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선독립선언서' 전달에 숨은 사연

순천의 3.1절 100주년 기념 풍경

등록 2019.03.02 19:56수정 2019.03.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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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0주년을 맞아 순천시가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다. 수백 명이 자전거를 타고 독립선언서를 전달했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깜짝 감동 이벤트'가 계속 이어졌다.
 

독립선언서를 전달받는 윤창환 수석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윤창환 국회의장 정책수석이 3인의 자전거 대표에게 '조선독립선언서'를 전달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윤 수석은 1919년에 지역의 3.1운동 확산에 불씨 역할을 한 윤상윤 의사의 손자이다. ⓒ 배주연

 
전남 순천시는 '국민이 지킨 역사, 국민이 이끌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기억과 계승, 예우와 감사, 참여와 통합을 방향으로 3.1절 100주년 기념식을 준비했다. 앞서 2월 27일에는 삼산도서관 1층 시정자료관에서 '호국도시 순천의 3.1운동' 전시전이 열렸다. 순천에서 활약한 운동가들과 지역의 독립운동사에 대한 전시는 오는 10일까지 이어진다.

3.1절 당일에는 특별한 감동을 주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1일 오전 7시 반게, 3.1운동 유족회가 1919년 4월 13일에 있었던 순천 낙안 주민들의 만세 시위를 기념하여 낙안읍성 입구에 마련된 기념탑에서 참배를 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이어 오전 9시에 윤상윤 의사의 독립선언서 전달을 모티브로 한, 순천시자전거연맹 200명의 '조선독립선언서' 전달 행진이 있었다.
 

독립선언서를 전달하는 자전거연맹 회원 윤상윤 의사의 독립선언서 전달에 모티브를 두어, 해룡, 황전, 저전동 등 세 곳에서 각기 출발한, 순천자전거연맹 소속 회원 200명이 순천문화예술회관 앞으로 집결하고 있다. ⓒ 배주연

 
구례 출신인 윤 의사는 100년 전인 3월 2일 오전 9시 경 남원군 남원면 천도교구장 유태홍이 보낸 김종웅을 만나 '조선독립선언서' 35매를 순천군 천도교 순천교구 등에 전달하면서 지역의 3.1운동에 불씨 역할을 했다. 그해 4월에 징역을 선고받아 옥고를 치루고, 1992년에 대통령표창이 추서됐다.

자전거연맹 회원들은 당시 독립선언서가 처음 부착되었던 저전리 천도교구, 해룡면사무소, 황전면사무소 방면인 학구삼거리, 조례호수공원, 신대CGV 세 곳에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자전거 행진을 시작했다.

오전 9시 반께 기념식이 열리는 문화예술회관으로 집결한 각 코스 대표 3인은 기다리는 한 사람에게 두루마리로 된 '조선독립선언서'를 전달했다. 그는 바로 윤 의사의 손자인 윤창환 국회의장 정책수석이다. 윤 수석은 "뜻깊은 행사를 마련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순천시민 여러분 사랑한다"라며 감동했다. 이 독립선언서는 다시 허석 시장, 서정진 의장, 이길훈 교육장에게 전달됐다.

한편, 기념식이 열리는 동안 자전거연맹 회원들은 용당동에서 봉화산 임도 라이딩을 마친 후에 시민들과 함께 하는 거리행진을 위해 순천대 광장으로 모였다.

대극장에서 열린 기념식 사회도 특별했다. 한복을 입은 낭랑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베를린 올림픽 남승룡 마라토너의 조카 손녀인 남하린씨였다. 아나운서 경력답게 능숙하게 진행한 남하린씨는 순천 남승룡 마라톤 대회에 꾸준히 참석, 이번에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하는 '독립의 횃불 전국릴레이'의 순천 대표로도 활약한다.
 

만세삼창 연극 순천문화예술회관에서 배우들이 낙안의 만세시위 등에서 소재로 한 <만세삼창> 연극을 공연하고 있다 ⓒ 배주연

 
한편, 3월 1일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까지 총 42일에 걸쳐, 2019명의 주자가 전국 100곳에서 횃불을 들고 뛰는 릴레이가 열린다. 오는 19일에 진주에서 횃불이 도착하면, 남씨를 비롯한 100여 명이 달린다. 

기념식은 수화 통역이 제공되고 내빈 소개를 짧은 영상으로 대체하는 등 시민 중심으로 진행됐다. 독립선언서 낭독은 유족 대표뿐만 아니라 창씨개명을 거부하여 폐교가 된 매산학교의 학생 등 총 7명이 맡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7인의 낭독자들이 한 명씩 등장할 때면, 해당 인물에만 무대 조명을 비추어 몰입을 극대화시켰다.   


식의 마지막은 그 날의 외침을 재현한 시민극단 지피지기의 <만세삼창> 연극으로 꾸며졌다. 무대와 객석을 오간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은, 이병채와 더불어 매국단체인 일진회를 규탄하며 격문을 만들어 발송하고 비밀결사 도란사를 조직하여 4월 13일 낙안만세시위에 참가한, 안호형을 비롯한 지역의 독립운동가와 순천 민중의 호국정신을 알렸다.
 

독도는 우리 땅 플래시 몹 순천대 광장에서 3.1절 100주년을 맞아 군인과 어린이, 배우 등 시민들이 모여 <독도는 우리 땅> 플래시 몹 공연을 하고 있다. ⓒ 배주연

 
이어 대대적인 길거리 만세운동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식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100년 전 당시 복장을 한 배우들이 예술회관 앞에서 만세 퍼포먼스를 한 후 순천대 광장으로 걸어갔다. 이어 순천대 광장에 모든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7391부대 5대대 군 장병, 시민, 어린이 등 300여 명이 준비한 플래시몹 '독도는 우리 땅'이 펼쳐졌다.

앞서 문화예술회관과 순천대 광장에서 배부한 소형 태극기과 머리띠, 스티커를 받고 현장에서 동참한 시민들 그리고 시장과 부시장, 의장과 시의원 및 유족, 군인, 자전거 연맹 회원 등 모든 이들이 다함께 행사의 종착지인 청소년수련관까지 만세 행진을 했다.

행진의 선두는 농악대가 이끌었다. 트럭에 탄,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배우가 만세를 외치면 시민들이 "만세"를 부르며 동참했다. 고령의 유족 등은 군부대의 지프를 타고 이동했으며, 행렬 중간에는 순천대 학생들이 맞잡은 대형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거렸다. 시민들은 길거리 행진을 하면서 인증샷을 찍는 등 축제의 장이 되었다. 

해룡초에 다니는 12살 아들을 동반한 40대 박아무개씨는 "3.1절을 맞아 (아들이) 유관순 열사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해서 참여"했다고 한다. 자전거 행렬에도 동참했다는 학생에게 소감을 묻자 "힘들었다, 그런데 독립운동하는 형·누나들도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순천의 길거리 만세운동 3.1절 100주년을 맞아 순천에서 길거리 만세운동 시민 행진이 열렸다. 순천대에서 문화의거리 청소년수련관까지 이어졌다. ⓒ 배주연

 
신대지구에서 온 40대 김아무개씨는 올해 초등 1학년, 3학년이 되는 딸들을 데리고 길거리 만세행진을 했다. 그는 "3.1절 100주년이라 아이들에게 3.1운동이 어떤 것인지 역사인식을 심어주고, 조상들이 얼마나 투쟁했는지 알려주고자 동참했다"라고 밝혔다.
 

만세삼창 3.1절 100주년을 맞아 청소년수련관에서 허석 시장과 서정진 의장 등이 시민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 배주연

 
마무리는 청소년순련관에서 순천시민 선언문을 낭독하고 해단식을 가지는 것으로 이뤄졌다. 이후 시장 등은 동천변에 무궁화단지를 조성하는 기념식수를 했는데, 시화인 철쭉과 국화인 무궁화를 함께 조성해 생태도시에 호국도시 이미지를 더했다.
    
한편, 과거 순천군은 천도교의 독립선언문 전달과 더불어 예수교 청년 회원들의 난봉산, 박항래 선생의 남문 연자루, 동초면 신기리 전평규 등의 벌교면 장좌리 아랫장, 낙안읍의 만세시위 등 지역뿐만 아니라 박우말례, 서정기 등을 비롯한 순천 출신들이 타지에서도 독립운동을 했다. 이에 순천시는 100주년을 맞아 낙안면 독립운동 테마공원과 독립유공자 박항래 상과 메모리얼 공간 조성 및 독립운동 유공자 51명의 생가 터 표지판 설치 등 기념사업을 할 예정이다.
#3.1절 100주년 #순천의 독립운동 #특별한 3.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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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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