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카드게임부터 먹거리까지...온라인 북한굿즈 인기

크라우디 펀딩 사이트 “북한 앞세웠더니 펀딩 성공 확률 높아졌다”

등록 2019.02.27 09:02수정 2019.02.2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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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끼 펀딩의 홍보 포스터 ⓒ 중앙대학교 인액터스 너나들이팀

      
'북한 감각의 디자인'
'트럼프 카드 속 인물을 북한 선전물로 재해석한 일러스트'


북한에서나 볼 법한 광고 문구다. 그러나 이 문구는 '북한산'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 트럼프 카드의 홍보구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북한 먹거리부터 북한 글씨체까지. 판매자들은 '대놓고' 북한을 앞세우고 소비자들은 이에 지갑을 연다.

북한 관련 상품, 이른 바 '엔케이(NK, North Korea) 굿즈'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아래 펀딩 사이트)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펀딩 사이트 텀블벅쪽은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NK 굿즈를 앞세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 수가 4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대다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확인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이 개최되며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자 북한 관련 펀딩들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게임 모르면 간첩? 북한의 '국민 게임' 사사끼(4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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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들이팀이 제작한 사사끼 게임의 카드 겉표면 ⓒ 중앙대학교 인액터스 너나들이팀

 
중앙대학교 동아리 인액터스의 너나들이팀이 주최한 '사사끼 펀딩'은 대표적인 NK 굿즈 프로젝트 중 하나다. 사사끼란 북한판 '원카드'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나눠가진 카드를 특정 기준에 따라 한 장씩 낸다. 가장 먼저 모든 카드를 털어낸 사람이 승자가 된다. 99%의 북한 사람들이 알고 있을 정도라, 북한에선 이 게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이야기도 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이 펀딩의 '스타일'이다. 펀딩은 북한을 유독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 트럼프카드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시선은 모두 대각선 위를 향하고 있다. 북한 선전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형태를 본떴다. 진한 빨강과 녹색 같은 색감도 북한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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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선전물 ⓒ 중앙대학교 인액터스 너나들이팀

 
너나들이팀의 허동현 팀장은 "일부러 그랬다"며 입장을 밝혔다. 북한을 향한 국민 정서가 개선된 까닭이다. 허 팀장은 "이전에도 북한 탈북민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에는 북한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에 북한과 관계없는 '꽃차'를 판매했었다"고 회고했다. 펀딩은 성공했으나 결과는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 펀딩 참가자들이 주로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DDP에서 열린 북한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허 팀장은 "북한의 색감을 표현했던 전시회가 사람들로부터 '세련됐다'는 평을 듣고 있는 걸 보고 북한 스타일 그대로를 따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들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올해 2월 1일 시작된 프로젝트는 이틀 만인 2월 3일 목표치였던 100%를 넘겼다. 마감까지는 아직 2주가 남았지만 이미 530%를 초과 달성한 상태다. 각종 커뮤니티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허 팀장은 유명 보드게임 사이트를 언급하며 "처음엔 조심스러워하며 사사끼 프로젝트 홍보 글을 올렸는데 '응원한다'는 댓글이 수십 개씩 달렸다"며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북한판 삼각김밥'에 지갑 여는 20-30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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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이떡 ⓒ 더나은세상을 위한 공감(대구하나센터)

 
북한을 앞세워 프로젝트에 성공한 건 너나들이팀뿐만이 아니다. '펑펑이떡 프로젝트'를 진행한 더나은세상을 위한 공감(대구하나센터) 역시 북한 특수를 맛봤다. 펑펑이떡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21일 판매를 시작한 후 이틀 만인 6월 23일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고, 지난해 7월 23일 프로젝트 마감 시에는 목표치 대비 240%의 성과를 올렸다. 펑펑이떡이란 옥수수 가루를 물과 섞어 빻은 떡으로 북한에선 식사 대용, 간편식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북한판 삼각김밥'인 셈이다.

더나은세상을 위한 공감 대구하나센터의 오주연 간사는 "젊은 세대들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인 만큼 수익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대신 후원자가 무려 134명에 달았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펀딩 사이트의 주 구매층이 20-30대이며, 사이트 내에서 인기를 얻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동물이나 페미니즘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목적에 맞는 성과를 올렸다는 거다.

펑펑이떡은 크라우드펀딩 진행 후인 현재까지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 간사는 "학교나 시민단체와 같은 곳에서 구매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면서 "작년과 올해에 걸쳐 꽤 많은 수량의 펑펑이떡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또 "구매뿐 아니라 강의 요청도 들어온다"고 하며 "강의에 나가면 북한에 대한 학생,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체감한다"고 강조했다. 

'빨갱이 아니냐' 비난에 시달릴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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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북한'을 검색한 결과 ⓒ 텀블벅 사이트 화면 캡쳐

 
이에 대해 텀블벅쪽은 "북한 관련 펀딩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텀블벅 권수현 간사는 "지난해 4월 정상회담 이전에는 북한 관련한 프로젝트가 거의 없었으며 열린다 해도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권 간사는 "북한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배지, 메모지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물론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권 간사는 "'북한을 왜 돕냐'며 악플을 다는 누리꾼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너나들이팀의 허동현 팀장 또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학교 커뮤니티에서 활동이 일시정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같은 대학교 학생들의 반복적인 신고 때문이다. '빨갱이 아니냐'는 댓글과도 종종 마주한다고 했다. 

그러나 권 간사는 "그럼에도 호의적인 반응이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며 "앞으로의 프로젝트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북한 #텀블벅 #북한음식 #펑펑이떡 #사사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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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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