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대강 조사 왜곡, 참기 힘든 모욕이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4대강위원회 모욕하는 언사는 용납될 수 없다"

등록 2019.02.25 13:06수정 2019.02.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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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자신의 누리집에 실은 글로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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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자 <조선일보> 1면 ⓒ 조선일보

    
지난 22일 금강, 영산강의 3개 보 해체를 건의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제시안이 발표되자 4대강사업에 찬동했던 세력은 온갖 비방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었으나, 국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무얼 잘했다고 그리 기고만장하게 떠들어대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하기야 우리 사회에서 내놓으라고 뻐기는 사람들 중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양심을 보유한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까요.

애당초 4대강 사업의 주역을 자처하고 나섰던 자유한국당이 길길이 뛰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해 줄 만합니다. 정치가 업인 그들로서는 어떤 수를 쓰든 간에 자신을 정당화해야 정치적 매장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절박한 처지일 테니까요. 그리고 최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일부 인사들의 막말들과 이에 대한 정당 차원의 애매한 태도를 보면 그 당에 그리 큰 기대를 걸 이유가 없음이 분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정한 보도를 원칙으로 해야 마땅한 언론이 극단적으로 편파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결코 용납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23일 <조선일보>는 대문짝 만한 제목으로 이번의 결정이 "정치 논리"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가 오랜 기간 동안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에 "정치 논리"라는 허황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것은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태도입니다.

우리가 그동안의 경험에서 너무나 잘 알게 되었듯, 전문가라 해서 모두가 사심 없고 공명정대한 사람들인 것만은 아닙니다. 전문가를 자처하면서도 돈과 자리에 눈이 어두워 곡학아세를 일삼는 무리를 수없이 볼 수 있으니까요.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듯, 그런 몇몇 비뚤어진 사이비 전문가들이 전문가 집단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내 명예를 걸고 다짐하건대, 이번 4대강 조사평가 위원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그런 사이비 전문가들과는 기본적으로 결이 다른 인사들입니다. 우리 사회의 전문가 풀이 워낙 작다보니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다 연결이 되기 때문에 위원들 면면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그중에는 내가 정말로 아끼고 신뢰하는 제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정치 논리에 휘둘려 현 정부가 원하는 것을 앵무새처럼 옮겼다고는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홍종호 위원장은 며칠 전 예비타당성(예타) 면제 소동이 일어났을 때 결연히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쓴 결기 있는 학자입니다. 정부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은 사람이 그런 결기를 보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는 바로 이 4대강위원회 위원장직까지 내던진다는 각오로 예타면제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용기를 보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각본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한마디로 말이 되지 않는 소리지요. 그 위원회의 다른 구성원도 내가 알기로는 위원장 못지않은 전문성과 학자적 양식의 소유자들입니다. 그런 인사들이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을 "정치 논리"라는 한마디 말로 매도하는 것은 참기 힘든 모욕임이 분명합니다.

구체적 증거 없이 모욕적 표현, 용납될 수 없는 명예훼손

그 기사를 쓴 사람은 과연 그 위원회의 전문가들이 정부의 각본에 따라 움직인 꼭두각시였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나요? 구체적 증거도 없이 그런 모욕적 표현을 쓰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명예훼손 행위 아닌가요? 내가 그 위원회의 일원이면서 그런 모욕적 언사를 들었다면 피가 끓는 분노를 느꼈을 겁니다.

보수언론은 그 위원회에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인사가 다수 참여하고 있다는 말로 신뢰성을 깎아내리려 합니다. 난 그 사실이 오히려 위원회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이 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4대강사업 결사반대!"를 외쳤을까요? 오직 우리 국토를 살리고 예산 낭비를 막자는 대의 하나로 모진 핍박을 견뎌낸 분들 아닙니까?

만약 그들이 돈과 자리를 탐하는 사이비 전문가들이라면 아예 그때 "4대강사업 만세!"를 외치고 꽃가마를 탔을 겁니다. 대의를 위해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기를 주저하지 않던 그들이 왜 지금 와서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권력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자청하겠습니까? 그들이 정치 논리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비방 아닙니까?

4대강위원회에서 활동한 분들은 대학교와 연구소에서 자신의 일도 바쁜 와중에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 하나로 개인적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위원회 활동에 바쳐졌던 엄청난 시간과 노력에서 그들이 개인적으로 얻은 이득이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의 노고를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정권의 꼭두각시로 몰아가는 처사야말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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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홍종호 공동위원장과 홍정기 단장, 연구책임자, 분과 위원장 등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강·영산강 5개 보의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조선일보> 기사는 4대강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비용-편익분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턱대고 그런 의혹을 제기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치에 맞는 좀 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의문의 제기해야 마땅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늘 말하듯 비용-편익분석은 과학(science)이 아니라 예술(art)에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100% 객관성을 가진 데이터에 근거해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용-편익분석 결과에 대해 무조건 시비를 걸자고 들면 끝도 없이 많은 사항에 대해 시비를 걸 수 있습니다.

사실 비용-편익분석의 이런 성격을 이용해 의도적인 왜곡평가를 시도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 대표적 예가 그 허황한 "한반도대운하사업"과 관련된 비용-편익분석입니다. MB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제시한 한반도대운하사업의 비용-편익분석 결과를 보면 편익이 비용보다 무려 2.3배나 더 큰 것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편익-비용비율이 2.3이라면 엄청나게 탁월한 경제성을 가진 사업이라는 뜻인데, 여러분이라면 그 말을 선뜻 믿으시겠습니까? 오래전 내 글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듯, 실로 무지막지한 왜곡평가를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조작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편익은 한없이 부풀리고 비용은 한없이 줄이는 왜곡평가가 자행되었던 것입니다.

선동적 표현으로 위원회 결정에 시비 거는 것 용납될 수 없어

하나의 좋은 예가 준설작업으로 퍼올린 골재 판매수익의 예상치를 대운하 사업의 편익으로 계상한 일입니다. MB측 비용-편익분석에서는 골재를 팔아 무려 8조 4323억 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써놓았습니다. 그 수입만으로도 사업에 드는 22조 원의 비용 중 1/3 이상을 커버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흥미로운 점은 이런 무지막지한 왜곡평가가 자행되었는데도 그 당시 보수언론 어느 하나도 그 문제점을 지적한 바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MB는 2007년 6월의 한 초청 강연에서 준설토를 팔아 8조 원가량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을 직접 했습니다. 자신들도 그것이 허황한 수치임을 깨달았는지 2009년 7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의 검토 단계에서는 6300억 원으로 대폭 낮춘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9월에는 최종적으로 예상 수익액을 2700억 원으로 낮추었습니다. 원래의 비용-편익분석에서는 2700억 원의 30배에 이르는 8조 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고 해놓았으니 가히 기상천외의 왜곡평가인 셈이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 2700억 원의 예상 수익도 상당히 부풀린 수치였습니다. 2013년 현재 준설토의 50.2%를 팔아 1647억 원의 수입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머지 준설토를 팔아 예상되는 수입이 466억 원으로 총판매 수입은 2113억 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합니다. 8조 원 이상으로부터 출발한 예상 수입을 낮추고 낮춰 2700억 원으로 만들었지만 이마저 과대평가로 드러난 셈입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런 터무니없는 왜곡평가를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2.3이란 화려한 편익-비용비율의 수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MB정권과 관련이 없는 제3의 전문가들이 얻은 편익-비용비율은 그것과 어마어마하게 다른 것이었습니다. 4개 시나리오를 통해 얻은 수치가 고작 0.05에서 0.28에 이르는 값에 불과했으니까요. 다시 말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도 대운하의 편익이 비용의 28%에 불과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누가 어떤 의도에서 비용-편익분석을 하느냐에 따라 어마어마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검은 속마음으로 분석 결과를 조작하려면 얼마든 가능하다는 게 비용-편익분석과 관련된 불편한 진실입니다. 그동안 주위에서 이런 속 검은 전문가들만 보아왔기 때문에 이번 4대강위원회의 분석 결과에 근거 없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용-편익분석의 결과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법론을 엄밀하게 적용하면 매우 유용한 경제성 분석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번 4대강위원회의 분석 결과가 바로 이 원칙적인 선을 엄정하게 준수해서 얻은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동안 보아 왔던 위원들의 면면이 돈과 자리에 연연하는 사이비 전문가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이든 <조선일보>든 위원회의 비용-편익분석 결과에 대해 정당한 방법으로 이의를 제기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그 이의제기는 엄밀한 근거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정당한 이의 제기가 아니라 정치 논리니 뭐니 하는 선동적 표현으로 위원회의 결정에 시비를 거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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