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중심지로서의 김천, 이 한 권에 담았다

[서평] '김천의 독립운동 그리고 운동가들'

등록 2019.03.18 08:49수정 2019.03.1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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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전문가가 엮은 책이 아니어서 많이 부족합니다."

이런 말을 곁들이면서 김세운 의장이 책을 선물로 건네주었다. 표지가 산뜻했다. '70 시민중심 행복김천'이라는 엠블럼(emblem)과 '김천시의회'라는 글자가 의회 마크와 함께 찍혀 있었다.


책 제목이 <김천의 독립운동 그리고 운동가들>이라고 되어 있었다. 우리 김천이 독립운동에 있어서 변방이 아닌 중심지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제목의 '~운동가들'은 항일(抗日) 독립투사들을 가리키고 있음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의회에서 의미 있는 책 출판을 시도한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합니다."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연수 보고서 하나 번듯하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어느 의회를 막론하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책을 출판하다니!

올해는 100년을 기념하는 해다. 3.1운동 100년, 임시정부 수립 100년. 우리는 100년을 한 세기라 부르면서 기념한다. 더욱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자고 3월 1일을 기해 거국적으로 항일했고, 비록 이국에서지만 임시정부를 수립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행사로 기념할 수도 있고 정신으로 의지를 다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역의 독립운동 자료를 수집해서 책자로 발간, 널리 알리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결코 의의가 적지 않다. 일제를 경험해보지 않은 세대에겐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피는 많지 않다. 100쪽을 조금 넘는 분량이다. 허나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의 폭과 깊이는 가볍지 않다. 발로 뛰며 몇 년에 걸쳐 자료를 모았고, 짬짬이 틈을 내어 정리하는 데에도 1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내용이 궁금할 것이다. 목차를 한 번 보자. 김세운 의장의 '발간에 즈음하여'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의 글이다. 본문은 두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 김천의 독립운동, 나. 독립운동가. '김천의 독립운동'이 총론 성격의 글이라면, '독립운동가'는 개론에 해당한다.

독립운동을 일제 36년에 한정하지 않은 것도 이 책의 한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즉 구한말 국권 회복운동에서 시작해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혼란했던 해방 정국까지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일제시대라는 것이 1910년 합병, 1945년 해방으로 칼로 무 베듯 획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길 요소는 그 이전부터 배태되어 왔으며 해방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여파는 바로 해소되지 않았다. 독립된 지 74년이 되었지만 일제 잔재가 아직까지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런 점에서 구한말과 해방 정국을 앞뒤에 붙인 것은 잘 된 기획이라 할 수 있겠다.
 

『김천의 독립운동 그리고 운동가들』 표지 김세운 정리, 『김천의 독립운동 그리고 운동가들』(김천시의회, 2019년 3월 1일 출판), 비매품 ⓒ 이명재

 
개론에서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일제시대 형평운동 등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가감 없이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사회주의 성향의 독립운동은 민족주의 운동과 함께 항일의 한 축이었음에도 남북 분단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결박되어 그동안 서자 취급을 받아온 게 현실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방략은 다양했다. 민족주의, 사회주의, 아나키즘(anarchism) 심지어 공산주의에 이르기까지 이념의 스펙트럼이 나뉘어졌을 뿐 아니라 투쟁 방법도 실력양성, 외교적 호소, 무장 투쟁 등 여러 갈래였다. 나라를 되찾는 일이라면 어떤 이념과 방법도 유효한 것이었다.

그러나 6.25 동족상잔을 거친 뒤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독립운동은 의도적으로 홀대받아 왔다. 이번에 출판된 <김천의 독립운동 그리고 운동가들>에서는 이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꼼꼼하게 포함시키고 있다. 이쪽을 사상(捨象)한 독립운동 정리는 반쪽짜리 독립운동사 밖에 안 된다.

운동 내용에 따른 분류도 적절한 것 같다. 의병항쟁, 3.1운동, 군자금 모금 활동, 청년운동, 신간회, 사회주의 운동 등이 그것인데, 이렇게 분류하니 대부분의 운동가들을 포괄할 수 있었다. 아쉬운 한 가지는 여성 독립운동가도 항을 달리 하여 정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활동 내용에 따라 독립운동가 70분을 선정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시 승격 70주년에 맞추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이중 김천 최초의 순교자 이건석(李建奭), 파리 장서 김천 대표 서명자 이경균(李璟均),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 김단야(金丹冶), 황금동교회 장로 최용수(崔龍洙) 등은 낯익은 이름들이다.

표지 안쪽에 마치 서증(書贈)처럼 인쇄되어 있는 문구가 있다. "3.1운동 100주년, 그날의 주역을 기억하다." 그렇다. 우리는 과거를 잘 망각한다. 과거를 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역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도 자기 지역 역사엔 무지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김천시 의회 김세운 의장이 대표 정리를 한 이 책은 우리 지역사를 알자는 자각에서 출판되었다. 그뿐 아니라 우리 김천이 독립운동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이었다는 것을 내외에 알리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애쓴 보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노고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김천일보에도 실립니다.
# 『김천의 독립운동 그리고 운동가들』 #김천시의회 #김세운의장 #3.1운동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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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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