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병원 찾은 중국인... 도울 수 있어 행복해!"

[인터뷰] 성남시 정병원에서 근무하는 중국어 통역사 전재은씨

등록 2019.03.15 15:29수정 2019.03.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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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정병원(병원장 정인화)에는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전재인씨가 근무하고 있다. 그녀의 업무는 병원을 찾는 중국인들의 통역을 돕는 일이다.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정작 의사소통이 안 돼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그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전씨는 "병원을 찾는 분들의 연락처, 진료내용 등을 꼼꼼히 적어 놓는다. 다음에 찾아올 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어 노력하고 있다"며 수줍게 낡은 수첩 하나를 보여주었다.

"진료를 받을 때 의사소통이 안 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부족하지만, 진료를 볼 때 최대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통역하고 있어요."

전씨는 성남시에서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지원 양성과정 교육을 받은 후 정병원에 취업했다. 낯선 한국 땅에서 전문직 워킹맘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전재은씨를 지난 13일 만났다.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전재은씨는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소통이 안돼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중국어 통역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 김영의


- 간단한 본인 소개와 현재 하고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한국에 온 지 20년 됐으며, 6년 전부터 정병원에서 중국어 통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는 병원 일이 적응돼 어려움이 없지만 처음에는 의학용어도 낯설고, 다문화 가족이다 보니 받게 되는 시선 등이 힘들었다. 다행히 주변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오늘날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 병원에는 중국 분들이 많이 온다. 의사소통이 안 돼 진료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나는 진료 시 옆에서 통역하며 도움을 드리고 있다."

- 취업이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다. 어떻게 정병원에서 근무하게 됐나?
"성남시에서 주최한 결혼이민자 대상 의료지원 양성과정에 참여해 취업까지 하게 됐다. 당시 중국,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민 30여 명이 함께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에 그치지 않고 취업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성남시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 병원에서 일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일이 익숙하지 않고,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경험도 없고 의학용어도 잘 몰랐던 나를 배려하고 자상하게 알려주신 분들이 있어 가능했다."

- 병원을 찾는 분들에게 통역하며 도움을 주다 보면 보람도 있을 것 같다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많이들 좋아하는 것 같다. '통역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 병원에 왔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성남시에 위치한 가천대학교에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있다. 우리 병원을 찾아 도움받은 한 유학생이 '다른 친구도 언어소통이 안 돼 데리고 왔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중국 분들이 오면 고향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고 다음에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친절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매년 병원에 오시는 환자분과 치료 과목, 담당 의사 등을 다 적어 놓고 다음에 찾아오실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후배 결혼이민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린다
"내가 일하는 것을 보고 '나도 도전하고 싶다'라는 친구들이 있다. 성남시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와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교육 등을 충실히 받고 열심히 배우며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취업 후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한다면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성남시 정병원 #결혼이주여성 #중국어통역 #취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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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다문화뉴스 등에 기사를 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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