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아이폰 사고 삼겹살 먹고... 간 큰 카이스트 직원

[단독] 양재협력센터 회계담당자 횡령... 센터장은 오히려 제보자에게 불이익

등록 2019.03.08 20:31수정 2019.03.0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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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이아무개씨의 뒷모습.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양재협력센터로 돌아가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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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양재협력센터 외관 모습. ⓒ 김종훈

 
"단호박과 삼겹살, 한우, 구운계란, 방울토마토, 쓰레기봉투까지 샀더라고요. 의심이 돼 다른 내역도 확인해 보니까 아이폰과 북리더기, 심지어 닌텐도 게임기까지 샀더라고요. 이게 말이 되나 싶었어요. 저희 센터는 100%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곳이거든요."

연간 서울시 예산 28억 원 정도가 투입되는 카이스트 창업원 양재협력센터(이하 양재협력센터)에서 일하는 연구원 이아무개씨가 7일 오후 <오마이뉴스>를 만나 한 말이다. 그는 2017년 10월 입사 후 목격한 횡령 및 배임 사례를 지난해 말 고발했다.

그러나 내부고발 후 이씨는 센터장 송아무개 교수에게 "문제 제기의 진정성이 의심 된다"는 말을 듣고 자리이동 및 업무변경을 명령 받았다. 양재협력센터 안에서 교육 및 프로그램 운영 등을 맡아왔던 이씨는 이후 시설관리라는 명목으로 커피머신을 청소하거나 협력센터에 입주한 기업 직원들의 지문을 등록해주고 있다.

"횡령 증거 확보하고 추궁하자 시인"

지난 2017년 12월 개관한 양재협력센터는 서울시 산하기관인 '양재R&CD혁신허브'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양재협력센터 개소식에서 "양재R&CD혁신허브를 구심점으로 산학연 공동연구와 핵심인재 양성을 통해 혁신적인 성과를 내 양재 일대가 실리콘밸리에 견줄 수 있는 세계적인 R&D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8년 양재협력센터에 28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고 인공지능을 전문으로 하는 26개 회사가 현재 양재협력센터에 입주해 있다. 
  

카이스트 양재협력센터 가는 길 ⓒ 김종훈

 
100%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양재협력센터에서 횡령 및 배임 사건이 발생한 건 개관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개관에 맞춰 새로 입사한 제보자 이씨는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예산담당자 조아무개씨의 횡령 사실을 알게 됐다.


"조씨가 생수를 샀다고 말했는데 창고에는 생수가 없었다. 조씨에게 영수증을 달라고 해도 처음부터 건네지 않았다. 그 때부터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영수증을 보니 조씨가 사는 동네 인근 마트에서 물품을 구매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씨의 횡령은 이렇게 드러났다. 이씨는 "2017년 12월 개관 이후 지금까지 수십 차례 예산 횡령이 일어났다"라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횡령은 대범해졌고 심각해졌다"라고 말을 했다.

그는 "조씨는 200만 원에 가까운 최신 스마트폰과 게임기, 북리더기 등을 사업 예산으로 구매했다"라며 "또 거주지 인근 슈퍼에서 본인의 식구들과 돌아가며 단호박, 삼겹살, 한우 등 130만 원 넘게 장을 봤다"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조씨가 이용한 슈퍼와 문구점에 직접 연락해 해당 영수증을 확보했다.

 

회계담당자 조아무개씨가 제보자 이아무개씨에게 보낸 메일 ⓒ 제보자

 
발뺌하던 조씨도 횡령을 인정했다. 지난 2월 조씨는 "지난날 제가 했던 횡령은 사실"이라면서 "제 무지로 인해 발생한 차액에 대해서는 변상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라고 이씨에게 메일을 보냈다. 조씨는 메일을 보내기 앞서 1월에 퇴사했다.

이씨는 "조씨가 현재 밝혀진 액수보다 훨씬 큰 액수의 횡령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씨가 처리한 예산 업무에는 수상한 부분이 너무 많다. 여전히 40만 원 상당의 이어폰과 50만 원 상당의 아이패드, 닌텐도 게임기 등을 반환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운영비로 동네 슈퍼에서 소고기와 삼겹살, 햇반 등을 양재협력센터 개관 후 6개월 동안 샀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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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100% 예산을 지원받는 카이스트 양재협력센터 회계담당자 조아무개씨는 운영비로 북리더기와 아이폰 등을 알파문고에서 구입했다. ⓒ 제보자 제공

   
제보 후에 일어난 이상한 일
 

문제는 이후 센터장 송 교수가 보인 행동이다.

송 교수는 이씨에게 "(이씨 고향인) 진도 남자들은 게으르다. 일을 안 한다. 절대 뽑으면 안 된다"라는 말을 했다. 전 직원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도 "진정성이 의심된다. 예산 담당 연구원의 (조씨) 퇴사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교수는 이씨에게 직무와 전혀 상관없는 시설 관리 일을 하게 했다.

양재협력센터의 예산 최종 결재권자는 송 교수다. 이씨는 "센터장의 묵시적 승인 혹은 지시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횡령이 발생할 수 있겠냐"라면서 "지금 당장 직무변경과 폭언 등 2차 가해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차 가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직원들이 몇 명 되지 않는 센터에서 한가지 업무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답했다.

또 송 교수는 "센터의 책임자로서 업무를 총괄하고 관리해야 한다"라면서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카이스트 감사실에 의뢰를 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 역시 현재 카이스트 감사팀과 서울시 담당자에게 진정을 넣은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사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라면서 "조사결과가 나오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스트 #양재R&DC #양재협력센터 #서울시 #공익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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