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게 보면 손해 넓게 보면 이익인 셈법

[서평]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등록 2019.03.06 15:39수정 2019.03.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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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탐내지 않을 만큼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이 있었습니다. 한 노인이 그 땅을 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을 주워내고, 물길을 만들어 물을 대주고, 갈아엎기를 반복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잡초조차 제대로 크지 못할 만큼 척박했던 그 땅이 어느새 옥토가 되었습니다. 주변 환경이 바뀌며 땅값도 많이 올라가 비싼 땅이 되었습니다.

그 땅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었습니다. 욕심 많기로 소문난 사람도 그 땅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이 욕심 많은 사람에게 그 땅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았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웬만한 사람 같으면 힘들게 일궈 비싼 땅으로 만든 땅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팔았다면 많이 속상해 했겠지만 그 노인은 그러지 않고 싱글벙글했습니다. 노인의 속셈이 궁금한 사람들이 '비싼 땅을 헐값에 팔고 뭐가 그리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노인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일궈놓은 땅이 어디로 사라지는 게 아니니 누구의 땅이 된들 아무 문제가 없으며, 땅은 땅대로 있고 이렇게 돈까지 받았으니 이게 남는 장사 아니냐?'며 너털웃음을 웃더랍니다. 그게 바로 그 노인, '개척 선사' 또는 '땅 만드는 스님'으로 널리 알려진 혜월 스님이 세상을 살아가는 셈법이었습니다.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지은이 최성현·그림 김진이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2월 18일 / 값 16,800원) ⓒ 불광출판사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지은이 최성현·그림 김진이,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주로 스님들과 관련해 전해지는 일화들을 모은 내용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스님이 생을 마치고 입적하게 되면 장작더미에 놀려 놓고 화장하는 다비를 합니다. 사리 몇과가 나오면 야단법석이 벌어집니다.

스님들이 수행결과로 남기는 사리는 사리탑에 봉안되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더 이상 어떤 가르침도 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님이 삶으로 실천하며 남긴 이야기들은 두고두고 전해지며 점점 가치를 더해가는 또 다른 형태의 법문으로 전해집니다.


책은 별별 이야기라고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301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어떤 이야기는 삶이 무엇인가를 깨우치게 하는 키워드가 됩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스님들이 높다란 법상에 올라 가부좌를 틀고 근엄하게 펼친 법문이 아닙니다. 일상을 살면서 말과 행동으로 줄기를 엮고, 삶과 생활로 치장을 더한 이야기들이기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가슴으로 성큼성큼 다가섭니다.

일화로 읽는 글은 재미있고, 설법으로 읽는 글은 어리숙한 마음에 감동을 줍니다. 탑돌이를 하듯 읽어 나가고, 108염주를 돌리듯 읽어 가다보면 '좁게 보면 손해지만 넓게 보면 이익이 되는 셈법'도 시나브로 터득하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지은이 최성현·그림 김진이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2월 18일 / 값 16,800원)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 영혼을 깨우는 선승들의 일화 301

최성현 지음,
불광출판사, 2019


#힘들 때 펴보라던 편지 #최성현 #김진이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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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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