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과 싸울 수 있는 정치인 돼야겠다" 손솔의 포부

[원 밖의 여자들 ①]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

등록 2019.03.16 13:35수정 2019.05.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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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정치판이나 국회라는 '원' 안에서 벗어나, 치열하게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원 밖의 여자들'은 개성있는 여성 정치인이나 활동가 등을 조명합니다. 단순히 주류 정치판 밖에 있는 이들이 아니라, 새로운 목소리를 내며 그 '원'에 사소한 균열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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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 ⓒ 김예지


"빨리 하태경 최고위원과 싸울 수 있는 정치인이 돼야겠다. (웃음)"

손솔 민중당 인권위원장(24)의 말이다. 그가 '전투력'을 불사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과거엔 여성차별이 문제였지만, 이젠 남성들도 차별받고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성별 대결' 구도에 말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난 1년간 나온 '젠더 갈등' 관련 기사 583건에 대한 연관어를 분석하자, '최고위원'이 자주 나온 단어 2위를 기록했을 정도다(<한겨레21>, 2019.3.4. 보도). 하 최고위원의 이같은 행보는 2030 남성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편 가르기'를 부추기는 이들은 또 있다. 자유한국당이다. 12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나경원 원내대표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라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비판하고,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선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명성'을 내걸며 갈등을 자극해 표를 얻는 시대다.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20대 여성이자 틈만 나면 '종북'으로 몰리는 소수정당의 정치인, 손솔 위원장은 이 같은 "혐오 정치"에 맞서 오랫동안 싸워왔지만, 여전히 "대응하기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들과 싸우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것을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그와 이야기 나눴다.

'헌정사상 첫 피선거권 없는 대표' 그는 왜 정치에 뛰어들었나 

손솔 위원장은 2015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학과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땐 대학본부를 상대로 15일간 단식 농성을 했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전국여성대회 참석을 위해 이화여대를 방문하자 기습 시위를 벌여 주목을 받았다. 한창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불이 붙던 시기다.

학생 자치 활동으로 정치의 맛을 본 그는 이후 '청년당사자'라는 점을 내세우며 정당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2016년 2월엔 '흙수저당'을 창당해 대표로 당을 이끌었고, 이어 민중연합당·민중당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표직에서 내려와 지난 1월에 출범한 민중당 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다. 

- 대학 때부터 활발히 사회참여 활동을 벌였다. 그보다 앞서, 전남 영광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창시절은 어땠나.
"따로 활동한 것은 없지만, 정치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다. 전라남도라는 지역적 특성에도 영향을 받았겠지만, 어머니가 진보 정치에 관심이 있는 분이셨다. 중학교 때 내 손을 잡고 광우병 촛불에 가기도 하고, '김대중 같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시기도 했다. 시사 이슈에 대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였다. 어머니도 그런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대화 상대가 없었던 거다.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정치에 대한 문턱이 낮았다. 내가 대학에 들어가 총학생회 활동을 할 때도 격려해주셨다. 다만, 흙수저당을 창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할 땐 걱정하셨다. 학교라는 공간은 안전하다고 여기신 것 같다. 그런데 밖은 그렇지 않으니까, '너무 이르다, 정치를 하고 싶으면 보좌관을 하거나 스펙부터 쌓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시기도 했다. 청년이고, 스펙도 없는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계셨던 거 같다."

- 그래도 시작했다. 흙수저당을 창당하고, 이후 민중연합당·민중당 공동대표까지 지냈다. 정당 정치에 꼭 뛰어들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학교 구조조정 문제가 터졌을 땐 15일간 단식을 했고, 2015년 10월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화여대에 왔을 땐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런 행동을 통해 우리가 가진 답답함을 해결하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학교 같은 경우, 늘 '교육부가 이래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렸다. 

결국에는 법이나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이 문제도 바뀌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2015년 무렵, 수저계급론이 처음 등장했다. 그때 많은 청년들이 세상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겼다. 저도 거기에 많이 공감했다. 그래서 '흙수저당'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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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방문 반대 이대생 격렬 시위지난 2015년 10월 29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전국여성대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를 위해 방문하는 가운데,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쉬운해고 등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이대생들이 방문반대 시위를 벌였다. ⓒ 권우성


하지만 손솔 위원장은 곧바로 벽을 마주했다. 현행법에 가로막혀 선거에 나갈 수 없었던 것. 공직선거법 16조는 국회의원 선거 등에 입후보 할 수 있는 자격을 '만 25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손 위원장이 흙수저당을 창당했을 때 나이는 만 21세. 그는 원치 않게 '헌정 사상 최초의 피선거권 없는 정당 대표'가 됐다.

2016년 3월, '정당 대표는 할 수 있지만 선거엔 나갈 수 없다'는 모순적 법률 내용에 문제제기하는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으나 별 소용은 없었다.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고, 현재 만 24세인 그는 여전히 피선거권이 없다.

손솔 위원장은 당시 "'내 주변에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년들 많은데 이 사람들 무수히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경험을 통해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정치라는 공간에서 청년뿐만 아니라 또 어떤 사람들이 배제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그와 동료들은 고민만 하지 않고 움직였다. 손 위원장이 속해 있던 민중당의 하위 기구 청년민중당은 지난 2018년 9월부터 자체적으로 인권위를 구성해 강연과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당 차원의 인권위를 만들기 위한 밑작업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올 1월 민중당 차원의 인권위원회가 출범했고, 그가 위원장을 맡게 됐다. 분명 의미 있는 시작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 같은 진보정당으로 묶이지만 민중당과 녹색당, 정의당 등의 주력 활동 내용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선 민중당이 다른 진보정당에 비해 여성, 성소수자 이슈 등에 대해 아직 인상 깊은 활동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비판이 있는 것을 안다. 실제로 그것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었기 때문에 비어있던 부분이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아 인권위를 만든 것이다. 또, 지난해 혜화역 시위에서 11만 명의 여성들이 거리에 나와서 여성폭력 문제를 말했고,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 않나. 이런 상황이 민중당 인권위를 만들게 했다. 그 요구를 어떻게 정치 영역에서 잘 풀어나갈지, 그게 숙제다."

다행히 손솔 위원장이 이끄는 인권위는 그 '숙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고 있다. 현재 민중당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 연대'나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 등과 연대하고 있다. 집회나 기자회견 참여 등으로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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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세계여성의날엔 광화문 광장에 부스를 차리고 디지털성폭력의 문제점과 새로운 '시민결합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 민중당 인권위 페이스북


지난 8일 세계여성의날엔 광화문 광장에 부스를 차리고 디지털성폭력의 문제점과 새로운 '시민결합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또 손솔 위원장은 지난 2월, 여성-엄마민중당과 함께 유럽으로 여성정책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의 '임신갈등 상담소'나 프랑스 사회통합부 등을 방문하며 여성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돌아왔다.

"이번에 여성정책 연수를 갔을 때, 프랑스 사례를 살펴보니 매년 (여성 관련) 법이 바뀌더라.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우리는 남녀동수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 절반이 여성이면 가능하구나' 싶었다. 한국은 아주 큰 사건이 발생하고, 누군가가 죽어야 가능한 일인데, 남녀 동수가 되면 여성들이 끊임없이 법안을 평가하고 개정하고 제정하는, 일상적 정치를 할 수 있다."

(* 프랑스는 1999년 개헌을 통해 선출직 남녀동수 공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이 선출직 후보를 공천할 때, 꼭 그 절반을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 현재 프랑스 하원의 여성의원 비율은 약 37.9%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기자주)


희롱하는 유권자, 편 가르는 정치인... 새로운 정치가 필요한 이유 

손솔 위원장은 "단순히 성별이 여성인 이들뿐만 아니라, '여성의 대표성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보고, 듣고, 경험한 정치판은 어떠했을까. 

- 실제 여성 정치인으로 살아가는 건 어떤가.
"제가 후보를 할 수 없어서 (웃음), 선거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한 일은 없다. 그런데 지방선거 끝나고 청년 후보들과 다 같이 밥을 먹는데, 한 여성 후보가 이야기를 꺼내더라. '악수를 하는데 손바닥을 긁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당시 20, 30대 여성 후보 10명 정도가 선거에 나갔는데, 한 명이 입을 떼니 너도 나도 그런 얘기를 했다.

실제 젊은 여성 후보들은 밤 9시가 넘어가면 혼자 선거 유세를 하기 힘들다. 술 취한 중년 남성들이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팬이라면서 스토킹을 하는 사람도 있다. 여성 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할 때 이름, 지역, 당이 다 적혀 있는 띠를 두르고 있다. 또, 유권자의 표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 대응하기가 힘들다.

지역 향우회나 남성 유권자가 많은 현장에 가면 어떤 입장과 위치로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 어린 사람이 온 것 하나, 여성이 온 것 하나, 소수정당인 것 하나. 여러 어려움이 겹친다. 그렇다고 거기서 찡그리고 있을 순 없다. 정치인으로서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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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2월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산이 '페미니스트' 논란에 부쳐 쓴 글. 그는 "20대의 남성들 현실은 자랄 때도 우대받지 않았고 지금도 우대는 커녕 차별받고 있는데 사회는 20대들에게 “너희들이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어” 하니 사회에 대한 반발심이 커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페이스북 갈무리


- 최근 늘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받던 여성 문제가 정치의 영역에서 활발히 논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성의 문제를 말하면 '남성도 차별받는다, 힘들다'는 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실제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 하태경 최고위원 등의 정치인들도 그런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듯하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님이 혐오가 유지되게 하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해 칼럼을 쓰신 적이 있다.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혐오를 유포하는 정치인이나 권력자'라는 얘기였다. 동의한다. 20대 남성들의 표를 얻으려고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나, 나경원 의원 연설문의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란 표현도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혐오를 기반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 혐오를 통해 표를 얻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잘 봐야 한다. 혐오가 가능한 사회다. 여성혐오와 종북 논리가 있는 사회다. 이를 기반으로 정치 권력을 유지해온 이들이 있다. 이들은 마지막까지 계속 혐오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싸워온 문제고, 여전히 대응하기 만만치 않다.

혐오 정치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힘이 실질적으로 모이고 있다고 믿고 있다.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도 그렇고, 미투 운동 등이 그랬다. 앞으로 인권을 말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힘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빨리 하태경과 싸울 수 있는 정치인이 돼야겠다. (웃음)"

손솔 위원장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 때부터 여러 자리에서 두루두루 만나는 여성 활동가들이 있다"며 "이들의 힘을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바람을 덧붙였다.

"가끔 노동당과 녹색당 등에서 청년 활동하는 사람들이 다 국회의원이 돼서 함께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는 상상을 한다."

"정치에도 이젠 완전 다른 모델이 필요하다"

- 정치는 계속할 생각인가.
"네, 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법을 바꾸고 싶은 게 크다. 제가 일상에서 느끼는 것이나, 많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들이 국회에만 들어가면 처리가 안 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 계속해서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인들과 싸우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잘하고 싶다."

- 어떤 여성 정치인이 되고 싶나.
"이젠 완전 다른 모델이 필요하다. 페미니즘도 적극적으로 정치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거리의 이야기가 국회에서도 논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완전히 다른 정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후보자 검증을 하거나 청문회를 하면 가족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딸이 어떻다, 이혼했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한국 정치에 가부장적인 문화가 있기 때문에, 아직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고치는 정치 체계를 만들고, 새로운 모델이 되는 게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 따윈 상관없는' 정치를 해야 한다.

한편, 여성계에서 성폭력처벌법이나 가정폭력처벌법 등을 만들어온 역사를 보면, 누군가가 죽어야만 법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참담하고 슬픈 일이다. 이젠 여성이 죽어서가 아니라, 여성 국회의원들이 많아져서 그런 일을 해냈으면 좋겠다. 정말 안 죽었으면 좋겠다. 호주제 폐지 같은 것도 정당 상관없이 많은 여성 의원이 참여해 법안을 처리했다. 그런 역사를 만들어온 많은 여성 국회의원들이 있다. 한 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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