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선언문을 다시 쓴다면 무엇이 담길까?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문 발표... 시민들의 선택은 단연 '평화'

등록 2019.03.01 14:58수정 2019.03.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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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추진위원회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추진위원회에서 시민 100명의 수정과 검토를 받아 범국민선언문을 쓰고있다. ⓒ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추진위원회

일제의 탄압과 압제에 맞서 시민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3.1운동이 어느덧 100년을 맞았다. 그리고 100년이 흐른 2019년 3.1절, 시민들은 다시 3.1운동 100년의 의미와 오늘의 시대적 과제를 담은 범국민선언을 발표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에서 선언문을 공개한 것.

지난 2월 28일 많은 관심을 모았던 북미정상회담의 합의가 불발됐다. 하지만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이야기하던 수많은 시민들의 열망과 오늘날 시민들의 열망은 다르지 않다. 방법은 모두 달라도, 결국 '평화'를 바라고 있다.

시민이 쓰는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문
 

3.1운동 100주년 범국민선언 토론 중이 시민 100명3.1운동 100주년 범국민선언 작성을 위해 모인 시민 100명은 3.1운동 100년의 의의와 시대적 과제를 담은 범국민선언서 작성을 위해 토론을 하고 있다. ⓒ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추진위원회

100년 전 3.1운동 당시에 나온 독립선언서에는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이 적혀있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라는 유명한 문구로 시작하는 기미독립선언서이다. 기미독립선언서에는 당시의 시대적 과제인 '독립'의 정당과 필요성은 물론 의의와 결의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일까? 다시 범국민선언을 한다면 어떤 내용이 담겨야할까?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2월 25일 서울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을 검토하기 위한 원탁토론을 개최했다. 범국민대회 준비위원회는 종교, 성, 계층, 이념 등을 초월한 민간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100년 전 기미독립선언서의 초안은 최남선이 쓰고 대원칙은 손병희가 잡았다. 여기에 만해 한용운의 주장으로 뒷부분에 '공약 3장'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의 경우, 윤경로 한성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종교계, 역사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추천한 15명의 인사들이 초안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선언문은 총 6차례의 모임을 통해 작성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범국민선언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 100명이 모여 범국민선언을 검토 및 수정했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검토와 수정을 거친 범국민선언은 3월 1일 12시, 서울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에서 발표됐다.

초안위원회 위원으로 원탁 토론 발제에 나선 이태호 운영위원장(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은 "진보와 보수, 성별, 종교의 다름을 넘어 사회 각층의 의견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원탁토론에서 나온 의견 모두를 소중히 받아들여 범국민선언문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시민이 원하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는? '평화'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에 들어갈 키워드는?시민 100명이 선택한 3.1운동 100년에 들어갈 여러 키워드 중 평화가 1위를 차지했다. ⓒ 홍명근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문' 초안에는 범국민선언 전문과,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들자', '함께 평화를 이루자'는 내용 등이 담겼다. 시민들은 본 초안을 검토하고 주요 키워드를 뽑아내고 검토 및 수정사항을 제시했다. 

범국민선언 전문에 강조된 키워드 중 1위는 25표를 받은 '평화'였다. 이어 독립(19표), 민족(15표), 자주독립(13표), 자주(12표), 자유(11표), 평등(10표) 등이었다. 특히 세계평화(8표)를 합치면 3.1운동 100년과 분단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단연 '평화'인 것으로 보인다.

이어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들자'에서 강조된 키워드는 '평등'과 '평화'가 각 9표씩으로 1위를 차지하였다. 이어 공존(6표), 복지(6표), 존중(5표), 민주(5표), 배려(5표) 정의(4표)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 사회의 갑질문화, 불공정한 문제에 대한 지적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담겨야 한다는 지적 속에 역시 평화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졌다.

끝으로 '함께 평화를 이루자'는 마지막 주제에 시민들은 평화(11표), 비핵화(9표), 통일(6표), 공존(6표), 이해(5표), 대화(4표) 등을 뽑았다. 우리 사회 평화의 가장 큰 과제인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화두가 던져졌고, 그 중심에 한반도 비핵화를 담았다.

본 원탁토론에 참여한 강시내씨는 "3.1운동 100년을 맞아 시민들이 범국민선언을 직접 검토하고 수정다는 점은 시민참여의 의의와 집단지성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범국민선언에 꼭 시민들의 의견이 다각적으로 담겼으며 좋겠다" 며 의미를 전했다.

3.1운동 100년 범국민선언 전문은?

3.1운동 100년 선언

3.1운동 100년을 맞은 오늘, 우리는 선조들의 피로 되찾은 이 나라를 더욱  정의로운 민주국가로 가꾸어 우리와 미래 세대 온 인류와 더불어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할 것을 굳게 다짐하면서 이 선언을 발표한다.  
   
100년 전 오늘, 조선의 민중들은 일제의 억압에 맞서 평화롭게 일어섰다. 후손들에게 고통스러운 유산 대신 완전한 행복을 주기 위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한 순간까지 일제의 총칼 앞에 섰다. 제국주의의 군화 발에 아래 쓰러져가면서도 우리 선조들은 배타적 감정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남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민족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부여된 권리를 우리 자신은 물론 온 인류가 함께 누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3.1운동은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결을 이끄는 겨레의 횃불이요, 만인의 자유와 평등, 인류 행복과 세계 평화로 가는 길을 비추는 등대다. 지난 100년 우리 겨레가 걸어온 역사의 깊은 어둠, 거센 격랑 속에서도 이 불빛은 변함없이 우리의 앞길을 밝혀왔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으로 고통 받을 때에도, 수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침략전쟁에 강제로 동원되어 이역만리에서 온갖 수난 속에 죽음을 맞았을 때에도 온 겨레의 가슴에 품은 3.1운동의 빛이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그러나 광복의 기쁨도 잠시, 전 세계를 휩쓴 냉전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았다. 온전한 독립 국가를 세우려던 꿈은 또 다시 외부 간섭에 직면했고, 이념대결의 벽에 가로 막혔다. 우리 자신의 책임도 크다. 남과 북으로 외세가 갈라놓은 대로 갈등하고 대립하다가 끝내 전쟁까지 치렀다. 그 후 60여년 이상 불안정한 휴전 상태에서 남과 북은 대결과 적대를 계속해 왔고, 한반도와 그 주변은 열강의 군비가 집결한 세계의 화약고가 되었다. 분단체제는 민족의 자유로운 발전을 가로막고 모든 이들의 자유와 안전과 행복을 위협해왔다.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의 막다른 길목에서 결코 주저앉지 않았고, 우리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절망하지 않았다. 선조들이 피워 올린 3.1정신의 빛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 끝내 새 길을 열어왔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우리는 맨 손으로 세계가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취를 이루었다. 온갖 독재와 억압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존중받는 민주국가로 가꾸었다. 4.19, 5.18, 6.10, 촛불시민항쟁에 이르는 민주 항쟁의 역사가 입증한다. 녹슨 분단의 장벽도 8천만 겨레의 손으로 함께 걷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오늘 한반도를 뒤덮은 한 겨울의 냉기를 떨쳐내고 평화 번영 통일의 봄을 열어가고 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 식민지배에 맞서 목숨 바쳐 싸웠던 독립투사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이 강토를 지키고 이 나라를 자유롭고 평등한 행복의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스러져간 모든 영령들을. 나라가 제 구실을 하지 못했던 식민과 분단의 긴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아왔고 끝내 오늘을 일구어온 모든 평범한 사람들, 우리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 자매와 형제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역사의 여러 구비에서 중국으로, 러시아로, 미국으로, 일본으로, 5대양 6대주 세계 곳곳으로 떠나가 온갖 설움을 겪어야 했던 동포들을, 그리고 우리를 찾아와 이 땅에 뿌리내리고 동포로 이웃으로 함께 살게 된 모든 이들을. 

이제 이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들자. 평범한 이들이 지키고 건설해온 이 땅 위에 주권이 바로 선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세우자. 뿌리 깊은 권력남용과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는 국가, 민의를 왜곡하는 정치를 바로잡자. 시민의 참여와 자치를 기반으로 저마다의 차이가 존중받고, 다양한 생각이 자유롭게 소통되는 역동적인 시민의 민주주의를 꽃피우자.   

모두가 존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자.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모두가 실질적인 평등을 누리는 세상을 열어가자.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로잡아 모든 경제주체에게 공정한 기회와 일할 권리를 보장하자. 아무도 탈락하지 않고 건강하고 안전하며 균등한 삶을 누리게 하자. 무분별한 개발과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파괴되어온 생태계를 보전하고 모든 면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적 구조를 발전시키자. 

이제, 함께 평화를 누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자. 전쟁을 끝내고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멈추자. 분단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자.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항구적인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 가로막힌 교류와 협력의 길을 열어 한반도에 상생의 공동체를 건설하자. 온 겨레의 지혜와 힘을 모아 평화 번영 통일의 길을 열자.

식민 지배 과거사 왜곡을 바로잡자. 나라의 주권과 자결권을 민주적으로 바로 세우자. 군사주의와 패권주의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와 공존의 질서를 새롭게 구축하자.  

우리 스스로 평화가 되어 지구촌에 공존의 희망을 열어가자. 진정으로 독립된 민주국가, 복지국가, 문화국가, 평화국가로 이 나라를 가꾸어 나가자. 국제사회에 인도와 정의를 확립하는 일에 국경을 넘어 협력하자. 세계를 평화의 동산, 인류와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조화롭고 공존하는 풍요로운 생명공동체로 가꾸어가자.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에 제안한다. 우리는 한일관계가 불행하고 어두웠던 과거에 갇히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를 원한다. 그러자면, 먼저 식민 지배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특히 일본군 성노예, 강제징용 노동자 등에 대한 국가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해 정부가 공식 인정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일본 평화헌법은 동아시아 평화 공존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100년의 꿈인 동양평화의 초석을 놓기 위해 손을 맞잡자.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한반도 주민들은 지난 60여년을 불안정한 휴전체제에서 살아왔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땅에서 사는 이들을 볼모로 하는 어떤 종류의 무력사용에도 반대한다. 우리는 오직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북미 협상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모든 양자-다자 협상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사회에 호소한다. 이제 평화에 기회를 주자. 불신과 적대가 아니라 이해와 존중이 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온 인류 앞에 함께 입증해내자. 

8천만 겨레여, 전 세계의 자유민이여

우리가 꿈꾸어오던 인도와 정의의 시대가 아직 오지는 않았다. 물질문명이 고도화되고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지만, 억압과 차별, 분쟁과 빈곤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인류문명을 파멸시킬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와 파괴적 군비는 증가해 왔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도리어 새로운 억압과 가난을 낳기도 했다. 무분별한 개발은 지구를 병들게 했다. 

그러나 다른 세상을 향한 인류의 열망은 온갖 퇴행과 절망을 딛고 수많은 희생과 죽음을 넘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원래부터 지닌 인간의 권리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는 세계, 아무도 차별당하거나 배제당하지 않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계,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평화롭게 사는 세계를 열고자 하는 인류의 의지가 굽힘없이 새 길을 열어왔다. 

지금 한반도가 새 시대의 문 앞에 서있다.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전쟁을 끝내고 무기를 내려놓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와 동아시아, 핵무기와 전쟁이 없는 세상,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다. 모두를 위한 나라를 바로 세워 동아시아에 평화의 시대를 열고 온 세계와 함께 행복을 누리려 했던 100년의 꿈, 힘으로 억누르지 않는 세상을 향한 인류의 꿈이 있기에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 3.1운동이 등불이 되어 우리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밝은 미래를 향해 즐겁고 기쁘게 함께 나아가자.

2019. 3. 1.

3.1운동 100년 범국민대회 참가자 일동

※100인 원탁토론회의 의견을 수렴하여 초안위원회가 작성하다.  
덧붙이는 글 제 개인블로그에 중복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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