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 에너지 협력 위해 사전조사하자"

서울에너지공사-오마이뉴스 공동주최, ‘남북 도시간 에너지 협력 좌담’

등록 2019.03.05 14:18수정 2019.03.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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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왼쪽부터)과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 남상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동북아사무소 부대표, 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에너지공사와 오마이뉴스 공동주최로 열린 ‘남북 도시 간 에너지 협력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북한의 에너지 실태와 재생에너지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서울-평양간 에너지 협력을 위한 사전 조사를 실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2차 북미 회담은 합의 없이 끝났지만, 향후 남북간의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김정은 체계가 들어선 뒤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적인 북한과의 에너지 협력이 가시화된다면 중장기적으로 미세 먼지 등 환경문제에 공동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서울에너지공사(사장 박진섭)와 오마이뉴스(대표 오연호)는 3월 4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날프레스클럽에서 '남북 도시 간 에너지 협력 특별 좌담회'를 공동 개최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가 사회를 본 이날 좌담회는 오마이TV가 생중계했다.
 

[1부 / 발제] 북한 에너지실태와 재생에너지 개발·보급 현황 ⓒ 홍성민



[북한 에너지 실태] 남한의 3~4% 수준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은 이날 '북한의 에너지 실태와 재생에너지 개발-보급 현황'(평양을 중심으로)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정 소장의 발제에 따르면 무연탄과 수력 발전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에너지 공급량은 11.2Mtoe. 남한의 에너지 공급량 300.7Mtoe과 비교하면 3~4% 수준에 그칠 정도로 열악했다.

또 석유 소비를 억제해 온 북한은 중국에서 전적으로 석유 원유와 제품 수입을 하고 있는데, 남한의 석유 공급량과 비교하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북한의 전기 발전은 수력과 화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하고 있는데, 남한 전략 발전량의 4%에 불과했다.

정 소장은 "북한의 에너지 자력갱생 정책과는 달리 에너지 설비는 러시아와 중국 등 구 공산권 국가 의존도가 높다"면서 "1950년대부터 석유 및 원전 개발을 시도했으나 정치적 문제 등으로 인해 성과가 없고 석유개발과 원전 구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평양 가정의 에너지 보급 실태] 대부분 석탄과 신탄으로 난방-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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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 도시 간 에너지 협력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북한의 에너지 실태와 재생에너지 개발·보급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정 소장은 서울-평양간 에너지 협력 방안 모색을 위해 평양 가정의 에너지 보급 실태도 분석했다. 2018년 현재 평양의 인구는 289만 명, 주택 수는 81만호다. 이중 아파트 비율은 55% 정도이다. 평양 도심의 37%는 중앙난방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외 지역과 평양 농촌 지역은 아직도 석탄과 신탄(나무 연료)을 난방 연료로 사용할 정도로 열악했다.


취사에 사용하는 에너지원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평양 도시 지역은 전기와 가스(LPG) 등 고급 취사 연료 사용 비율이 42%였지만, 평양 이외 지역의 고급 취사연료 비율은 1% 이내였다. 북한 지역에서는 지금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석탄과 신탄을 이용해 취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 소장은 "평양의 중앙난방도 인근 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열을 지역난방 형태로 공급하고 있는데 발전소 가동률이 저조하고, 열공급관이 낡아서 대부분의 중앙 난방가구들도 연탄, LPG 등 다른 연료로 한파를 극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평양은 석탄 사용이 많고, 인근에 노후 화력발전소가 있기에 대기 오염은 좋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북한 재생에너지 보급 현황] 김정은 시대에 활성화... 일천한 수준

정 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대부터 재생에너지 공급을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환경 문제에 대응한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주체 경제이념인 자력갱생에 맞는 에너지원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송전망이 낙후된 상태에서 망(Grid)이 없어도 에너지공급이 가능하다.

그는 "김정은 시대에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됐고 2014년에 자연에네르기 중장기 개발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오는 2044년까지 500만 kW 생산 계획을 세웠는데, 이는 현재 북한의 수력발전 설비용량 447만 kW 이상을 향후 30년 동안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 재생에너지 사업 중 선도적인 분야는 풍력이다.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2016년에는 100KW급 풍력 개발에 성공했는데, MW급을 개발한 남한에 비해서는 일천한 수준이다. 태양 에너지 분야도 중국에서의 태양광 패널 수입이 급증해 2017년까지 160만 세트를 수입했는데, 상업용 태양광의 자체 제작은 초보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부 / 토론] 남북 도시 간 에너지 협력 ⓒ 홍성민



[패널 토론] "남북 에너지 협력 이전에 사전 조사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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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동북아사무소 부대표. ⓒ 유성호

정 소장의 발제가 끝난 뒤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남상민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동북아사무소 부대표는 "북한의 전기 보급률은 40% 정도이고 발전량은 남한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남북 에너지 협력 방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북한 경제제재 조치가 해소 전이라도 기술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신재생에너지 영역 등에서 시민협력 프로그램 등 정책 실험을 해왔는데, 북한 체제에 맞는 정책을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지원 자금은 납북협력 기금 등 정부 공적 기금을 동원할 수도 있고,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동북아 전력망 연계가 구체화되고 있는데, 이런 협력을 통해 북한에 전기를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정우진 소장은 "평양은 다른 지역보다 중앙난방을 많이 공급하고 있는 데 여전히 50% 이상이 석탄 난방을 하고 있기에 공해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기에 서울시의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갖추도록 협력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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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 ⓒ 유성호

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에너지 인프라와 기술력, 자본이 부족한 북한 현실인데, 남한과 같이 중앙 집중적인 대형 발전소와 네트워크를 마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 "북한에는 중소형 발전소법도 있고,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관심도 높기에 지역 자체 에너지원을 지역에 공급하는 소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 구축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유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스리랑카 콜롬보 시는 소규모 옥탑에 설치할 100만호 태양광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서울시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협력방안을 논의했다"면서 "평양시도 베란다형 태양광이 많이 보급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추가 보급뿐만 아니라 스마트에너지 시티와 같은 효과적인 운용 시스템도 서울시와 협력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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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유성호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문 채택이 안됐지만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하면서 "여전히 제재 완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서울-평양간 에너지 협력을 위한 설비와 전기 등을 들여보낼 수 없지만, 평양의 전기 송배전 실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남상민 부대표도 "유엔 에스캅(ESCAP)은 지난 10년간 북한의 에너지, 교통, 환경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북한의 관료들을 교육해왔다"면서 "이런 창구를 통하면 북한의 에너지 실태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구체적인 조사 작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철도 연결 사업 실태조사를 위해 남한 전문가를 수용하는 등 김정일 시대보다 실용적이고 열린 태도로 임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에 남북한 에너지 실태 사전 조사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좌담회 사전 모임에 참석한 서울에너지공사 박진섭 사장은 "남북 화해의 시대를 맞아 환경과 에너지 문제 역시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어야 할 때"라며 "남북 도시 간 에너지 협력 분야에 있어서 유의미한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이번 좌담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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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섭 서울에너지공사 사장과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남상민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동북아사무소 부대표, 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 도시 간 에너지 협력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전체보기] 남북 도시 간 에너지 협력 특별 좌담회 ⓒ 홍성민

#서울에너지공사 #남북에너지 #서울-평양 에너지 협력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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