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선언서, 모국어로 쓰다 보면 한국역사가 보여요"

안산다문화도서관, 8개국 ‘3.1 독립선언서 필사모임’ 진행

등록 2019.03.01 17:21수정 2019.03.0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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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다문화도서관 '3.1 독립선언서 필사모임' 안산다문화도서관은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며 도서관을 이용하는 8개국 회원들과 함께하는 '3.1 독립선언서 필사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모국어로 독립선언서를 필사하며 한국역사에 대해 깊이 알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 김영의

"한국의 역사를 잘 몰랐는데 독립선언서를 러시아어로 읽고 쓰다 보니 좀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필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손이 아프긴 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지난 2월 28일 안산다문화도서관에서 만난 고려인 동포 허율리아(30)씨는 "일제강점기에 온 세상에 '조선인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선언한다'라고 알리는 내용이 감동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안산다문화도서관에서는 3·1 독립선언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3·1 독립선언서 필사모임'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독립선언서를 미리 번역된 모국어로 필사하며 한국 역사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은주 안산다문화도서관 부관장은 "독서모임 중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손으로 독립선언서를 써보며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자는 이야기가 나와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라며 "한국어로 필사하면 이주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8개 국어로 번역해 놓은 것을 각 나라에 맞게 선택해 필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1 독립선언서 필사모임'은 지난 2월 19일 시작돼 3월 10일까지 진행한다. 도서관 회원은 물론 소식을 접한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정 부관장은 "독립선언문을 직접 써보니 한 문장도 허투루 쓴 것이 없고, 지금의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문장들이란 생각이 든다"라며 "SNS에서 우리 소식을 알게 되신 분 중엔 '멀리 있어서 가지 못하지만 함께하고 싶다'라며 캘리그라피로 적어 보내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주민 모국어로 독립선언서 필사 안산다문화도서관에서 자국 언어로 독립선언서를 필사하는 모임에는 현재 40여명이 함께했다. 오는 10일까지 진행된다. ⓒ 김영의

필사모임 회원들이 말하는 '독립선언서'

필사모임 최연장자인 박홍(84)씨는 "독립선언서를 써보니 선조들이 독립을 위해 온 힘을 바쳤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명을 받았다"라며 "완전한 독립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남북한 통일을 통해 우리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널리 홍보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중국 조선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조광철(68)씨는 "중국 조선족 중 50세 이상이면 모두 3.1운동과 임시정부 등 한국 독립운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라면서 "독립선언서를 중국어로 쓰며, 이념은 걷어치우고 남북이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통일이 빨리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조씨는 특히 "3.1운동은 같은 해 일어난 중국 5.4운동보다 두 달이나 빨리 일어난 독립운동"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중국에서 귀화한 이기성(44)씨는 "독립선언서를 써보니 나라 잃은 민족의 서러움이 느껴졌다. 나라를 되찾기 위한 애국지사들의 활동은 주변국에도 일제 지배에 저항하는 투쟁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라며 "쓸수록 빠져들어 힘든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40여 명이 참여한 '3·1 독립선언서 필사모임'은 3.1운동 때 한국의 독립을 세계만방에 선포한 독립선언서를 자기 나라의 언어로 써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됐다. 각 나라 언어로 번역된 독립선언서는 안산다문화도서관에 비치돼 있으며, 행사 기간 중 원하는 시간에 방문해 자유롭게 필사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3.1운동 #독립선언서 #다문화도서관 #안산다문화도서관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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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다문화뉴스 등에 기사를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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