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 시설 건설 설명회, 주민들 박차고 나와

"간담회로 알고 갔는데 주민설명회 성격"이었다고 주장... 폐쇄공간에서 연 것도 비판받아

등록 2019.03.08 18:38수정 2019.03.0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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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가 미사일 시험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충남 태안의 석도 ⓒ 김동이

 
국방과학연구소가 충남 태안군 근흥면의 무인도인 석도와 전남 신안군 만재도에 탄도탄 요격용 유도무기 비행시험을 위한 신규 시험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태안군과 태안군의회, 충남도가 부적합 의견 또는 주민설명회 등을 통한 주민 사전 설득을 전제한다는 협의‧검토의견에 따라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은 채 설명회도 열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특히, 국과연은 주민설명회 참석인원에게 통보하면서 마치 개별 단체별로 간담회를 여는 양 연락을 취했지만 결국 여러 단체가 한 자리에 모이면서 간담회가 아닌 주민설명회 자리로 돌변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말이다.

또한, 주민설명회를 연 장소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반 주민들이 출입하기도 힘든 국과연 안흥시험장 내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는데, 안흥시험장 자체가 사전출입 통보 없이는 출입이 어려운 보안시설이어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날 참석자들은 안흥시험장에 출입하면서 사진촬영을 하지 못하도록 핸드폰에 촬영금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폐쇄적인 공간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꼼수 설명회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리 박차고 나온 어민들… "간담회인 줄 알았더니..."

태안군과 태안군선주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과연은 지난 7일 14시 안흥종합시험장 대회의실에서 '국방과학연구소 S시설(석도) 건설'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그동안 꾸준히 반대의견을 표명해왔던 태안군과 충남도 관계자, 태안군선주연합회, 태안군낚시어선연합회를 비롯해 태안군어촌계연합회, 원이소원 선주연합회와 해양수산부 관계자까지 참석했다. 간담회 취지였지만 사실상 주민설명회 성격을 띤 자리였다.

이날 국과연측은 S시설 건설에 따른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 반영 요청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어업인들의 민원을 해소하고 태안군과 충남도 등 행정기관에서 제기했던 주민설명회를 통한 주민 사전 설득이라는 검토의견에 부합하기 위한 상생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간담회 자리인 줄 알고 참석했던 태안군선주연합회 유선용 회장 등이 간담회가 아닌 주민설명회 성격으로 규모가 커진 점을 알아채고 "(석도 미사일 시험장 건설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설명회를 청취하라"는 말을 남기고 설명회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주민설명회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뒤이어 다른 참석자들도 뒤늦게 주민설명회 절차를 인식한 듯 설명회장을 빠져나오면서 이날 국과연이 마련한 간담회는 수포로 돌아가는 지경에 이렀다.

이날 설명회가 무산되자 국과연측은 곧바로 태안군선주연합회를 찾아가 대화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선용 선주연합회장을 비롯한 어민들이 전제조건을 제시하며 완강한 입장을 보이자 국과연측은 난색을 보였다.

유선용 선주연합회장은 국과연 측에 "국방과학연구소는 당초 연구시설인데 졸지에 3군 사령부 사격장까지 내려오면서 연구시설이 군사시설로 성격이 바뀌었는데, 이에 대해 주민들은 절대로 동의한 적도 없고 동의할 수도 없다"면서 ▲3군사령부 사격장 폐쇄 ▲사격시 조업을 규제했는데 이에 대한 보상 등 대안 마련 ▲방위산업체 유치 ▲어민들 생계대책 마련 등 4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유 회장이 언급한 3군 사령부 사격장은 지난 2009년 9월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해 있던 국내 최대 포사격장인 다락터 사격장을 축소하고 주민설명회도 생략한 채 슬그머니 안흥시험장으로 이전해 10여년 동안 한달에 최소 14일 이상 예고도 없이 포사격을 하고 있다.

유 회장은 이어 "4가지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석도 논의는 물론 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 이전을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석도에 대한 논의는 4가지 전제조건을 수용한 뒤 간담회부터 시작해서 주민설명회로 확대해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 입장을 전했다.

이에 국과연측은 "주민요구사항을 상부기관에 건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광섭 충남도의원, "폐쇄적 공간 아닌 투명한 주민설명회 개최해야" 쓴소리

한편, 이날 주민들과 함께 설명회에 참석한 충남도의회 정광섭 의원도 폐쇄적 공간에서의 주민설명회에 대해 발끈하며 국과연을 향한 쓴소리를 날렸다.

정광섭 의원은 지난해 11월 충남도의회의 '제308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과연을 겨냥해 '소음피해 TF팀 구성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선 인물이다.

정 의원은 주민설명회 무산 이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런 식으로의 주민설명회 말고 군청 대강당이나 근흥면 주민복지센터 등 일반 주민들이 참석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해 설명회를 해야 한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고 몇 번의 반대에 부딪치든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투명하게 추진하라고 다그쳤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그런데 국과연에서는 비밀보안 운운하며 안흥시험장에서 설명회를 열게 됐다고 해서 우리가 군사비밀을 공개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석도에 미사일 기지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데 안흥시험장이 하나도 변한게 없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또 "화력발전소처럼 특별법을 제정해서 주민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도 했고, 세상에서 가장 긴 기차를 안흥시험장이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면서 "무기가 이동할 때에는 차량 교차도 안될 만큼 교통정체가 돼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물으면서,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국과연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태안군 관련 부서인 해양산업과 전강석 과장도 기자와 만나 "국과연 설명회에 가서 앞으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면 어민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도 참석할 수 있도록 군 문화예술회관 등 개방된 공간에서 하도록 제안했고, 국과연 측에서 알았다고는 했지만 향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과학연구소가 충남 태안군 근흥면 석도에 추진 중인 S시설 건설과 관련해 태안군과 충남도, 그리고 직접 영향을 미칠 태안어민들은 생존권 위협과 어로행위 및 관광객 레저활동 제약으로 태안군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공유수면 매립 부적합 의견을 두차례 전달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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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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