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 위기' 유치원의 기적, 전국 첫 부모협동형 유치원 탄생

[현장] 학부모들 눈물로 지켜낸 꿈동산 유치원... 조희연 교육감 "공영형 지정할 것"

등록 2019.03.12 15:50수정 2019.03.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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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전국 최초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꿈동산아이유치원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학부모, 원생들이 참여해 개원식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폐원 앞둔 우리 유치원에 기적이 일어났다."

한때 폐원 위기까지 몰렸던 '꿈동산유치원'이 부모협동형 유치원으로 거듭났다. 12일 개원한 '꿈동산아이유치원'은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아닌 학부모와 교직원,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전국 첫 사례다.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15단지에 있는 꿈동산아이유치원에서 열린 개원식은 마을 잔치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인 우원식(노원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원구청장을 지난 김성환(노원병) 의원까지 내빈도 화려했다. 하지만 이날 진짜 주인공은 239명에 이르는 학부모 조합원들과 217명 원아들이었다.

폐원 위기에 하나로 뭉친 학부모와 교직원들, 기적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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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전국 최초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꿈동산아이유치원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학부모, 원생들이 참여해 개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1997년부터 같은 자리에 운영해온 꿈동산유치원은 지난 2017년 7월 설립자 사망으로 폐원 위기를 맞았으나 학부모와 교직원이 한데 뭉쳐 2년 동안 정치권과 지자체, 교육부, 교육청을 찾아다니며 존속 방법을 모색한 끝에 전국 첫 부모협동형 유치원 개원이란 결실을 거뒀다. 정부에서 지난해 10월 31일 공공건물 임대시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게 규정까지 바꾼 덕에 건물주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임대차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이지영 '꿈동산유치원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지난 2년여 동안 많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한마음으로 이 자리를 지켜준 어머니들이 흘린 눈물과 땀방울이 모여 오늘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두 아이를 이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이 이사장은 "아이들에게 남을 위해 조금 희생하고 배려하는게 자신을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지 당당하게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사회적협동조합 첫 출발선이라 부담감도 앞서지만 원장, 이사진 엄마들과 열심히 부딪혀 가며 잘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인숙 꿈동산아이유치원장도 "오늘 개원식은 졸업생 학부모를 비롯한 30여 명의 자원봉사 어머니들이 함께 했다, 이 모습이 우리가 유치원 존속 방법을 찾고자 함께 한 이유였다"면서 "학부모와 교직원간 소통과 믿음, 협력이 있었기에 사회적협동조합이 나갈 방향도 함께 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역구 의원-교육청, '협동조합형 사립유치원' 길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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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전국 최초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꿈동산아이유치원에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원기를 원장과 원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 이희훈

 
꿈동산아이유치원 개원까지 학부모와 교직원뿐 아니라 주변에서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이들이 유치원 개원을 '기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꿈동산유치원이 폐원 위기를 맞았을 때 학부모와 교육청에 '사회적협동조합' 방식을 처음 제안한 건 당시 노원구청장이었던 김성환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기적 같은 일을 축하한다"면서 "부모협동형 유치원을 처음 제안했을 때 알아듣는 사람이 없었는데 조희연 교육감이 처음으로 이 방식을 해보자고 해서 여기까지 왔고, 법을 바꿔야 했는데 당시 우원식 의원이 원내대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공립유치원이 경직돼서 학부모들이 안 보내려는 경향도 있는데 여기는 학부모 운영 모델인 데다 교육감이 공영형으로 지정해 돈은 공립 유치원 수준이고 운영은 가장 민주적이면서도 부모들이 원하는 아이 맞춤형 교육을 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공영형 유치원 지정해 재정적-행정적 지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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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전국 최초 사회적협동조합 형태의 꿈동산아이유치원에서 개원식을 앞 두고 비가 내리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아이들이 비를 맞지 않도록 두 손으로 막아 주고 있다. ⓒ 이희훈

  조희연 교육감도 "지난 2년여 동안 유치원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진통의 시간이었지만 대단히 중요한 시기였다"면서 "지난 2018년은 사립유치원 비리에 분노하는 해였다면 올해는 그 분노를 넘어서 유치원의 공공성을 확립하고 대안적인 공공적인 유치원 모델을 만드는 해로 의미 부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서울에 사립유치원이 80%이고 공립은 20%밖에 안 돼 공립 유치원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60곳을 만들었고 2020년까지 130곳을 만들 예정이지만 더 만들 곳이 없다"면서 "지난주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구암유치원을 서울 최초로 만들었고 오늘 공동체적 유치원 모델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조 교육감은 "사립유치원 가운데 법인으로 전환해 투명하고 공공적 운영을 하면 공영형 유치원을 지정해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꿈동산아이유치원은 이미 공공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해 바로 공영형 유치원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혀 학부모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학부모들이 정치권에 도움을 호소할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였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축하 영상에서 "꿈동산아이유치원은 학부모들로 구성된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설립한 전국 최초 유치원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면서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의 실천적 모델이 되기를, 아이들이 맘껏 꿈을 펼치며 뛰노는 행복한 유치원이 되길 계속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꿈동산아이유치원 #부모협동형유치원 #조희연 #김성환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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