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시행 앞둔 대학들 "수업 줄여라"… 학생들은 '분통'

8월 시행 앞두고 시간강사 줄이면서 강좌도 줄어

등록 2019.03.03 18:26수정 2019.03.0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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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6일, 고려대 후문에 학교의 시간강사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대자보가 걸려 있다. ⓒ 유종헌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각 대학들이 강의를 대폭 축소하면서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 당하고 있다. 대학 강사들의 안정적인 강의 환경 조성을 위해 마련된 강사법에 대학들이 사실상 '시간강사 구조조정'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중앙대의 올해 1학기 전체 개설강좌 수는 5079개로 6181개였던 작년 1학기에 비해 1102개나 줄었다. 연세대학교는 선택 교양 과목이 60% 정도나 감소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올해 1학기 학부 개설과목이 전년 대비 전공과목은 74개, 교양과목은 161개 등 총 200개 이상 줄었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8월 시행예정인 강사법을 앞두고 대학들이 앞다퉈 시간강사 대량 해고에 나서면서 강의 숫자도 덩달아 줄고 있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고 있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전공과목 수가 급감하면서 졸업에 필요한 학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위기"라며 "이대로라면 졸업을 유예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씨는 또 "학생들에게 적절한 양의 수업을 제공하는 것은 교육기관인 대학의 의무"라며 학교 당국의 책임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대학들은 대체로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3월 중순까지는 분반 및 세부조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강신청 과목을 기준으로 강의 수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교육부가 진행 중인 대학별 실태조사의 결과가 3월에 나오는데, 이 지표를 토대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대 본부는 "수업 개설은 각 단과대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학교 본부가 시간 강사 강의 시수를 줄이라는 지시를 한 적은 없다. 이미 각 단과대에 학생들이 강의 부족으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강의를 추가 개설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시간강사의 강의 시수를 줄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각 대학별 시간강사 강의시간 수는 최근 몇 년간 전체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강사법 시행예고까지 겹치며 시간강사 대량해고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줄어드는 시간강사 수업 시간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4년~2018년 고려대학교 강사 평균 강의료와 총 강의시간 수. 강의시간 수는 지난 4년 간 23% 감소했다. ⓒ 대학알리미

   
지난 1월 말 중앙대 본부는 학생대표자들을 대상으로 연 '리더스포럼'에서 "2018년 1학기에는 강사 수가 1209명이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945명"이라 밝혔다. 학교 본부가 직접 강사 수 감축을 시인한 것이다.

중앙대 본부는 그러면서도 "전체 강좌 수는 2018년 1학기 4632개에서 올해 4587개로 거의 줄지 않았으며, 수업을 전임 교원이 담당하느냐 강사가 담당하느냐는 대학의 전략적 선택"이라 밝혔다. 대책위의 조사 결과와 수업 개수가 다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고준우 대학연구네트워크 대표는 "강의를 대폭 축소하는 것은 심각한 교육권 침해"라며 "각 대학들이 학생과 교원의 불만을 감수하고서라도 비용절감을 위해 강사법에 대응하려는 계획과 관련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학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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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는 기자가 되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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