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입증된 4대강의 허구... '물그릇론' 붕괴

[삽질의 종말 ②] 22일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발표의 의미...한국당 '물전쟁' 선포했지만

등록 2019.02.22 20:52수정 2019.02.2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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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2월22일에 발표한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계기로 <오마이뉴스>는 긴급 기획 '삽질의 종말'을 시작합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개봉합니다. 오는 4월경에는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이 출간될 예정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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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영산강 보 평과 결과 발표하는 홍종호 공동위원장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홍종호 공동위원장과 홍정기 단장, 연구책임자, 분과 위원장 등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강·영산강 5개 보의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위원회는 금강의 세종보,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는 안을 제시했다. ⓒ 유성호


4대강 16개 보 중 5개에 대해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이에 정치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공동위원장 홍종호·홍정기, 이하 기획위원회)는 22일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중 3개는 해체하고, 2개 보의 수문은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5개 보는 강물을 가로막는 구조물로서의 존재 의미를 잃는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굳게 닫혔던 4대강 보의 붕괴가 시작된 것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물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지난 2018년 11월 구성된 기획위원회는 2017년 6월부터 진행한 금강, 영산강 보 개방에 따른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5개 보 처리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들은 세종보와 죽산보 해체, 공주보는 공도교 기능만 유지한 채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망가진 강을 4대강 사업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기획위원회는 이후 민관협의체 회의와 전문가 토론회, 국제 심포지엄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6월에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 처리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5개 보에 대한 최종적인 처리 방안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결정한다. 기획위원회는 또 올해 연말까지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 처리 방안에 대한 방침도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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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밝힌 부문별 주요 평가결과.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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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영산강 5개 보의 처리방안 제시하는 홍정기 단장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홍정기 단장과 홍종호 공동위원장과 연구책임자, 분과 위원장 등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강·영산강 5개 보의 처리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위원회는 금강의 세종보,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는 안을 제시했다. ⓒ 유성호

 
[비용편익 분석, 세종보 2.92] 밑 빠진 독... 결론은 명확

4대강 사업에 대한 파산선고는 사실 작년 감사원 감사 때 내려졌다. 당시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비용 대비 편익, B/C)해 '0.21'이라는 수치를 내놨다. 100원을 투자하면 거기서 겨우 21원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획위원회 발표는 수십조 원을 들여 만든 4대강 보의 존치 여부였다. 실패한 사업으로 탄생한 보의 존치-해체의 경제성을 분석한 것이다.

가령 세종보만 해체하는 데 114억 원이 든다.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물이용 대책을 강구하려면 추가로 86억 원이 든다. 이것만 해도 총 200억 원. 하지만 수질과 수생태 개선비용으로 867억 원의 이득이 생기고, 유지관리비 83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기획위원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62년까지 세종보 해체에 따른 비용은 총 332억 원이 드는데, 편익 비용은 972억 원에 달했다.

기획위원회가 이런 계산을 통해 발표한 세종보 해체시 B/C 값은 2.92. 100원을 투입하면 292원의 이윤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자유한국당 등은 수천억 원의 세금을 들여서 만든 보를 왜 철거하느냐고 비판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낭비해야 한다는 게 기획위원회가 내린 결론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종보. ⓒ 김종술


[공주보 1.08 - 죽산보 2.54] 죽산보는 완전 해체, 공주보는 교량 기능만

공주보 해체 비용은 533억 원으로 세종보보다 훨씬 많다. 물이용 대책 비용 137억 원을 합치면 해체 비용은 총 670억 원이다. 하지만 수질과 수생태 개선으로 650억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572억 원의 유지관리비도 절감할 수 있다. 공주보 해체 시 소수력 발전을 하지 못해서 2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기획위원회가 매긴 공주보 B/C값은 1.08. 세종보처럼 해체가 정답이라는 결론이다.


하지만 기획위원회는 공주보 완전 해체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현재 공주보를 공도교로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3500여대. 4대강 사업 당시 공도교로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이를 용인하면서 교통량이 증가했다. 이에 기획위원회는 교통권을 보장하는 해체 방안을 제시했다. 고정보와 수문은 철거하고 교량 기능은 살려둔다는 것이다.

최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공주보를 해체하면 지하수와 농업용수가 고갈된다고 반대하고 있지만, 이날 기획위원회는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박재현 4대강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 수리수문분과장(인제대 교수)은 "금강 지역은 대청댐 물을 생활-공업용수로 사용하기에 수위가 낮아지는 것에 영향을 받지 않고, 농업용수의 경우 양수-취수장을 개선하고, 취수 수위에 대한 임시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죽산보도 해체 방안이 제시됐다. 기획위원회가 죽산보 해체에 매긴 B/C 값은 2.54. 보를 해체하는 비용 및 불편익 비용은 총 622억 원인데, 편익 비용은 1580억 원에 달했다. 기획위원회는 "하굿둑으로 인한 물 흐름의 제약, 황포돛배 운영과 같은 지역 문화관광 여건 등을 검토한 뒤 추가 모니터링 결과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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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영산강 보 경제성 분석 결과. ⓒ 환경부

 

공주보 ⓒ 김종술


[백제보 0.96 - 승촌보 0.89] 해체 보류... 하지만 상시 개방

하지만 백제보 해체의 B/C 값은 0.96. 해체보다 유지하는 게 나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 분석한 5개 보 중 4개 보는 해체하면 수질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기에 '편익 비용'이 추가됐는데, 백제보는 285억 원이나 마이너스로 기록됐다. 따라서 기획위원회는 백제보를 해체하지 않고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향후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 있다.

홍정기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보 개방 기간이 짧아 수질 평가에 필요한 실측 자료가 충분치 않았고, 보가 설치되기 전 자료를 이용한 평가 결과로도 보 해체의 경제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금강의 장기적인 물 흐름 개선을 위해 백제보를 상시 개방하는 처리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승촌보 해체의 B/C값은 0.89로 이번에 분석한 5개의 보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489억 원을 들여 보를 해체해도 물이용 대책비용 300억 원, 주민들의 교통 불편 비용 172억 원이 추가되기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위원회는 "수질과 생태 개선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주변 지역 물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보를 운영하면서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이날 기획위원회는 3개 보의 철거와 2개 보의 상시 개방을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던 소위 '물그릇론', 보에 물을 채워놓겠다는 정책의 폐기를 선언한 셈이다. 또 4대강 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국운을 융성시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도 완전한 허구였다는 것을 정치 논리가 아니라 경제 지표로 증명했다.
 

녹조가 창궐한 백제보 ⓒ 김종술


[수질-수생태] 보 해체하면 3000억 원 편익 발생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수질과 생태를 살리겠다는 게 이명박 정부가 내건 주장의 하나였다. 하지만 기획위원회는 이 정치논리의 허구성도 경제 수치로 반박했다.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학자들은 '이수와 치수' 기능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보에 물을 가득 채워 놓음으로 인해 홍수 위험이 증가하는 등 치수 기능은 악화됐다. 이수 기능은 약간 호전되는 데 그쳤다.

기획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를 해체하면 수질이 대체로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보를 종합하면 수질 개선 편익 비용은 무려 1389억 원이었다. 생태계 개선비용도 1583억 원에 달했다. 지하수 활용 등 이수 기능은 다소 악화되지만, 친수 기능, 즉 사람들이 강가에 가서 놀 수 있는 등의 편익을 계산하면 154억 원이었다.

이철재 4대강조사평가단 전문위원회 사회경제분과 간사는 "보는 홍수 소통에 지장물이 될 수 있고 홍수기에 수문조작에 실패하면 피해가 확산될 수 있어서 구조물을 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한편으로는 4대강 사업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강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자연성이 회복되면 여울에서 물고기가 헤엄치고, 우리 아이들이 멱을 감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전쟁 선포?] 자유한국당의 반발... 홍종호 위원장 "정쟁으로 몰지 말라"

자유한국당은 이날 기획위원회의 발표에 반발하면서 '물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공주가 지역구인 정진석 의원은 주민들에게 보낸 핸드폰 문자를 통해 "세종보 공주보 해체, 백제보 상시 개방은 4대강 사업 전면 폐기로 가는 첫걸음"이라면서 "금강의 우리 물을 지키기 위해 '물 전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기획위원회가 보 해체 방안에 대해 '보수정권 지우기'로 규정하면서 성토했다. 그는 "보수 정권이 한 것을 전부 부정하면 본인들이 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4대강은 정말 문재인 대통령 개인 소유물이 아닌지, 그동안 투입된 세금과 해체 비용은 어디서 나오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종호 공동 기획위원장(서울대 환경대학원 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대운하 사업의 어설픈 B/C 분석 자료를 내세우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라는 꼼수를 써가면서 4대강 사업을 추진했는데, 우리는 이수와 치수, 수질과 생태, 지역 여론까지도 종합적으로 연구평가해서 내놓은 결과"라면서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학자들을 좌편향이라고 몰고 '과거 정권 지우기'라는 식의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소통할 자세가 되어 있는데, 자극적인 발언으로 농민들을 추동하고 막무가내로 비판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보 처리 방안 제시안은 금강과 영산강의 자연성 회복에 기여하면서 지역 주민과 미래세대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고심한 결과"라고 밝혔다.
#4대강 #보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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