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당 의원이 직접 말하는 '홍익표 유감'

[주장] '거대정당'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 이젠 버려야 한다

등록 2019.03.05 20:06수정 2019.03.05 20:06
3
원고료로 응원
 
a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 사진은 지난 1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 대책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구성동구갑)이 구설수에 올랐다. 정부·여당의 20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보수정부 10년의 반공교육' 탓으로 돌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데 이어, 또 다시 '미니정당' 발언으로 논란에 중심에 섰다. "오만의 끝판왕"(바른미래당)이라는 평가를 받은 여당 수석대변인의 상황 인식과 언행이 심히 우려되는 수준이다.

반공교육이 20대 지지율 이탈의 원인이라는 건 상식이 어긋난다. 1970, 198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설훈 의원과 홍익표 의원의 말이니 더욱 그렇다. 불과 2년 반 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 당시 정부여당에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20대다. 현 정부 임기초반 30, 40대 못지 않게 높은 지지를 보냈던 세대가 바로 20대다. 이들의 이탈에 대한 반성과 원인 분석을 하는 데에도 모자랄 시간에 되레 훈계를 한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꼰대스러움 아닌가

20대가 가장 크게 이탈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양극화, 취업난, 젠더 갈등 등이 꼽힌다. 여러 원인이 중첩된 결과일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하는데, 바로 홍 의원의 태도와 상황인식에서 드러나는 것, '꼰대스러움'과 '오만함'이다.

현재의 청년들은 한국전쟁 이후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로 거론된다. 소위 '386 세대'는 군사독재와 맞서기 위해 목숨을 걸었지만, 한편으로 고성장 시대의 혜택을 입었다. 경제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20대에게 1980년대 민주화운동은 '386세대'가 부모 세대에게 들었던 6.25 이야기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한다.

청년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고 해법을 찾기는커녕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며 야단 치고 훈계하는 기성세대를 한국사회는 '꼰대'라고 규정한다. 이것이 지금 실망하는 청년들의 눈에 비친 정부여당의 모습 아닐까.

6.13 지방선거 한국당 참패의 교훈
 
a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는 자유한국당 2018년 6월 15일, 국회 예결위회의실에서 비상의총을 마친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현수막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 권우성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반성하고 혁신하지 않는 자유한국당을 다시 한 번 심판한 것이다.


제1야당의 자멸에다 1등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제도 덕분에 민주당은 스스로의 실력이나 국민의 지지에 비해 과도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알았기 때문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의 두려움'을 느낀다면서 정치와 공직사회에 겸손한 태도를 주문했다. 홍익표 의원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느꼈던 두려움을 현실로 만드는, 오만이다.

오만과 독선에 빠진 권력은 반드시 몰락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180석 이상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와 '친박'의 오만이 콘크리트로 불리던 지지층의 이반을 불렀고,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했다. 견고할 것 같았던 권력도 끝내 탄핵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홍익표 의원은 보수세력의 몰락으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인지 의문이다.

홍익표 의원이 말한 '미니정당'의 비애... 하지만

나는 22명의 관악구의회 의원 중 단 한 명의 정의당 소속 의원이다. 관악구청장과 관악구의회 22석 중 15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에 비하면 의원 한 명을 가진 정의당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홍익표 의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미니정당' 의원이다.

관악구청은 여대야소의 의회에 힘입어 독주하고 있다. 필자가 예산 낭비로 지적한 구정 슬로건 간판 교체를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주민과의 약속'이라고 주장하고, 조례를 만들기도 전에 근거없이 예산부터 통과시키는 일이 반복된다. 국장이 본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을 거부하고, 구청장의 측근인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질문하는 의원을 윽박지르는 일들도 벌어졌다.

구청장이 내놓은 조례안은 별다른 토론도 없이 통과되는데, 필자가 발의한 조례안은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수정되거나 보류되는 것을 봐 왔다. 이런 대목에서 소수정당의 비애를 느끼기도 한다.

비단 관악구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석권한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의회 곳곳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국회에서도 수석대변인이 '미니정당'을 대놓고 무시하는데, 국민의 관심이 덜한 지방 기초의회에서 이런 현상이 더 심한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의당을 비롯한 '미니정당'들의 의원들은 의회를 장악한 다수당이 건재함에도 일당백의 활약을 보인다. 정의당의 사례만 꼽아 봐도 그렇다. 서울시의회 권수정 의원은 서울시 산하기관의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지적, 개선하도록 했다. 서대문구의회 임한솔 의원은 전두환의 세금체납 문제를 지적해 가택수색을 이끌어냈다. 노원구의회 주희준 의원은 1인 시위까지 한 끝에 의원 업무추진비 공개를 이끌어 냈다. 광주시의회 장연주 의원은 새마을 장학금 조례 폐지를 이뤄냈다. 단 한 명의 의원이 거대정당의 의원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낸다.
 
a

'5.18 망언 의원직 사퇴' 외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을 규탄하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반대로 거대정당의 오만은 곳곳에서 불길한 징후를 드러낸다. 민주당 소속 강북구의원은 동장을 폭행해 국민적 공분을 샀고, 해당 의원은 사퇴했다. 그런데 강북구의회는 선관위에 결원통보를 늦게 해 보궐선거를 내년 4월로 늦추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선관위에 경남도지사 사퇴 통보를 일부러 늦춰 보궐선거를 막았던 그 방식 그대로다. 당장 보궐선거를 하면 민주당에 여론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과천시의원은 해외연수를 가족상봉의 장으로 만들었고, 민주당 고양시의원은 새해첫날부터 음주운전을 하다 가드레일을 받았다. 두 의원 모두 의회에서 출석정지 30일의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다.

한국당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경북도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은 지난 4일 도박을 벌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예천군의회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해외 추태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오만'의 징후들... 결단을 바란다

관악구에서 지역주민들을 만나면 '지방선거에서 너무 몰아줬더니 기대와 다르다'면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듣곤 한다. 주민들은 '5.18 망언'과 '탄핵 부정'으로 우경화하고 있는 한국당에 분노하지만, 한편으로 다수당인 민주당을 견제하길 원한다.

'설마 그렇다고 한국당을 지지하겠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영영 회복이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한국당의 지지율은 어느새 탄핵 전 지지율을 회복한 모양새다. 반사이익으로 득을 본 민주당이 긴장이 풀리자 그 반사이익이 한국당으로 가는, 거대양당이 스스로 잘하기보다 상대의 자책골만 바라는 불행한 정치가 또 다시 반복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이 불행한 정치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바로 국민이다. 이미 국민들은 피해를 실감하고 있다. 멈춰버린 국회 때문에 발의된 민생법안 역시 멈췄다.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원내 3당 바른미래당의 최고위원(하태경)을 '영향력도 없는 미니정당'이라고 무시한 민주당의 눈에 원내 4, 5당은 어떨까. 말할 것도 없을 듯하다. 그러나 지금 한국당의 '5.18 망언' 의원 제명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민주당과 공조하는 건 바로 그 '미니정당'들이다. 

이들을 무시하고 제쳐놓는다면 민주당이 대화하고 협상할 상대는 한국당뿐이다. 앞으로 개혁 입법은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한국당과 앞에서는 싸우고 뒤에서는 손잡는 방식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에 바란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국민에게 돌리지 말고, 소수정당을 폄훼하지 말고,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민주당과 야3당의 공조를 위해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 게 좋을 것이다.
 
a

이기중 서울 관악구의회 의원(정의당). ⓒ 이기중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기중씨는 정의당 서울 관악구의원(아선거구)입니다.
#홍익표 #민주당 #미니정당 #거대양당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총선 참패에도 용산 옹호하는 국힘... "철부지 정치초년생의 대권놀이"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