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급 세 과시한 김진태... '꼴찌'의 앞날은

[주장] 그 많다던 태극기부대는 어디로 갔을까... 한국당 전당대표 투표결과의 행간

등록 2019.02.28 09:28수정 2019.02.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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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튼 황교안, 굳은 김진태·오세훈27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황교안 후보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원내대표와 인사하기 위해 방향을 틀고 있다. 경쟁했던 김진태, 오세훈 후보의 얼굴이 굳어 있다. ⓒ 남소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당 대표 투표결과가 발표되자, 단상에 서 있었던 김진태 후보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김진태 후보는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는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결과가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합동연설회와 전당대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한국당 전당대회? '김진태 콘서트' 같았다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에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건 김진태 후보의 현수막뿐이었습니다. 입구에는 김진태 후보의 현수막만 무려 여섯 개가 걸려 있었습니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제1전시장 출입구 앞에는 김진태 후보 지지자 십수 명이 빨간색 카우보이 모자와 김 후보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서 있었습니다.
 

전당대회에 김진태 후보가 등장하자 삽시간에 수십 명의 지지자들이 몰렸고, 극우 유튜버 대다수가 김 후보를 촬영했다. ⓒ 임병도

 
27일 낮 12시 45분쯤 김진태 후보가 등장하자, 삽시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김진태"를 연호하며 환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극우 유튜버 대다수가 김 후보를 중심으로 촬영을 이어갔습니다. 십여 개가 넘는 극우 유튜버들의 실시간 라이브 영상을 보면 '김진태' 이름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김 후보 중심의 동영상이 양산됐습니다.

김진태 후보 피켓을 든 지지자와 수십 명의 전당대회 참석자들은 지역위원회 부스를 돌아다니는 김 후보를 연신 따라다녔습니다. 한국당 전당대회에 온 것인지, 김진태 후보 콘서트에 온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투표함을 열었더니... 김진태가 꼴찌 
 

2월 27일 제3차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개표 결과 ⓒ 자유한국당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지지를 받았던 김진태 후보였지만, 투표함을 열어 보니 결과는 꼴찌였습니다. 3명의 후보가 나와서 3위를 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꼴찌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만큼 1위 황교안 후보와의 격차가 컸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후보는 선거인단 총 6만8713표(50.0%, 선거인단 투표+일반국민 여론조사 합산)를 얻었습니다. 이에 반해 김진태 후보는 총 2만5924표(18.9%)로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투표에서 모두 최하위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50.2%를 차지한 반면, 김 후보는 고작 12.1%에 불과했습니다.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었지만, 득표율 차이가 이처럼 크게 날 줄은 김 후보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나 봅니다. 실제로 김 후보는 개표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한국당이 태극기부대에 취해야 할 입장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태극기 부대에 취해야 할 한국당의 입장으로 중도층은 단절(66%)을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포용(65%)이라고 응답했다 ⓒ 리얼미터

 
전당대회 전부터 태극기부대 8000명이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그런데 왜 전당대회 투표결과는 이렇게 나왔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김진태 후보가 나가도 너무 막 나갔기 때문입니다.

한국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을 보수라고 하지, 극우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태극기부대는 일본 군국주의를 지향하는 극우세력과 거의 비슷할 정도입니다.

지난 21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은 태극기부대에 취해야 할 자유한국당의 입장으로 '단절'(57.9%)을 꼽았습니다. 반면 '포용' 의견은 26.1%밖에 안 됐습니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태극기 부대와 단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됐었습니다(tbs 의뢰, 전국 19세 이상 502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고).

당의 정체성이 극우로 가면 2020년 총선에서도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국당 내부에서도 나왔고, 이 위기감이 지역위원회 등의 조직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전당대회에서 표심으로 표출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징계 앞둔 김진태, 태극기부대와의 끈은 놓지 않을 듯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는 ‘김진태를 홍익 대통령으로’라는 내용이나 ‘김진태 없는 자유한국당은 빨갱이 정당’이라는 유인물이 등장했다. ⓒ 임병도

 
'5.18 망언 3인방'이었던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 중 유일하게 이 의원만 징계를 받았습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순례, 김진태 의원은 징계 유예를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김순례 의원만 최고위원에 당선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과연 황교안 신임 한국당 대표는 김 의원을 징계할 수 있을까요? 사실 쉽지 않은 겁니다. 만약 김진태 의원을 징계할 경우 한국당 당사가 시끄러울 정도로 매일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7일 한국당 전당대회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은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전당대회 무효를 외치기도 했습니다(관련 기사 : [현장영상] "전당대회 무효!"... 강력 반발하는 김진태 지지자들).

김진태 후보가 전당대회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자숙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더 극단적인 선택으로 태극기부대와 연합해 행동할 수 있습니. 왜냐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퇴출되기 때문입니다.

김 후보는 비록 당 대표로 선출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극우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중심인물로 부상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극우세력을 '태극기부대'라고 부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국당 지도부는 이들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황교안 대표가 김진태 의원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한국당을 매끄럽게 이끌지, 분열로 치닫게 할지 결정될 것입니다. 결국, 김진태 의원의 미래는 황교안 신임 대표의 손에 달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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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를 운영하는 정치블로거, 진보나 좌파보다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며 제주도에서 에순양과 요돌군의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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