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 어떤 생일을 보내고 있나요?

[아이와 함께 읽은 책] 동화책 <어떤 생일을 보냈니>(How was your Birthday?)를 통해 본 난민과 우리

등록 2019.02.23 15:13수정 2019.02.2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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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 아들은 이곳에 남아야 하고, 보호자인 아버지는 곧 한국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 무슨 사연일까? '난민'에 대해 조금만 관심 있는 분이라면, 알고 있을 내용이다. 

2019년 2월 19일 화요일 전국에 폭설이 내리던 날. 서울 양천구에 있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앞에 최근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란 태생인 김민혁(16)군이 취재진 앞에 섰다. 그날은 진눈깨비가 날렸다. 이 자리에서 민혁군이 기자들에게 외쳤다. 

"한국에서 아빠와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고 싶어요."  

그랬다. 민혁군은 절박했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강제 출국당할 위기에 처한 현실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한국 아이 현석의 생일과 그리스 아이 카림의 생일 
  

동화책 <어떤 생일을 보냈니> 겉표지 ⓒ HUINE


대한민국에서 열한 살 생일을 맞는 현석이가 있다. 그리고 그리스에서 열 살 생일을 맞는 카림이 있다. 현석과 카림은 동화책 <어떤 생일을 보냈니>(How was your Birthday?)의 주인공이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두 아이의 가장 큰 차이라면, 현재 있는 공간과 신분의 차이에 있다. 현석이는 대한민국 어린이로 한국에 살고 있고, 시리아 어린이인 카림은 난민으로 현재 '그리스 난민 캠프'에 살고 있다. 

동화책 <어떤 생일을 보냈니>에는 다른 두 공간에서 생일을 맞는 두 어린이의 일상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삶의 공간에서 사는 어린이의 모습과 난민의 공간에서 사는 어린이의 모습. 특히 이 책을 기획한 대학생 난민 프로젝트팀 '난쏘공(난민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직접 그리스 난민 캠프를 방문하고 글을 썼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이렇게 쓰인 난민 동화책은 '대한민국 최초'라 할 수 있다. 난쏘공에는 김준형·김유한·주기환·김민찬(그림) 작가가 참여했다. 

과연 난쏘공이 어떤 세계를 보고 왔을까. 그곳의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까. 다둥이 아빠인 나는 현석이와 동갑내기인 아이와 다섯 살 늦둥이와 함께 동화책 <어떤 생일을 보냈니>를 읽어 보았다. 
 

함께 동화책 <어떤 생일을 보냈니>의 주인공 열한 살 현석. ⓒ HUINE

   

동화책 <어떤 생일을 보냈니>의 주인공 열 살 카림. ⓒ HUINE

 
안녕하세요? : Hello : 잇살라무 알라이쿰

현석이와 카림의 이야기는 두 나라의 언어(한국어와 아랍어)로 쓰였다. 또 전 세계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영어로도 적혀있다. 일반적인 공간과 난민의 공간을 세 개의 언어로 이어주는 구조다. 

이 동화책은 쉽게 쓰였다. 삽화와 함께 다섯 살배기 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글로 담았다. 소리 내어 동화책을 읽은 다섯 살 아이에게 어떤 내용인지 이해했는지 물었다. "한쪽은 우리나라 아이 생일(이야기)이고, 한쪽은 외국나라(난민) 아이 생일(이야기)이야."

현석이와 동갑인 아이에게도 이 동화책을 보여줬다. 휘리릭~ 쉽게 읽고 나서 말한다. "지난해 유니세프 캠프에 가서 봤던 '난민' 캠프 아이들이 생각났어. 그때 사진으로 (난민 캠프) 아이들 모습도 봤고,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친구들도 우리랑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

그랬다. '난민'이란 호칭이 붙었을 뿐, 아이들의 눈에는 자신의 또래 아이들뿐이었다. 

난민의 현실... 그리고 세계는 지금, 아니 우리는 지금

 

동화책 <어떤 생일을 보냈니>의 뒷부분에 실린 그리스 난민캠프에 있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아이들의 눈의로 본 빛과 어둠' 그림들. ⓒ HUINE

 
뉴스를 다루는 일을 하는 아빠인 난, 이 책을 보면서 2015년 9월 어느날 터키 해안가에서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Alan Kurdi)'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세계는 쿠르디의 모습을 보고 슬픔에 잠겼다. 그 이후에도 시리아 난민 아이 천사들이 세상을 떠난 뉴스가 전해졌다. 이 때문이었는지 세계 각국에서 난민을 받아들이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3년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세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여전히 난민들은 세계 어딘가를 떠돌고 있고, 캠프에 머무르며,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머물고 있다. 충격을 주는 뉴스 보도가 있을 당시만 슬픔에 잠기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던 게 아닐까. 
"난민이 되기를 선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의 타고난 인종, 믿고 있는 종교 때문에, 혹은 자신의 국가가 약하고 위태로워서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 낯선 국가에 보호를 요청하는 약자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사람들. 그들이 바로 난민입니다." - 신혜인 UNHCR Korea, Senior PI Associate 
상상해 본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 누구나 한결같이 행복한 생일을 보내는 모습을. 너무나 거창한 희망일까. 그렇다면, 작은 마음으로 소망한다. 난민 아이들의 안녕을 빈다. 그리고 그들 가족이 행복하기를 빈다. 
"어린이들에게 무겁고 어려운 주제일 수 있지만,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난민 문제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없는 기회를 제공하여 우리나라의 힘들었던 과거 역사와 난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종현 유엔과국제활동정보센터 대표 
다시 한번 희망한다. 많은 이들이 이 동화책 <어떤 생일을 보냈니>를 읽고 난민들도 우리와 전혀 다른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란 것을, 무엇보다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꿈꾸는 이들임을 알아주기 바란다. 그래서 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삶에 용기를 얻기를. 세상 모든 이들이 '나눔의 마음'을 키우길 소망한다. 

끝으로, 김민혁군이 열일곱 번째 생일을 아버지와 함께 보내기를 기도한다. 
덧붙이는 글 <어떤 생일을 보냈니>(김준형, 김유한, 주기환 (지은이), 김민찬 (그림)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12. /10,000원)

어떤 생일을 보냈니

김준형 외 지음, 김민찬 그림,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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