언주 의원  (바른미래당, 대표발의)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거주지를 제한하고,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입국한 외국인들의 난민 신청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해 7월 19일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 의원은 "난민에 대한 인권도 중요하지만 급증하는 테러위험, 불법체류, 문화적 갈등, 취업 갈등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며 "온정주의와 인도주의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은 위와 같은 현실에 처한 난민 신청자들의 삶을 알기는 한 걸까요?

있으나 마나 한 '신청자 생계비 제도'


난민 신청자의 생계비 지급제도는 예산이 부족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전체 대상자의 3%에게만 지급했습니다. 정부는 신청자가 배로 늘어도 지난 3년간 8억 원 수준의 예산만을 책정했습니다. 올해는 그마저도 2500만 원 이상 삭감했습니다. 심지어 예산 자체를 523명에게만 지급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6개월간 지원해야 하는데, 예산이 적다 보니 3.5개월 기준으로 변경했습니다. 

정부는 신청자들을 전부 도울 수 없다면 취업 허가라도 내주어야 합니다. 자립조차 할 수 없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면서, 이들을 가볍게 취급하는 태도는 모순 그 자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언주 의원은 난민 신청자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선별 지급되던 생계비를 삭제한다고 합니다. 논쟁을 잠재운다는 명목으로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난민들을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도 일정 기간 난민 신청자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주거와 생계비는 대부분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주거 수당과 별개로 한 달에 약 44만 원(1인 기준)의 생계비를 지급하여 신청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주거 지원 및 건강보험료 지원과 더불어 약 69만 원, 영국은 23만 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불인정 된 난민 신청자에게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내용의 복지를 제공합니다. 법적 지위가 다르다고 해서 필요한 삶의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난민 신청자가 아동이라면?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나 그 부모, 후견인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의견, 민족적 인종적 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여부, 태생, 신분 등의 차별 없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아동에게 이를 보장할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난민 신청자라는 이유로 자녀에게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한다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대단히 어두울 것입니다. '아동을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아동의 최선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UN 아동 인권선언에도 반합니다. 

난민으로 인정받든, 인정받기 전이든, 아이들은 무엇이든 배우고 미래를 꿈꿔야 합니다. '자국민의 이익이 먼저'라는 구호로 아이들의 미래를 뺏을 수는 없습니다.
 

- ⓒ 난민인권센터

 
난민 신청은 권리입니다. 난민에게는 사람의 권리가 있고, 한국은 난민 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 애초 의도와 달리 난민 보호의 원칙은 온데간데없이 배제·삭제하고 처벌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 되어버린 난민법 개정안들. 사람답게 살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난민법 개악 반대에 함께 해주세요.

[관련기사]
① 김진태 의원님, 어쨌든 난민은 안된다고요?
② 난민 심사, 핵심은 '빨리빨리'가 아니야!

난민법 개악반대 100만인 서명운동 ▶ bit.ly/난민법개악반대
#난민인권센터 #난민 #난민법 #난민법개악 #난민법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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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인권센터는 한국사회 내에서 배제되고 있는 난민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로, 2009년도부터 난민권리상담, 사례대응, 사회적 인식과 제도개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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