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법원 지나던 할머니 "전두환? 아직 짱짱하드만"

[현장] 재판 앞둔 광주지법, 차분한 분위기 속 취재진으로 붐벼... 건너편 초등학생들도 '관심'

등록 2019.03.11 11:14수정 2019.03.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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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법원 출석 기다리는 취재기자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유성호

 
"서울서 내려왔소? 허어, 아직은 조용하네요잉."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차를 세운 택시기사는 연신 차창을 내다보며 이 같이 말했다. 전두환씨의 재판을 4시간 여 앞둔 11일 오전 10시 30분 광주지방법원은 특별한 움직임 없이 차분한 분위기다. 수십 명의 취재진과 법원 직원들만 오전부터 취재 동선을 확인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전씨는 평소 영장실질심사를 위해서만 열어두는 광주지방법원 후면 입구를 통해 들어올 예정이다. 이곳에서 차에서 내린 후 약 30m를 걸어 법원 안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포토라인을 짠 취재진은 전씨가 머물 곳을 테이프를 이용해 '세모(△)' 모양으로 표시해뒀으나, 전씨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곧장 법원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법원이 있는 지산동에 산다는 70대 권아무개 할머니는 "오늘 전두환이가 내려온다 하드만, 시끄럽긴 시끄럽구만"이라며 "요새 동네 사람들 다 고 이야기 허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냥반 몇이나 묵었소? 아침에 즈그 집에서 나오는 거 본께, 아따 아직 짱짱하드만"이라며 실소를 내보였다. (전씨는 1931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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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법정 출석 궁금한 초등학생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11일 오전 광주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이 광주법원에 모인 취재진을 내다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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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법원 출석 기다리는 취재기자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 수많은 기자들이 취재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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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사진 전시한 구속자회 "전두환 직접 봐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민중항쟁 구속자회 회원들이 5.18 당시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 유성호

 
 

5.18 사진 전시한 구속자회 “전두환 두 눈으로 직접 봐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인 11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민중항쟁 구속자회 회원들이 5.18 당시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했다. ⓒ 유성호

 
법원 건너편에 있는 동산초등학교 학생들도 운집해 있는 취재진이 신기한 듯 연신 창밖을 내다봤다. 일부 학생은 "전두환!"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사탄"이라고 비난해 재판에 넘겨졌다(사자명예훼손 혐의). 책 출간 후 조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씨를 고소했고, 광주지검이 2017년 5월 그를 불구속 기소한 것이다.

하지만 전씨는 재판을 서울에서 받게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병환이 있다며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김호석 판사)은 지난해 8월 27일 첫 재판을 열었는데 전씨 측은 알츠하이머 등을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이후 재판부는 지난 1월 7일 다시 재판을 열었으나 이번엔 독감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연이어 재판에 나오지 않자 이날 재판을 다시 열어 전씨를 강제구인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전씨 재판은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30분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연희동 자택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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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씨가 11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기위해 연희동 자택을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출발하고 있다. ⓒ 권우성

#전두환 #5.18 #광주지방법원 #사자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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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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