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 갈 곳 없어 입원하는데..." '임세원법' 역주행 우려

인권위, 정신장애인 실태조사 발표... "병원 밖에서 치료받게 지원해야"

등록 2019.02.27 16:39수정 2019.02.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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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한국정신장애연대 정책자문위원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정신장애연대, 이명수·오제세 의원 공동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정신질환자가 편견 없이 언제든지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고 임세원 교수의 유지입니다."

고 임세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 사망 이후 이른바 '임세원법(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정신장애인 입원과 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오히려 정신장애인이 병원 밖에서 독립해 살면서 치료받을 수 있게 지역사회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아래 인권위)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한국정신장애연대, 이명수·오제세 의원 등과 공동으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거주·치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신장애인 입원 70%는 본인 아닌 가족이 결정

인권위에서 지난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조현병, 양극성장애, 지적장애 등 정신장애인 375명과 가족 1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정신장애인 스스로 입원을 결정한 경우는 20% 정도에 그쳤고 부모나 형제, 배우자 등 가족이 입원을 결정한 경우가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입원 기간도 1년 이상이 절반(52.2%)을 넘었고, 5년 이상도 16.6%로 나타났다. 입원이 장기화된 이유(중복응답) 중 '병원 밖에서 정신질환 증상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13.3%에 그쳤고, 나머지는 '퇴원 후 살 곳이 없어서'(24.1%), '혼자서 일상생활 유지가 힘들어서'(22.0%), '가족이 퇴원을 원치 않아서'(16.2%) 등 병원 말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응답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심지어 '병원에 머무는 것이 익숙하고 편해서'(5.6%)라거나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것이 무섭기 때문'(5.0%)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정신병원 입원이 회복에 도움" 11.4% 그쳐 

정작 '정신병원 입원'이 정신장애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중복응답)은 11.4%에 그쳤고, '꾸준한 약물 복용'(31.7%), '정신과 외래 진료'(15.4%), '전문가 상담'(14.0%), '가족의 지지와 지원'(11.1%) 등을 주로 꼽았다. 

당사자·가족·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점집단(FGI) 면접조사에서도 ▲병원과 지역사회 정신재활서비스기관, 정신건강복지센터간 연계 미흡 ▲ 지역 심리·상담치료서비스 부족 등 정신장애인 퇴원 이후 지역사회에서 치료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가 주로 지적됐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권오용 예인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 정신건강복지법을 강화해 정신장애인 입원을 쉽게 하겠다는 게 주류처럼 돼 걱정"이라면서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도 한 인간이고, 인격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차별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상환 인권위 상임위원도 "인권위에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입원과 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논의되고 있을 뿐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 어디에서, 어떻게 치료받고, 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이제는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인의 인권 문제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장애인의 권리와 복지를 위한 법으로 탈바꿈될 수 있도록 많은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세원법 #정신건강복지법 #인권위 #정신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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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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