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간첩으로 보입니까!" 5.18 가두방송 여성의 힘겨운 외침

[현장] '5.18역사왜곡 규탄, 한국당 해체' 촛불문화제... "역사의 발목 잡는 정당, 사라져야"

등록 2019.03.09 20:09수정 2019.03.0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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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역사왜곡 규탄, 자유한국당 해체 3차 촛불문화제'가 9일 오후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열렸다. 문화제에 참석한 전옥주씨는 5.18 당시 가두방송을 했다가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인물이다. ⓒ 소중한


"여러분, 제가 간첩으로 보입니까!"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라고 가두방송을 했던 전옥주씨가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곧장 "아니요!"라고 화답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이따금 손을 떨면서도 전씨는 힘주어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민주화가 뭔지도 몰랐었습니다. (5.18에 참여)해놓고 보니 그게 민주화랍니다. 역 앞에 가니까 시신 2구가 있었습니다. 얼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리어카에 싣고 도청으로 향했습니다. 그때부터 가두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이라도 모두 저처럼 가만 있지 않았을 겁니다. 그게 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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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역사왜곡 규탄, 자유한국당 해체 3차 촛불문화제'가 9일 오후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열렸다. ⓒ 소중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열린 '5.18 역사왜곡 규탄, 자유한국당 해체 3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전씨는, 5.18 직후 북한에서 2년간 간첩교육을 받고 내려온 '모란꽃'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바 있다. 북한군 개입설 등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 지만원씨는 지금도 전씨를 간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씨는 "김진태·이종명·김순례, 그리고 이름만 이야기해도 손이 떨리는 그 지만원이란 사람은 무슨 원수인지 저를 간첩으로 몰아간다, 여러분이 지만원을 처단해달라"라며 "아직도 간첩소리만 나오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 손이 떨린다, 여기 모인 분들 5월 정신을 잊지 말아달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떡 한 조각, 딸기 한 조각 자기 입에 넣지 않고 서로 나눠먹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광주 동지들은 모두 훌륭했다"라며 "그런 틈바구니에 무슨 북한군이 내려오나, 부끄러운 국회가 되지 말았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틀 후 전두환 재판도 관심, "40주기 전에 꼭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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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역사 왜곡 규탄 자유한국당 해체 촛불문화제가 9일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 강연주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 5.18 망언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제명 ▲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 ▲ 망언 국회의원 비호하는 자유한국당 해체 등을 요구했다. 시민들이 든 손팻말에는 "김진태·이종명·김순례 국회 제명!",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상습범 지만원 즉각 구속!" 등의 문구가 담겨 있었다.

박석운 5.18시국회의 공동대표는 "북한군 600명이 계엄 하에서 내려왔다면 그때 계엄사령관과 계엄군들은 뭘 하고 있었나"라며 "그런 주장을 내뱉는 지만원은 구속돼야 하는데 뭘 하고 있나 모르겠다, 더 심각한 것은 국민의 대표들이 일하는 국회가 그를 버젓이 끌어들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18을 모독하는 망동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라며 "그러나 한 달이 다 되도록 국회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촛불의 힘으로 황교안 등 일당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과연 한국에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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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역사 왜곡 규탄 자유한국당 해체 촛불문화제가 9일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 강연주

현재 5.18 망언 3인 국회의원(김진태·이종명·김순례)의 징계안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한국당은 전당대회 전 윤리위 결정을 통해 이종명 의원 제명을 결정했지만, 당 내에서 제명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징계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황교한 신임 대표는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5.18 망언' 징계 미적대는 황교안의 녹음기 답변).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강하게 질타했다. 고등학생 이아란(19, 여)씨는 "자유한국당은 5.18 망언을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렸다"라며 "이런 정당이 한국에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희진(45, 여)씨도 "전 국민이 자유한국당의 망언에 분노하고 있다"라며 "역사의 발목을 잡는 정당은 사라져야 한다"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참석해 "저는 아픔을 나누는 법을 광주분들에게 배웠다, 긴 세월 참아낸 그들의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지금이라도 빨리 5.18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가동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이 "지금 들고 계신 피켓에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이름이 있는데 이 사람이 국회의원으로서 필요합니까"라고 외치자,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아니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틀 후 열릴 예정인 전두환씨의 광주 재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김효주(52, 남)씨는 "전씨 재판이 계속 미뤄지는 건 이 사회의 기득권과 제도가 그를 너무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더 미루지 말고 제대로 벌을 내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인선(21, 남)씨도 "내년이 5.18 40주기"라며 "제발 그 전에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이라고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는 그동안 광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재판에 참석하지 않다가 오는 11일 열릴 재판에는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독감 진단서' 제출한 전두환 측 "다음엔 꼭 참석")
#5.18 #망언 #자유한국당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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