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으면 시선강간, 운 나쁘면 약물강간"

[현장] 약물성범죄 규탄 시위 열려... "약물 성범죄는 만연한 강간문화 때문"

등록 2019.03.02 16:42수정 2019.03.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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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남성약물카르텔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 최은주

 
"운 좋으면 시선강간, 운 나쁘면 약물강간."
"클럽강간 불촬물(불법촬영물)이 고객유치 비법이냐."


2일 낮 2시가 넘은 시각,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 회색 옷차림의 여성 500여 명이 모여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최근 유명 클럽 '버닝썬'의 마약류 성범죄 의혹으로 불거진 '여성에 대한 약물범죄'를 규탄했다.

이날 시위 진행요원을 비롯해 참가자들은 모두 회색 옷을 입고 있었다. 불법강간약물의 무색 무취를 의미하기 위한 단체 행동이었다. 이날 시위는 '익명의 개인들'로 구성된 '디-아웃(D-OUT)'에서 주최했다.

"약물강간범죄는 남성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문화"

참가자들은 통행이 통제된 2개 차로에 앉아 "약물타고 몰카찍고 강간하고 돌려봤냐" "무료라던 여성입장 까보고 나니 강간타켓" 등의 구호를 큰소리로 외쳤다. 이들 손에는 '남성약물강간 카르텔의 패배'라고 적힌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무대에 오른 익명의 주최 쪽 관계자는 "불법강간약물은 섭취 후 기억을 잃고, 단시간에 소변으로 배출된다"라면서 "따라서 피해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범죄를 당하더라도 이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를 이용한 약물강간범죄는 남성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문화다"라면서 "남성약물카르텔 규탄 시위는 이를 뿌리 채 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이다"라고 소리쳤다.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남성약물카르텔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 최은주

  
이들은 남성들로 인한 약물 성범죄, 이를 방임하고 용인하는 남성 경찰들과 정부를 남성약물카르텔로 규정했다. 참가자들은 이들로 인해 사회에 강간문화가 만연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시위는 주최 쪽의 엄격한 통제 하에 진행됐다. 우선 시위 진행 요원을 비롯해 참가자는 오직 여성만 가능했다. 남성은 경찰에서 설치한 경계 안쪽으로는 출입이 불가능했다. 취재기자들도 여성만 출입이 가능했다.

구호 제창에 이어 유명 뮤지컬 넘버를 개사한 노래가 이어졌다. <노르드담 드 파리>의 '대성당들의 시대'의 가사를 '우린 무명의 여성들 제각각의 분노로, 이 목소리를 들려주려 해 정부와 검경에게, 여성들만의 시위가 찾아 왔어' 등으로 바꿔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들은 이날 약물 성범죄 의혹을 받고 있는 클럽 버닝썬의 폐쇄를 요구했다. 주최 쪽은 "남성들이 골뱅이, 홈런 등의 은어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라면서 "클럽은 여성 혐오 문화와 범죄가 만연한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불법강간약물 판매자와 구매자, 그리고 이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자칭페미 문재인은 여성에게 필요없다" 외치기도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남성약물카르텔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 최은주

 
이들이 지목한 가해자는 중추신경억제제 등의 불법강간약물 판매자와 구매자, 여성을 상품화해 재화로 거래한 클럽, 뇌물수수로 피해자의 증언 및 고발을 은닉한 경찰, 피해 사실만을 부각시킨 언론 등이다. 이와 함께 정부도 약물범죄를 방관하고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검찰-경찰의 유착 의혹에도 맹렬히 비판했다. 이날 구호문에는 '피해자들 신고하니 증거은닉 입막음해' '뒤에서는 뇌물수수 앞에서는 경찰놀이' '약물유통 유착관계 비리검경 구속하라' 등의 내용도 담겨있었다.

참가자들은 원경환 서울경찰청장과 민갑룡 경찰청장, 문무일 검찰총장 등 직접적으로 수사 당국 책임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유착관계 척결과 부실수사 해명, 수사은닉 사죄를 요구했다.

이들의 시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문제의 대상이었다. "자칭페미 문재인은 여성에게 필요없다"라는 구호를 연달아 외쳤다. 이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은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권이다"라면서 "지금까지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온 지난날에 분노하며 약물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아야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시위 현장 맞은편에서는 남성약물카르텔 규탄시위를 반대하는 한 남성의 버스킹(거리에서 공연하는 행위)도 진행됐다.
#버닝썬 #성범죄 #디-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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