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부족, 사진 한번 찍었다가 혼쭐

[박태상의 아프리카 문화탐방기 ⑦] 마사이족 마을 방문

등록 2019.03.17 12:03수정 2019.03.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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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의 초등학교 마사이족의 추장이 초등학교 팻말 앞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마사이족 사람들도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된 근대식 교육이 자신 부족들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 박태상

  
마사이족은 주로 케냐와 탄자니아 초원지대에 살고 있다. 마사이족의 총 인구가 35만 명 정도라고 하니까 케냐와 탄자니아를 합쳐도 총 1억 인구의 0.3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케냐와 탄자니아를 여행하다 보면 자주 마사이족 사람들을 눈으로 만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마사이족 사람들이 유목민 특유의 이동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릴 때부터 소와 양떼를 이끌고 수 백Km를 걸어 다니던 습관은 나이가 들어서도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게 만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그들이 입고 있는 붉은 담요 형태의 어깨에 걸친 숄과 원피스형의 의상이 멀리서도 눈에 확 띄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마사이족 마을 방문 우리 문화탐방 팀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입구까지 마중 나온 마사이족 여성들의 환대에 감동했다. 이빨을 드러내고 활짝 웃는 모습이 순순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미세먼지의 공포도 느끼지 않으면서, 가난하지만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 박태상

  
마사이족은 소와 양을 방목하는 목축업에 주로 종사한다. 따라서 소를 방목하기 위해 우기와 건기에 따라 풀과 물을 찾아서 이동을 할 수밖에 없다. 한 번 마을을 떠나면 3~4년 후에야 같은 장소의 집으로 돌아온다.


마사이족이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쉽게 현지에 적응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마사이족은 집을 지을 때도 황토벽에 쇠똥을 발라 짓는데, 쇠똥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쇠똥은 섬유질이고 기름기가 있어서 우기에 비바람을 잘 이겨내고, 추운 날씨인 고산지대의 우기에도 잘 견딜 수 있다.

전통적으로 마사이족은 소와 양의 마리수를 늘리는 것이 행복의 선결조건이었다. 그리고 소와 양떼를 목축하기 위해서는 사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했다. 많은 아기를 낳기 위해 다수의 여자를 거느리는 풍습이 일부다처제 사회를 형성하게 된 요인이었다.

마사이족의 신앙은 궁극적으로 창세신화인 은가이(Ngai) 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어느 날 천국의 아이들이 지상을 내려다보며 그 아름다움에 반해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들은 아버지인 은가이 신의 허가를 받아 집단으로 밧줄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때 아버지 은가이신은 "너희가 지상에 내려가되 결코 다른 동물을 죽이거나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함께 소와 양을 내려 보낸다. 이 동물들을 길러서 너희들은 그 젖을 먹고 살아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다짐을 했다. 하지만 배가 고픈 아이들은 사슴을 잡아먹고 말았다. 분노한 아버지 은가이 신은 밧줄을 끊어버려 다시는 하늘나라로 돌아올 수 없는 형벌을 내린다. 은가이 신화의 서사구조다.
 

마사이족 워킹 슈즈 유행? 한때 밀레니엄시대가 시작한 직후 마사이워킹 슈즈가 한동안 유행한 적이 있다. 사실 마사이족들은 맨발로 걷어 다니지 않고 사진처럼 폐타이어로 만든 슬리퍼나 조리를 신고 다닌다. 유행한 마사이족 워킹 슈즈는 스위스 기업의 아이디어로 제작, 판매되어 글로벌 요가 붐을 타고 인구에 회자되었다. ⓒ 박태상

  
그래서 신화에 따라, 마사이족의 주식은 우유다. 우유를 발효시켜 치즈처럼 만들어 먹는다. 환자나 산후조리를 위해서는 살아 있는 소의 목에서 피를 뽑아 우유에 섞어 먹기도 한다. 그들은 소를 일부러 죽이지는 않지만, 병에 걸려 죽거나 사고로 죽으면 이들 가축의 고기를 먹는다.

귀한 손님이 찾아왔거나 결혼 등 축제 때에는 양을 잡아 모닥불에 구워먹는 풍습이 있다. 우리 문화탐방 팀도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마사이족 요리사가 모닥불에 구워주는 양고기와 수프를 먹었다. 그렇게 맛이 있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전통요리에 감동을 했다.
 

마사이족 마을의 토담집 과거 가난한 시절의 달동네 집 같기도 하고 제주도에 유배 온 선비들의 토거집 같기도 하다. 황토 흙에 쇠똥을 발라 벽을 만들고 집 위에 널빤지를 얹고 풀과 짚을 덮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 박태상

   
다른 어떤 부족들보다 마사이족은 전투적이고 강인하다. 마사이족은 키가 매우 크다. 남녀 평균이 177cm라고 여행책자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케냐의 다수부족인 키쿠유, 캄바, 메르족과 장기간의 전투를 계속했다. 그래서 마사이족은 전사인 모란을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통해 양성한다.


소년그룹은 12세 미만의 연령층으로 성장기에 있다. 청년그룹은 12~13세부터 27~28세 사이의 연령층으로 할례와 성인식을 거쳐 병사 촌에 들어가 합숙훈련을 받은 후 자기 부족을 지키는 모란(Moran)이 된다. 중년층은 27~28세부터 45~46세 사이의 연령층으로,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며 방목을 해서 식량을 제공한다. 45~46세 이후에는 노년층으로 주로 마을의 제사와 의식을 담당하는 장로 역할을 떠맡는다.
 

마사이족 추장 댁 추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지휘봉처럼 생긴 막대기를 잡고 의젓하게 앉아서 집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맞은편에 앉은 마을 홍보실장이 영어로 통역을 하고 있다. 세간은 우리네 주방과 다를 바 없다. 바로 앞에 모닥불을 지피는 화구와 구멍이 있어 신기했다. 생각보다 집은 너무 비좁고 작았다. 자신의 아버지 대에는 부인을 다섯 명 데리고 살았으며 집도 다섯 채였다고 한다. 바뀐 세상에 따라, 자신은 한 명의 부인과 집 한 채를 지니고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박태상

   
길거리에서도 목격이 되듯이 청년전사들은 창과 방패를 들고 다니고, 중년층은 허리에 '오랄렘'이라는 쌍날단도를 차고 있다. 그들은 오른손에 무기의 일종인 이린칸(스와힐리어로 '오링가')라는 나무방망이를 들고 왼손에는 '은구디'라고 하는 소치는 막대기를 잡고 있다. 요즈음은 작대기모양의 나무방망이만 들고 다니며 마을이나 해수욕장 주위의 경계지역을 순시하면서 지키는 호위무사 역할을 한다.

일종의 조폭 형태의 모습을 지닌 마사이족 청년들 10여 명이 막대기를 든 채 멀리서 점프 훈련을 하고 있기에 미니밴에서 사진을 찍었다가 그들이 몰려 달려오면서 차를 큰 돌과 막대기로 내려치려고 해서 차량 기사가 달래려고 애를 쓴 적이 있다. 그만큼 호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이족 추장 댁의 안방 추장이 주무시는 안방에서 회색 모포를 덮고 누워보았다. 생각보다 방이 작았고, 밑이 딱딱하고 추워서 밤에 잠이 잘 안 올 듯 생각되었다. ⓒ 박태상


관광객들이 마사이족의 마을을 방문하면, 대개 춤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이러한 춤은 사실 모란들이 자신의 전투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마사이족의 축제가 시작하면, 모란이 참석하여 용감하고 화려한 차림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북돋운다.

모란은 소녀들에게 인기가 높다. 아직 결혼 전의 풋풋한 소녀들이 병사 촌을 찾아온다. 할례 이후 미혼의 소녀들은 모란과의 정사가 허용된다. 소녀들에게는 세 명의 애인이 선정되는데, 첫째와 둘째 애인이 출타중이면 제3의 애인과 정사를 나눌 수도 있다. 이런 풍습은 관례화 되어 있어 내 애인이 다른 동료와 놀아났다고 해서 갈등이나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소녀들은 결혼을 하면 남편을 섬기고 아이를 낳아 길러서 훌륭한 모란으로 키워야 한다.
 

마사이족 초등학교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방학이라 아이들은 없었지만, 교장선생님의 설명을 듣다보니 교육열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대다수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교로 진학하며, 대학 진학률이 20%에 가깝다는 영어통역이 이해가 잘 안 되었다. 마사이족 부모들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 박태상

   
춤을 출 때 모란이 즐겨 합창하는 노래의 노랫말은 "독수리여, 나를 따라 와라, 적이 나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적을 죽인다. 독수리여 너는 어쨌든 고기밥을 챙길 수 있을 걸세"의 뜻을 지닌다. 마사이족 청년들의 충성심과 단결력을 과시하는 노래다.

그들은 춤을 추면서 높은 점프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마사이족의 장례식은 특별하다. 마치 티벳 인들의 '천장'과 비슷하다.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들판에 내다버린다. 독수리가 시체를 뜯어먹고 뼈만 남기면 이 뼈를 가족들이 정성스럽게 모아 단지에 넣어 다시 집 근처로 가져 와서 수호신으로 모신다. 
 

마사이족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학교 설명과 질의응답 시간 우리 문화탐방 팀도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하는 방식, 대학진학률 등 질의응답시간이 알차게 진행되었다. ⓒ 박태상

 
마사이족 청년들의 춤을 구경한 후, 우리 여행팀은 3명씩 조를 짜서 마사이족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선두팀은 추장 댁을 방문했다. 쇠똥으로 만들어진 토담집은 높이가 낮아서 허리를 굽히고 들어가야 했다. 모닥불을 피워 음식을 조리하는 화구가 있었고, 냄비와 그릇들도 있었다. 방은 한 사람이 누울 정도의 작은 크기였는데, 비닐장판이 깔려 있고 회색의 담요 한 장이 전부였다.

잠시 누워서 담요를 덮고 포즈를 취했다. 추장은 자신이 쥐고 있던 지휘봉을 건네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답례로 마사이족이 만든 상아문양의 목걸이와 장신구를 구입했다. 아버지 대까지는 일부다처제로 부인과 집이 다섯 채였으나, 자신은 부인도 한 명이고 집도 한 채라고 증언했다. 세상이 변하니 마사이족의 전통풍습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사이족의 양고기 바비큐 파티 마사이족 마을에서는 귀한 손님이 찾아왔거나 결혼 등 축제 때에는 양을 잡아 모닥불에 구워먹는 풍습이 있다. 우리 문화탐방 팀도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마사이족 요리사가 모닥불에 구워주는 양고기와 수프를 먹었다. 그렇게 맛이 있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전통요리에 감동을 했다. ⓒ 박태상

 

캠프타이어와 바비큐 파티 양고기 바비큐와 양고기 스튜는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멀리서 마사이마라국립공원 야생동물들의 신비로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동아프리카에서의 한여름의 밤의 꿈같은 축제가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양고기 안주에 곁들인 케냐 맥주가 꿀맛이었다. ⓒ 박태상

   
집 방문을 마치고 마사이 소년, 소녀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찾아갔다. 추장과 교장선생님의 안내로 아담한 학교를 방문하니 감개무량했다. 생각보다 마사이족은 교육열이 높았다.

교장선생이 영어로 진행한 학교 현황보고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우리 여행팀도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질문이 많았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20%에 육박한다는 설명을 듣고 믿기 어렵지만, 마음 속으로 감동을 했다.

케냐 당국이 소수민족 보호방안으로 교육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사이족 전통마을 방문을 마치고 미니밴에 오르면서 뿌듯한 생각이 밀려들었다. 교육열이 높은 마사이족의 미래가 창창해 보였다. 오래전 뉴스에서 마사이족 출신의 정치인이 케냐의 총리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 떠올랐다.
#마사이족의 호전성 #마사이족 마을 방문 #모란의 전투적 용맹성과 점프 춤 #모란(MORAN) #양고기 바비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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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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