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또 부동의... 박근혜 닮은 그의 재판 전략

[사법농단 - 임종헌 1차 공판] 200명 가까운 참고인 부를 수도... 현직 대법관 증인으로 나오나

등록 2019.03.12 19:09수정 2019.03.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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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사법 농단' 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3.11 ⓒ 연합뉴스

 
현직 대법관이 법정에서 증인 선서를 하는 날이 올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농단' 재판에서는 가능할 수 있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임 전 차장은 갑작스레 재판 전략을 바꿨다. 이날 그의 변호인단은 검찰의 참고인 진술서 등 상당수 증거의 채택에 부동의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임 전 차장이 부동의한 증거에 노정희·이동원 대법관의 참고인 신분으로 제출한 진술서도 들어가 있었다. 피고인 쪽이 동의하지 않은 증거는 진술자나 작성자를 직접 신문한 뒤에야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임 전 차장이 두 대법관의 진술서 증거 채택을 계속 원하지 않으면, 현직 대법관 두 명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관심사안'이던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의 재판장이었다. 노 대법관은 광주고등법원에서, 이 대법관은 서울고법에서 각각 관련 사건을 맡았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판결이 진보당 쪽 패소로 나왔다고 본다. 하지만 두 대법관은 조사를 대신해 검찰에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행정처 문건과 판결은 무관하다",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원래 임 전 차장은 네 차례 열린 준비기일에서 법관들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겠다고 했다. 1월 9일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 황정근 변호사는 "(검찰이 제출한 참고인 진술서 등에 관해) 대부분 동의할 생각"이라며 "특히 현직 법관 진술은 상당히 객관성이 있어 굳이 법정에서 신문하지 않더라도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식 공판이 시작되자 다른 태도를 보였다. 부동의 진술조서 중 현직 대법관 두 명뿐 아니라 김앤장 변호사 등이 포함된 참고인의 숫자는 200명에 가까운 수준이며, 법관이 약 100명 정도다.

'박근혜식 전략'인가... 검찰 "재판 지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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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판 출석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피고인은 공판 기일을 5주나 늦춘 뒤 진술 부동의가 7명에서 갑자기 늘었다, 검찰이 판사 대부분을 법정에 불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하려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 전 처장의 재판은 1월 29일 황정근 변호사 등 변호인 11명의 전원 사임으로 1차 공판이 5주 넘게 미뤄지기도 했다. 구속 만료도 약 2개월 남았으니 검찰이 보기에 '부동의 전략'은 곧 시간 끌기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임 전 차장은 직접 반박했다. 그는 "변호인단 사임 후 새로 선임된 변호사들이나 주위에서 제가 10여 년 전에 (심리)했던 형사재판과는 다르니 진술조서를 다 동의하면 안 된다더라"며 "의도적인 재판 지연을 위해 변호인단을 바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변호인을 바꾸고, 증거 채택에 부동의하는 임 전 차장 쪽 대응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1심에서 재벌총수 등 연루자 수백 명의 진술조서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모두 불러 증인 신문을 하는 건 시간낭비"라며 재검토를 요청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거부했다.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던 심리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기간 연장에 불만을 품고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에야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임 전 차장 쪽이 전략을 바꾸면서 법원 내부도 향후 재판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는 "판사 다수가 법정에 서야하는 모양새가 참 흉하다"라며 "착잡하긴 하다"고 했다. 그는 "피고인과 연고 관계가 없는 재판부가 맡았지만, 다수 증인 중 몇 명은 (재판부와) 관계돼있을 텐데 그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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