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은 기자 아니다? 한국엔 '오마이뉴스'가 있다"

[현장] BBC 등 한·영 언론인들, 시민과 기자 경계 놓고 토론... "팩트체크 중요성 커져"

등록 2019.03.12 18:22수정 2019.03.1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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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먼로 BBC 뉴스 취재 및 보도총괄본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시대의 저널리즘’이란 주제로 열린 ‘한-영 언론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 김시연

 

"예측 못한 상황에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는 사람은 '시민'이지 '기자'는 아니다."
"한국은 이미 오마이뉴스가 2000년부터 번성해 시민 저널리즘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시대 '시민기자' 콘텐츠 확산을 바라보는 한국과 영국 언론인의 시각이 서로 엇갈렸다. 조너선 먼로 BBC 뉴스 취재 및 보도총괄본부장이 사실 검증 기능이 빠진 '시민기자' 개념에 회의적인 의견을 밝히자, 박영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오마이뉴스> 사례를 들어 이미 기자와 시민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반박했다.

"시민이 기자는 아냐" vs. "인터넷이 시민-기자 경계 허물어"

먼로 본부장은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시대의 저널리즘'이란 주제로 열린 '한-영 언론 세미나'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민기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검증하는 언론의 '팩트체킹' 기능이 중요해졌고 강조했다.

먼로 본부장은 "모두가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란 기기를 가지고 있는 이 시대에 뉴스 리포터를 '시민기자'라고 부르지만 난 그런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예측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는 사람은 시민일 수 있지만 기자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먼로 본부장은 "기자는 자료를 받고 사실을 검증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을 더 하지만 휴대폰을 꺼내드는 시민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시민기자'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들은 기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자료와 사건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갖고 있는 '비디오 증인'"이라고 구분했다.


그는 "물론 그들이 중간업자인 언론을 배제하고 스스로 보도할 수 있고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기자가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BBC는 보도 전에 이 같은 '비디오 증거'들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오마이뉴스가 번성해 시민 저널리즘 자리잡아"

반면 박아란 선임연구위원은 "사건 현장을 촬영하는 건 시민이지 기자로 볼 수 없다는 먼로 본부장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런 주장이 갈수록 타당성을 얻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은 이미 '모든 시민은 기자다' 슬로건을 내세운 언론사 <오마이뉴스>가 2000년부터 번성하며 시민저널리즘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고 미국에서도 10여 년 전 '이제 우리 모두 기자다'라는 책이 나왔다"면서 "인터넷이 기자와 시민의 경계를 허물었고, 이건 한국과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이 가짜뉴스 발생에도 기여하고 있다"면서 "누구든 뉴스 형식으로 콘텐츠를 가공할 수 있어 거짓정보가 증가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유튜브에서 방송 보도 형식을 본뜬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무엇이 언론인지, 누가 기자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언론과 기자는 팩트체킹을 통해 진실한 내용을 정확하게, 공정하게, 책임감있게 보도해 하는데 사실 확인 없이 정보를 내보내거나, 허위 사실이나 근거 없는 소문을 내보내면 기자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처럼 전통적인 언론에서도 뉴스 형식에 맞춰 뉴스가 아닌 걸 보도해 왔다"면서 "(언론 보도 형식의 거짓 정보가) 새로운 문제라기보다는 과거보다 늘어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자유도 2년 전보다 상승... 정치적 압력도 줄어"

주한 영국대사관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날 세미나는 한국과 영국 언론인 교류를 위해 마련됐다. 이날 영국 언론인들은 최근 한국의 언론 자유도 증가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실제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에서 지난해 발표한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전년보다 20계단 상승한 43위를 차지했다.

실제 국내 언론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이 2년 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보느냐는 한 주한 영국대사관 직원 질문에 국내 언론인들은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정제혁 KBS 국제협력부장은 "2년 동안 유형, 무형의 정치적 압력이 줄었고 기자 사회의 노력을 통해서도 언론의 독립성이 지난 2년 동안 개선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 방송법에 정치적 개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었지만 그동안 적용된 적이 없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방송 보도 관련해서 KBS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인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박사도 "언론에 미치는 유형무형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었고 방송사 경영진 선임에 개입하는 것도 과거보다는 덜 노골적으로 보인다"면서도 "(사람의 태도 변화에서 오는 변화일 뿐) 제도화, 관행화는 거의 되지 않아 정치적 환경만 변하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 낙하산 사장이 들어오고 노조가 투쟁하는 때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BBC #시민기자 #팩트체크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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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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