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에 쓰러진 청년 위로 열차 2대 지나가... 생명 지장 없어

최장 30분 동안 광주 송정역 선로 위 방치... 승객도, 역무원도 발견 못해

등록 2019.03.15 20:02수정 2019.03.1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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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장 내 선로위에 쓰러진 청년 위로 기차가 두 대나 통과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 코레일

 
승강장 내 선로 위에 쓰러진 청년 위로 기차가 두 대나 통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레일과 SRT, 광주송정역, 광주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 등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난 달 27일 광주송정역 승강장 앞 선로에 이아무개(20)씨가 쓰러져 있었지만 최장 30분 동안 구조되지 못했다. 

주변 승객들과 역 근무인력, 기장 등은 누구도 이씨를 발견하지 못했고, 심지어 기차 2대는 쓰러진 이씨의 몸 위를 그대로 지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가족이 철도경찰의 도움을 받아 확인한 CCTV와 코레일과 SRT, 광주송정역, 철도경찰 등을 통해 확인한 당시의 사건 전말은 이렇다.

이씨가 사건 당일 광주송정역 CCTV에 최초로 잡힌 시간은 오후 7시 8분이다. 이씨는 이 시간에 승강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이씨는 재학중인 대학이 있는 광주에서 자택이 있는 목포까지 무궁화호 정기승차권으로 통학을 해왔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이씨는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승강장을 걸어갔다. 이씨의 가족과 학교 친구들에 따르면, 이날 이씨는 신입생 환영회 등으로 술을 마신 상태였다. 비틀거리며 걷던 이씨는 이내 화면 속에서 사라졌다. 그 시간은 오후 7시 15분.

이후 이씨는 9분 후에 다른 영상기록장치에 모습을 드러낸다. KTX에 달린 영상기록 장치에 이씨의 모습이 찍힌 것. 목포에서 오후 6시 45분 출발해 광주송정역에 7시 24분 도착한 KTX 였다. 

영상기록 장치에 잡힌 이씨는 선로 한 가운에 앉아 있었고, KTX는 이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밀고 지나간다.

이어 오후 7시 39분에도 또 다른 기차가 이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하는 모습이 잡힌다. 목포에서 오후 7시 출발한 SRT 영상기록장치에서다. SRT 화면은 화질이 어둡고, 명확한 식별이 어려웠지만 이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잡혔다.
 

승강장 내 선로위에 쓰러진 청년 위로 기차가 두 대나 통과하는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 이영주

 
두 대의 기차가 지나가도록 발견되지 않던 이씨는 서울에서 목포로 향하는 하행선 기관사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 서울서 출발해 오후 7시 38분에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KTX기관사가 이씨를 발견하고 역무실에 최초 보고한다. 이와 관련, 역에 멈춰서기 위해 서행하는 열차의 기장들이 선로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씨의 가족들은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후 오후 7시 45분 119 구조대에 이해 이씨는 구조된다. 구조 직후 전남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고 현재는 일반 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의료기록에 따르면, 이 군은 척추뼈와 무릎 골절 등 중상을 입고 1차 수술을 마친 상태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다.

이번처럼 기차 사고로 목숨을 건진 것은 매우 특이한 사례로 기록된다. 기관사와 기술자, 역무원 등으로 20~35년을 일한 경험자들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광주철도경찰대 관계자는 "20여년 전에 철로에 누워 있다가 살아났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 현재 코레일과 SRT, 광주송정역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한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상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측은 당시 CCTV영상과 기차 운행일지, 자체 조사보고서 공개 요구에도 "수사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SRT 측은 "당시 열차 앞에 달린 영상기록을 사법경찰대 제출하는 등 성실하게 조사에 응하고 있다"면서 "수사중인 사안이므로 결과에 따라 마땅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광주철도경찰대는 "수사할 내용이 많아 아직까지 자료 확보와 참고인 진술을 받고 있다"면서 "당시 상황 파악과 사고원인조사가 이뤄지면 본격 수사로 전환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씨의 아버지 이호근씨는 "사고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송정역장이 병원을 찾아왔지만, 무조건 수사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하는 등 도의적 책임마저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승강장 내 선로위에 쓰러진 청년 위로 기차가 두 대나 통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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