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봄의 민낯

그림같은 풍경... 광양 매화마을과 화개면 운수리 차밭에 가다

등록 2019.03.12 15:03수정 2019.03.12 15:03
0
원고료로 응원

청매실농원의 만개한 매화 ⓒ 김숙귀

 
축제는 시작되었다. 백운산 자락 섬진강변 약 33만㎡의 매화 군락은 때아닌 춘설이
내린 듯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고결하고 외로운 매화의 모습을 사랑하지만 매년 봄, 만개한 매화가 한 마을을 뒤덮고 있는 광경을 마주할 때면 그저 놀랍고 감격스러울 뿐이다. 

축제 첫날, 어둠이 가시자마자 다압 매화마을을 찾았다. 유난히 포근했던 겨울이 봄꽃들을 일찌감치 세상 밖으로 불러내었나 보다. 마을의 매화는 이미 꽃잎을 활짝 열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 뒤 청매실농원에 갔다. 은은한 매화꽃 향이 흐르는 언덕길을 여기저기 거닐며 가까이 다가와 있는 봄의 민낯을 보았다.


밀려드는 사람들을 피해 서둘러 매화마을을 나와 화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사실
매화마을보다는 하얀 꽃을 피우고 한 그루씩 차 밭에 서 있는 매화나무를 보고 싶었다.
 

화개장터 가는 길에 만난 차밭매 ⓒ 김숙귀

  

초록색 차밭과 하얀 매화의 조화로움이 그림처럼 아름답고 운치 있다. ⓒ 김숙귀

  

단아하고 기품있는 백매. ⓒ 김숙귀

 
지난해 매화마을에 들렀다가 화개장터로 가는 길에 차밭매를 발견하고 그 특별한 풍경에 온전히 마음을 빼았겼다. 차밭이 보이기 시작하고 어느 다원 앞에 차를 세운 다음 천천히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 채취 시기가 다가와 한껏 초록물이 오른 차나무와 활짝 꽃을 피운 매화가 어우러진 모습은 솜씨 좋은 화가가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풍경 속에서 나는 비로소 매화를 보았고 느꼈다. 그리고 꽃향기는 맡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聞香)이며 꽃향기를 들어보면 아름다운 세상이 결코 먼 데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하셨던 법정 스님을 생각했다.

하동은 우리나라 차 시배지이며 차 문화의 기원지이다. 4월 중순 곡우 전후가 되면 첫 수확이 시작된다. 한겨울 추위를 이겨낸 첫 번째 찻잎을 직접 손으로 따서 만들며 맛과 향이 여리고 순하다. 이처럼 첫 수확하는 차를 우전이라 하는데 가장 고급 녹차이다. 곡우 이후에서 5월 5일 입하 전에 따서 만들어진 차를 세작이라하는데, 크기가 참새의 혀같다고 하여 작설차로도 부른다.

가장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녹차이다. 입하 무렵부터 5월 중순에 수확하는 중작은 잎이 모두 펴진 후에 잎을 1, 2장 따서 만들어 맛도 풍부하고 녹차 고유의 향과 색을 즐길 수 있다. 대작은 5월 하순까지 수확한 차로 중작보다 더 굳은 잎을 따서 만든 거친 녹차의 종류로 탄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떪은 맛이 느껴진다.

대작은 주로 티백을 만드는 녹차 재료로 사용되며 음료,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각종 식음료에 넣어 먹는 용도로 사용, 쌉쌀한 녹차 특유의 맛이 가장 많이 난다. 또 하동 지방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전통 발효 홍차인 잭설(작설)차도 있다.


화개장터까지 올라가서 재첩국을 한 그릇 먹고, 내려오며 매암차문화박물관에 들러잭설차도 음미하고 나니 마음까지 한결 풍요로워진 기분이었다.
 

차밭매 ⓒ 김숙귀

  

길건너 마치 춘설이 내린 듯 하얀 다압의 매화마을이 보인다. ⓒ 김숙귀

#광양여행 #화개면 운수리 #차밭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