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근자감'? "한국당, 태극기에 묻힐 당 아니다"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 연 김 비대위원장, '자신감' 내비쳤지만...

등록 2019.02.25 18:01수정 2019.02.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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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당이 그런 정도의 목소리에 묻힐 당이 아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당의 우경화' 우려에 대해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요지로 설명했다. 

한국당은 '5.18 망언' 사태를 계기로 '극우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에는 소위 '태극기 부대'가 대거 난입했고, 전당대회 주요 후보들도 '탄핵 불복' '대선 무효' 'JTBC 태블릿 PC 조작' 등을 언급하며 당내외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병준 위원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에서 전당대회를 하면서 조용히 하라고 고함을 지르고 했는데, 사람들이 무슨 마음으로 그랬냐고 물어보더라"라면서 "자신감이다, 어떤 자신감이 있느냐, 이 당이, 그런 정도의 목소리에 묻힐 당이 아니라는 자신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게 7개월 간의 경험"이라면서 "야유도 있을 수 있고, 욕도 있을 수 있지만,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용히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물은 앞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라고 했지만

김병준 위원장의 이러한 '자신감'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의 자정 능력을 자신해왔다.

그는 25일 치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극렬 활동을 하는 분들이 뒤늦게 대거 입당하면서 전당대회가 소란스러웠다"라면서도 "당초 이런 상황을 예견했으나 저지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이 이 정도는 소화해낼 수 있다고 봤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 TV토론회 당시 김진태 후보의 질문에 황교안 후보가 'JTBC 태블릿 PC 조작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전당대회에서 왜 이를 제기하느냐'는 정도였지, 당내에서는 주요 쟁점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정도로 답했다.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계파 갈등이 불거지던 2018년 11월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연석회의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우리가 그 정도 이야기를 소화할 체력은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당의 '체력'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친박과 비박 간의 갈등이 거세지든,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이 당 내에서 목소리를 키우든 '대세에는 지장없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한국당이) 한번씩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이 당이 과거에 보였던 그런 모습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아래로 내려가는 물도 때로 굽이굽이 흐르지만, 그 물은 앞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라면서 "우리가 노력해서 되는 것도 있지만 시대가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굽이친다고 해서 그 물이 다른 데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태극기 부대에 대해서도 "전당대회를 보면 목소리가 커 보이지만, 지금 저런 분들이 입당하셔도, 당 안에서 전체적인 변화의 흐름 속에 충분히 용해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결국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국민들의 자율과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김병준의 자신감... "패장의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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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등 당지도부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김병준 위원장의 자신감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준 위원장의 평과는 달리, 한국당은 '5.18 망언' '전당대회 극우화'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북한군 개입설' 주장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영역으로 넘겼고,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등 당사자들은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를 거치며 '태극기 부대'에 힘입은 친박의 목소리도 커졌다. "탄핵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는 주장을 한 오세훈 후보에게는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김진태 후보에 밀려 오세훈 후보가 3위를 기록했다(지난 20~22일 전국 19세 이상 한국당 지지층 71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고). 당선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황교안 후보는 탄핵 과정에 문제가 있었고, JTBC 태블릿 PC 조작 가능성을 긍정했다.

주요 당대표 경선 주자들이 잇따른 구설에 오르는 가운데, 한국당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당내 일부 목소리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대전과 대구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힘을 발휘했던 태극기 부대는, 부산 연설회에서 잠시 잦아든 듯 보였지만 마지막 연설회가 있던 성남에서 5.18 시민단체를 공격하는 등 별다른 인식의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최근 한국당이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역주행에 비췄을 때, 김병준 위원장의 이번 퇴임사는 패장의 자화자찬같다"라며 "김병준 위원장의 리더십은 보수를 망친 리더십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엄 소장은 "민심과 달리 '친박'으로 불리는 황교안‧김진태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상황"이라며 "김병준 위원장이 국정농단에 책임 있는 이들을 향한 과감한 인적 쇄신‧새로운 가치 및 대안 제시와 새 인재 영입 등에 실패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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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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